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조짐 보이는 강남 부동산...정부·서울시, '토허제' 재지정 카드 만지작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강남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시의 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강남의 부동산 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서울의 아파트값과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와 정부는 해제 지역에 대한 재지정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17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 일대 재건축 현장에서 토허제로 인한 강남 일대 집값 상승에 대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2일 서울시는 시청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토지거래허가구역 관련 약식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4개동에 위치한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지정을 해제했다.
오 시장은 "확실히 지난 일주일 동안 거래가 성사된 물량이 많이 늘었다"면서 "이것은 이상 조짐"이라고 언급했다.
오 시장의 말대로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급증하는 추세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는 5171건이다. 이는 작년 8월(6537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꾸준히 3000건 대에 머물렀던 거래량은 토허제 해제 발표 이후 급증했다.
서울시는 1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영향지역의 실거래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송파구 잠실동(엘·리·트, 주공5) 및 강남구 대치동(래미안 대치 팰리스, 은마), 마포구 아현동(마포래미안푸르지오) 주도평형의 5년 간 실거래가는 전반적인 상승추세이나 변동폭 분석결과 최근에 오히려 낮은 편"이라며 토허제 해제로 인한 가격 상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시장은 서울시의 설명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1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1월 평균 12억6708만원이던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금액은 2월 13억395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12억 수준을 오갔던 점을 고려한다면 높은 금액대다.
수요자들이 높은 선호도를 보이는 평형대의 경우 상승폭이 더욱 크다. 18일 부동산 프롭테크 기업 직방이 국토교통부의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2월 국민 평형대로 불리는 서울 아파트의 84㎡ 평균 실거래가격은 14억3895만원으로 집계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평균은 20억을 넘었다.

정부는 이미 재지정에 대해 고심 중임을 밝혔다. 13일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의) 기폭제가 된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서울시와 면밀히 검토해 필요한 상황이 온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하겠다"며 재지정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토허제 해제로 인한 여파는 금융당국까지 퍼졌다. 금융당국은 17일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은행권 등과 이날 오전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통해 "당분간 주담대 신청과 신규 취급 추이를 세분화해 면밀히 모니터링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전월 대비 9000억원 감소하며 10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전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은 지난달 대폭 증가세(전월 대비 4조 3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금융당국은 토허제 해제 이후 집값이 상승하며 대출 수요가 늘어난 것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지정에 대해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경우 상황을 지켜본 뒤 여러 요건들에 해당된다면 재지정을 검토할 수도 있다"며 "다만 토허제와 관련해 정치적인 해석들이 많아 시장의 혼란을 증폭시키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