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LG화학·롯데케미칼, 2차전지 스페셜티 제품으로 침체터널 벗어난다
석화업계, 글로벌 공급과잉·경기침체로 배터리 소재 분야 강화
LG화학, LPF 양극재로 기술 첨단화 비용 줄이고 환경친화 경영
롯데 화학군, 배터리 관련 고기능성 소재·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LG·롯데, 범용 석유화학산업 비중 줄이고 소재 생태계 강화 본격화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국내 대표 석유화학(석화) 기업들이 전통적인 석화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2차전지 소재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며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이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경기 침체로 수요 부진을 겪고 있는 석화업계가 실적 회복을 위한 돌파구로 배터리 소재 관련 분야로 눈길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지난주 열린 국내 최대 규모의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해 배터리 소재 관련 기술과 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기업이 인터배터리 2025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LG화학, 전구체 프리 양극재 국내 최초로 양산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소재 중 양극재를 중심으로 미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경쟁력이 약화된 전통 석화 제품에 머물지 않고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하는 배터리 소재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2차전지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LG화학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G화학은 배터리를 이루는 4가지 소재 가운데 양극재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이는 양극재가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전구체 프리 양극재(LPF)'를 공개하고 국내 최초로 양산하기로 했다. 전구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의 중간 원료로 주로 니켈과 코발트 등 광물을 가공해 만든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PF 양극재는 전구체를 따로 만들지 않고 맞춤 설계된 메탈에서 바로 소성해 양극재를 만드는 방식"이라며 "이 양극재는 저온 출력 등 성능 개선 효과는 물론 새로운 전구체를 개발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대폭 줄여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LPF 양극재를 사용하면 전구체 생산 능력 확장에 필요한 추가 투자비용이 필요 없고 전구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수와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올해 상반기 LPF양극재 양산을 시작하고 신제품에 LPF 기술을 확대 적용해 성능·가격·친환경 측면에서 고객에게 차별화된 맞춤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LG화학은 또 △화염 및 열폭주를 차단하는 안전 소재인 넥슐라, FBF, FBS 등 안전소재 △케이블, 하우징 등 전기차(EV) 충전 소재 △건식전극용 양극재와 전고체용 양극재 등 차세대 혁신 소재도 내놨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LPF양극재, 안전소재 등 전지 분야의 차세대 혁신 소재로 미래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며 “LG화학의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고객 중심의 솔루션으로 전지소재 시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신학철 부회장은 인터배터리 2025 현장을 방문해 “내년 초 혹은 내년 중반 정도에 (업황이) 조금 회복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아 그것에 맞게 준비하고 있다”며 “전기자동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연구개발(R&D)과 생산기기 구축 등 투자 계획을 게을리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신 회장은 “기술과 품질, 특히 생산 공정 기술 우위를 통해 더 나은 혜택을 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경쟁력 강화의 하나”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하나하나 주어진 길을 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 롯데 화학군, 리튬이온 배터리용 핵심 소재 등 스페셜티 기술력 뽐내
롯데케미칼·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롯데인프라셀 등 이른바 롯데 화학군 기업은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및 핵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은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용 핵심 소재와 그동안 쌓아온 스페셜티 기술력을 기반으로 점차 커지는 배터리 관련 고기능성 소재, 차세대 배터리 기술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현재 생산중인 분리막용 소재와 △전해액 유기용매 △프라이머 코팅액 등을 선보였다.
전해액은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개체로 배터리(특히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음극과 양극 사이 이온 이동을 돕는다. 유기용매는 전해질을 용해해 이온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중요 성분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초극박, 초연신의 하이엔드 동박과 LFP(리튬·인산·철)용 양극활물질을 내놨다.
동박은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할 때 중간 재료로 투입되는 얇은 구리판이다. 머리카락 두께 15분의 1 정도의 얇은 구리판인 동박은 과거에는 각종 전자·전기제품 핵심 부품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에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 2차전지용 동박 수요가 급증해 관련 업계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동박은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에는 1대당 5g이 투입되지만 전기차에는 1대당 30~40㎏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주력하는 하이엔드 동박은 두께 6µm, 강도 50~60kgf/mm², 연신율(끊어지지 않는 성질) 12~15%로 일반 동박 두께 8~10µm, 강도 30~40kgf/mm², 연신률 8%보다 뛰어난 고강도·고연신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인프라셀은 고품질 알루미늄 양극박과 파우치 셀 등을 개발했다.
양극박은 알루미늄(AL) 소재의 얇은 금속 박막으로 2차전지 양극 전극 소재로 사용된다.
파우치 셀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 형태로 유연한 알루미늄 폴리머 필름(Pouch Film)으로 감싼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 배터리는 가볍고 유연해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점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롯데 화학군은 내열성과 내구성을 갖춰 배터리 안전성을 유지하는 배터리 하우징 소재와 전기차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다양한 색상과 질감을 갖춘 고기능 플라스틱 소재도 함께 내놨다.
특히 유기용매가 물로 이뤄져 배터리 화재 위험성을 원척적으로 차단하는 바나듐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전해액도 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화학군은 리튬이온 배터리용 4대 핵심 소재의 밸류체인을 강화해 2차전지 기술력에서 차별화를 추진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특히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실적 발표 당시 고부가 스페셜티 확대 등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계획을 밝혔다"라며 "이를 위해 비핵심 해외사업을 매각하며 기존 범용 석유화학산업 비중을 줄여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소재 산업 생태계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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