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4.14 09:11 ㅣ 수정 : 2025.04.14 09:11
美 상호관세 유예로 통상 협상 시간 벌었지만 자동차·철강은 25% 유지돼 가격 경쟁력 약화 불확실성 장기화 대응 기업 지원 강화 필요성 외교·산업·금융 등 전 분야 힘 더해 돌파해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산업계 불확실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럭비공’ 같은 스타일에 세계 통상 환경이 언제든지 요동칠 수 있다는 경계심 때문이다. 특히 대미(對美)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의 한국 대상 상호관세는 한동안 기존 25%서 10%로 낮아졌지만 자동차와 철강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율은 25%로 유지된다. 일각에서 제기된 추가 관세 부과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경영 부담은 여전하다.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가져다 파는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는 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 자동차의 지난해 전 세계 수출액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약 49%다. 철강 역시 글로벌 수출액의 약 13%를 미국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미국이 한국 등 교역국에 상호관세율을 높이는 것은 관련 업종을 담당하는 국내 기업 뿐 아니라 한국 수출 지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실상 산업·경제가 모두 트럼프 관세폭탄 사정권에 들어오는 비상사태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와 현대제철, 포스코 등은 수출 전략 재정립과 미국 현지 생산 등 관세 충격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 투자력과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은 여전히 위기감에 휩싸여있다. 미국발(發) 통상 환경 악화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들 기업은 자칫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유예로 시간을 벌었지만 협상 이후 상황이 더 나아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현재 상황이 단순히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 경쟁 과정의 불똥으로 치부하기에는 예상되는 충격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IBK경제연구소가 한국 상호관세율이 25%가 되면 대미 수출이 13%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관세 고통도 장기화될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국 수출 실적을 떠받치고 있는 기업에 대해 세심하게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성공적 협상으로 우호적 통상 환경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경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시급하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자동차 산업 정책금융을 기존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현대차·기아는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해 협력사 대출·보증·회사채 발행을 지원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 피해를 입은 자동차·부품 업종 중소기업에 대해 각종 세금 납부 유예를 적용하는 등 조세 부담도 완화할 방침이다.
금융권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시장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약 100조원 규모 ‘시장 안정 프로그램’ 가동에 나선다. 또 산업·수출입·중소기업 등 3대 국책은행도 기업의 관세 충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금융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민간 금융사들이 기업대출 확대 등 자금 수혈에 나선 점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관세 쓰나미가 촉발한 초불확실성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민·관·정의 ‘원팀(One-Team)’ 역량이 중요하다. 외교·재정·산업·금융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각 기업도 업황 변화에 대응한 자체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추진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이 쏘아올린 통상 전쟁에서 ‘팀 코리아’가 저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