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톤틴', 노후소득 보장 해법 될까…'불완전판매 리스크' 우려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산업의 미래대비과제 중 하나로 '한국형 톤틴' 도입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노후대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다만 연금 지급 전 사망하거나 해지 시 지급금이 감소해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일 보험산업 5대 분야, 11개 미래대비과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저출산·고령화 관련 보험사의 영위업무 확대 및 신(新)유형 연금보험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신유형 연금보험으로 계약 유지 시 덜 내고 더 받을 수 있는 '한국형 톤틴' 도입을 제시했다. 톤틴 연금 도입을 통해 연금액이 38%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톤틴 연금이란 가입자의 사망 또는 계약 해지 시 연금보험에 비해 사망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을 적게 지급하는 대신, 계약 유지자의 연금 수령액을 증액하는 상품이다. 연금 재원의 총 적립금을 지급 시점의 생존자에게 분배하기 때문에 조기 사망자가 많고 계약자가 오래 생존할수록 향후 수령 연금액이 늘어나는 구조다.
일반 종신연금은 보증기간을 둬 가입자가 조기 사망하면 잔여 보증기간 동안 상속인 또는 수익자가 연금을 수령하도록 한 반면, 톤틴 연금은 보증지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다만 톤틴 연금은 상품 구조상 시장에 도입하고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단계에서의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톤틴 연금의 환급금 및 보증지급 여부에 따라 보험사에 이전되는 위험보다 소비자가 떠안게 되는 계리적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클 수 있어 소비자가 이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면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조기 사망 시 지급되는 환급금 및 보증지급금이 적다는 점보다 손익분기점 이후 증가하는 연금액만 강조돼 판매된다면 피보험자 사망 후 상속인 등에 의한 민원 및 불만이 커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리스크에도 톤틴 연금은 가입자의 노후소득 보장 수요를 충족시키고 보험사의 리스크 관리 부담을 경감시켜 초고령사회에 대응한 개인연금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내의 경우 저출생·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개인의 노후소득보장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으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으로 장기 저축성 상품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다. 당국은 톤틴 연금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는 장수리스크 관리를 위해 자본을 적립하거나 위험 관리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데, 톤틴 연금은 보험사가 보증하는 금액이 적어 위험 관리 비용이 경감된다. 또 가입자 입장에서는 일반 종신연금 대비 보험료가 저렴하고 연령 증가에 따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톤틴 연금 개발 근거는 2011년 보험업감독규정이 개정되면서 이미 마련된 바 있다. 하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톤틴형 상품이 출시된 바는 없다. 사망자의 보험료를 생존자의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상 부정적 인식이 생길 수 있고, 민원 가능성이 큰 만큼 충분한 설명과 인식이 동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한국형 톤틴'은 장수리스크 대비 상품인 톤틴 개념을 차용한 것"이라며 "일부 보험사가 톤틴형 상품 개발을 추진하면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리스크는 물론 인식 개선이 필요한 만큼 당국과 업계의 협의를 통해 상품 허용 구조가 갖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톤틴형 상품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예상되는 만큼 상품 출시 단계에서부터 진통이 있을 수 있다"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계리적 리스크가 커 이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노후대비는 물론 생보사의 미래대응 차원에서 필요한 논의이지만 민원 발생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 인식도 부정적일 수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상품"이라며 "연금보험 자체도 가입률이 낮은 상황에서 톤틴형 상품의 수요가 많을지는 아직 의문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