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임실치즈농협의 ‘침묵 경영’…공공조직으로서의 책무 방기인가

[전북/뉴스투데이=구윤철 기자] 국민적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임실N치즈’. 오랜 역사와 스토리텔링 자산을 갖춘 이 브랜드는 공공성과 지역 상생의 가치를 동시에 안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 운영 주체인 임실치즈농협은 공공기관 수준의 책무성에는 한참 못 미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투데이 전북취재본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농축유통신문 전북취재본부가 지난 3월 31일 임실치즈농협에 전달한 공식 서면 질의서에는 ▲조합 운영의 투명성 ▲공공지원 의존 실태 ▲민간 유통망 확대 계획 등 총 10개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임실치즈농협 측은 기한 내 어떠한 입장이나 반론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단순한 언론 대응 미비를 넘어 공적 지원을 받는 조직으로서의 설명 책임을 사실상 회피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고향사랑기부제와 무상급식…공공재정으로 유지되는 조합
임실치즈농협은 고향사랑기부제와 학교 무상급식 공급을 통해 지방정부 재정에 상당 부분 기대는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매년 상위권을 기록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지만, 이는 지속가능한 시장 경쟁력보다는 정부 주도 제도에 따른 일시적 성과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학교급식 또한 마찬가지다. 주요 납품처는 전북도교육청 산하 급식지원사업이며, 공공예산에 기반한 납품 계약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 투명성, 단가 기준, 공급 기준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요청에 조합은 응답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현재 임실치즈농협 맞은편에 건축 중인 ‘임실치즈판매장’ 건물은 총 공사비 중 5억 원이 임실군의 예산으로 보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조직의 시설 투자를 위해 군 재정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타당성이나 기대효과에 대해 조합 측은 일절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공공성에 기대어 성장한 조직이 정작 국민 앞에서는 비공개 운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외부 전문성 유입 완전 차단…자기순환 구조의 병폐
임실치즈농협의 이사회 운영 구조는 폐쇄형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와 상임이사는 대부분 조합원 중 선출되며 유가공 산업 전문 인력이나 외부 식품 유통 전문가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돼 있다.
실제로 최근 단행된 일부 이사 교체도 기존 인맥 중심의 추천 인사에 그쳤으며 제도적 구조 개선이나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편은 병행되지 않았다.
내부 중심의 자기완결적 운영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조직문화 문제
최근 조합 내부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직장 내 소통 구조가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다”는 조심스러운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임이사의 업무 지시 방식이 과도하다는 인식이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 인식은 조직문화 개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는 복수의 정황도 파악됐다.
뉴스투데이 전북취재본부는 이와 관련한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 중이며, 임실치즈농협 측의 입장 확인이 이뤄지는 즉시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할 예정이다.
침묵이 경영 전략이 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임실치즈농협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외부의 정당한 문제 제기를 조직적으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서면 질의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조합의 자생력 확보 방안, 유통 전략 개선, 조직 운영 투명성 강화 등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항목에도 응답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공공조직으로서 ‘설명 책임’의 의미를 스스로 부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역과 함께 가는 조직이라면, 지역과 소통하라
임실치즈농협은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구조를 통해 성장해온 조직이다.
하지만 상생은 투명한 정보 공개, 외부와의 소통, 내부 구성원과의 수평적 문화가 전제될 때에만 진정성을 가진다.
외부의 합리적 질문을 무시하고 내부 논리만으로 자족하는 폐쇄 운영을 지속할 경우 ‘임실N치즈’라는 이름에 담긴 브랜드 자산도 점차 빛을 잃게 될 수 있고 명성은 유지될 수 있지만, 신뢰는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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