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직원 수, 카뱅보다 16배~13배 많아 상장 즉시 시총 1위됐던 카뱅, 직원 1인당 생산성과 HCROI서도 1등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더 많이 일할수록 그 회사 직원은 유능해져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카카오뱅크(이하 ‘카뱅’)가 지난해 8월 6일 증시에 상장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상장일 종가 기준으로 시가 총액이 33조1620억원에 도달, 단박에 금융기업 최정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상식적인 현상이었다. 4대 금융지주 중 최고였던 KB금융의 시총은 21조7052억원이었다. 카뱅이 11조원 이상 많았다.
이 같은 카뱅의 시총이 과연 ‘현재 가치’와 ‘미래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상당 부분 투기 수요가 몰린 결과인지는 확언하기 어렵다.
■ 상장 당일에 금융권 시총 정상 차지했던 카뱅, 8개월 만에 '현재 가치' 입증 / 직원 1인당 생산성 경쟁에서 4대 시중은행 눌러
하지만 카뱅은 현재 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는 중이다.
상장 8개월만인 지난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작년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충당금 적립 전 기준)은 3억4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억3500만원(63%) 증가한 수치이다.
더욱이 2억6500만원에 그친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직원 1인당 생산성보다 8400만원(31.7%) 더 높은 수준이었다.
개별 은행별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보면, 하나은행 3억1500만원, 신한은행 2억7100만원, 국민은행 2억4500만원, 우리은행 2억2900만원 등에 그쳤다.
시총 경쟁에 이어 생산성 경쟁에서도 카뱅이 왕좌를 차지한 것이다. 이는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 카뱅의 직원 수는 1022명에 불과, 국민과 신한은행 직원은 각각 16.7배, 13.3배 많아 / 대출 규모는 10.6배와 8.6배에 그쳐 / 인적자본투자수익율(HCROI) 경쟁에서도 카뱅이 1등 차지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작은 디지털은행’이 ‘공룡 은행’들과의 전쟁에서 연승을 거뒀다는 의미를 갖는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나타난 카뱅과 시중은행의 대출액 및 인력규모를 비교해보면 카뱅은 다윗이고 시중은행은 골리앗이다.
카뱅의 직원 수는 1022명에 불과하다. 국민은행은 1만7083명, 신한은행은 1만3635명에 달한다. 카뱅에 비해 국민은행은 16.7배, 신한은행은 13.3배나 직원이 더 많다.
대출규모를 보면, 카뱅은 30조원이다. 국민은행은 319조(원화대출금), 신한은행은 260조(원화대출금)에 달한다. 국민은행은 카뱅의 10.6배, 신한은행은 8.6배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이 직원 수가 많은 것에 상응하는 대출금을 운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은행이란 저리로 돈을 빌려서 고리로 돈을 빌려주는 데서 떨어지는 이자로 큰 돈을 버는 기업이다. 꿔주는 돈의 규모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자 수익을 올리게 된다. 하지만 시중은행들은 직원 수가 많지만 그만큼 많은 돈을 대출해주지는 못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그 결과 인력 효율성 지표인 인적자본투자수익율(HCROI) 경쟁에서도 카뱅이 1등을 차지했다.
HCROI는 투자된 인건비 1원당 생산된 부가가치이다. 수치가 높을수록 직원에 대한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다. 작년 카카오뱅크의 HCROI는 2.8로, 4대 은행 평균(2.5)을 웃돌았다.
카카오뱅크의 HCROI는 2019년 1.2에 불과했지만 2020년 2.3, 2021년 2.8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에 비해 4대 은행의 평균 HCROI는 2019년 2.4, 2020년 2.3, 2021년 2.5로 조금씩 개선됐다. 급기야 지난 해 역전된 것이다.
■ 해답은 '은행앱'이라는 단어에 있어 / 카뱅이 중시하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AI가 일하는 시간
카뱅의 강력한 경쟁력은 디지털플랫폼기업이라는 출발점에서 나온다. 카뱅은 사업보고서에서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고객활동성을 기반으로 2021년말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523만명으로 은행앱 1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1799만 명 이상의 고객, 수신 규모 30.0조원, 여신 규모 25.9조원을 달성했다”고 설명한다.
스스로를 ‘은행앱’이라고 부른다. 또 월간 활성 이용자수 (MAU)를 중시한다.
이런 접근법은 시중은행에서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카뱅이 상장하자마자 금융권 최고 시총 자리를 차지한 것은 ‘금융 아마존’이라는 기대감 덕분이었다. 온라인 서점플랫폼으로 출발한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은 물론이고 유통업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공룡들을 굴복시킨 것 같은 대변혁이 시작됐다고 본 것이다.
카뱅은 그런 기대감을 '현재 가치'로 만들어내고 있다. 카뱅에 입사한 직원들이 국민이나 신한 직원보다 원래 유능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다. 시스템이 승부를 가르고 있다. 즉 해답은 '은행앱'이라는 단어에 있다. 카뱅의 직원은 시중은행보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도움을 더 많이 받는다.
MAU란 AI가 일하는 시간이다. 이처럼 AI와 빅데이터가 더 많이 일할수록 그 회사 직원은 유능해진다. 이는 비단 금융권만의 현상이 아니다. 산업 전반을 지배하는 법칙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