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파운드리 시장 1위 TSMC,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3배로 벌려놓아 추격자 이재용 부회장은 수개월 째 매주 목요일 분식회계 재판에 참석 중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지난해 삼성전자가 애플을 누르고 반도체 부문 매출 1위에 재등극했으나 그 소식이 전해진 날, 주가는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썼다. 이 같은 ‘기현상’을 둘러싸고 애널리스트들의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TSMC 대세론’이다.
■ 3년 만에 인텔 제친 삼성전자의 왕좌 탈환 소식 15일 전해져
15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반도체 사업에서 총 732억달러(약 9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로 따지면 삼성전자는 12.3%로 인텔 12.2%를 0.1%포인트 격차로 따돌렸다. 2018년 인텔에 1위 자리를 넘겨준 뒤 3년 만에 다시 제친 것이다.
3위는 지난해 364억달러(약 45조원)의 매출로 점유율 6.1%인 SK하이닉스, 4위는 미국 메모리 전문업체 마이크론(4.8%), 5위는 미국 퀄컴(4.6%)이 각각 차지했다. 그 뒤를 미국 브로드컴(3.2%)과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3.0%), 미국 차량용 반도체 전문업체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미국 그래픽 반도체 전문 엔비디아(2.8%), 미국 CPU·GPU 전문 AMD(2.7%) 등이 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반도체 위탁 생산만을 전문으로 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는 제외됐다. TSMC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68억달러(약 70조원)로, 인텔에 이어 3번째였다.
2021년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총액은 5950억달러(약 731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 26.3% 증가한 규모다. 결국 글로벌 반도체 기업 순위는 한국의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 대만의 TSMC의 순서이다.
■ 경사스러운 소식 전해진 날에 삼성전자는 52주 신저가 경신
그러나 왕좌탈환 소식이 전해진 경사스러운 날에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33% 내린 6만66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로 추락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16 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유지했다.
■ 메모리 반도체 성장한계론, 신흥국 시장 자본 이탈론 등은 휴지조각이 될 상투적 분석
삼성전자의 1위 탈환은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함으로써 평균판매 가격이 상승,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는 게 가트너측의 분석이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와 외국인의 삼성전자 매도세가 격화되는 데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정성 고조,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신흥국 시장 자본이탈,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한계 공포 등이 삼성전자 주가 하방압력을 가하는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런 변수는 상투적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한계론은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애널리스트들이 단골메뉴로 내놓았던 관점이다. 하지만 ICT산업의 격렬한 진화는 이런 류의 매너리즘에 빠진 분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놓곤 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하락과 수요폭발로 인한 가격상승의 싸이클을 되풀이해왔다.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 드론, 로봇 등과 같은 4차산업혁명의 주력부대들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지금 줄어든다고 해도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 시장의 돈이 빠져나가 안전자산으로 몰린다고 해도 다시 시간이 지나면 신흥국 시장으로 회귀하는 게 선진국 자본의 속보이는 행동 패턴이다.
■ 삼성전자가 두려워해야 할 주가하락 인과분석은 ‘TSMC 대세론’
진정으로 삼성전자가 두려워해야 할 주가하락의 인과관계 분석은 ‘TSMC 대세론’이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구조변화를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이고, 그 시장의 최강자가 TSMC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2위이지만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5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경쟁법’은 반도체 지원법이라고도 불리운다. 미국 내 파운드리 반도체 투자를 촉진하는 게 핵심 목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로 군림해온 인텔을 설득해 파운드리 산업에 진출하도록 판을 짰다.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는 미국 경쟁법의 지원대상에서 삼성전자와 TSMC를 제외시키는 방안을 관철하기 위해 하원과 상원 로비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TSMC와 삼성 파운드리 사이 기술, CAPEX(설비투자) 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TSMC의 CAPEX는 2020년 170억달러에서 올해 400억달러 규모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인텔도 2020년 140억달러에서 올해 260달러 규모로 증가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는 2020년 100억달러에서 올해 100억∼130억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리는 그야말로 제조업이다. 공장설비 투자를 늘릴수록 시장 지배력이 강화된다. 그 몸집경쟁에서 1등인 TSMC가 초강세를 보이는 반면에 2위인 삼성전자는 초약세를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 목격되는 삼성전자의 주가하락이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구도 때문이다.
김 연구원은 “하이엔드 시장에서는 TSMC와 기술 및 생산능력 격차가 더욱 벌어진데 이어 인텔 진입으로 위협받는 상황이며 성숙(mature) 시장에서는 중화권 업체 증설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부문 수율(생산품 중 결함이 없는 제품의 비율)이 3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미국 IT업체 퀄컴이 낮은 수율을 문제 삼아서 당초 삼성전자에 맡겼던 파운드리 물량을 대만 TSMC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 삼성전자는 위기 맞아, 매출과 투자 모두 TSMC의 3분의 1 / 총수 이재용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공판 출석 중
요컨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가 독주하고, 삼성전자와 인텔 간의 2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실은 이 같은 전망을 선명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TSMC는 15일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4911억대만달러(약 20조7980억원), 영업이익 2238억대만달러(약 9조478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로 매출은 35.5%, 영업이익은 48.7% 급증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이 77조원 규모이고 그중 파운드리는 7조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TSMC 매출이 3배에 육박하는 것이다. 설비투자액도 TSMC가 삼성전자의 3배라는 점을 상기하면, 삼성전자는 현재와 미래경쟁에서 모두 TSMC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는 위기가 맞다.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이 대혁신의 밑그림을 짜서 TSMC와 인텔을 상대로 한 글로벌 투자전쟁에 전념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된 공판에 매주 목요일 출석하고 있다. 벌써 수개월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