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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탄소 중립 (21)

논에서 나온 메탄, 필리핀에서는 쌀겨 에너지로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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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입력 : 2025.03.13 00:30 ㅣ 수정 : 2025.03.13 09:11

[기사요약]
쌀겨 등을 활용해 온실가스 감축하는 필리핀 바탄 지역의 열병합발전 사례 주목할 만해..
쌀겨 태워 전력과 스팀 동시에 생산.. 폐기물 처리 부담 덜고, CDM 사업 통한 탄소배출권 이익까지 얻어..
논 메탄, 지역·품종 따라 차이 커 표준화된 규제 어렵지만.. 바이오매스 에너지화 방식, 배출 저감과 농가 소득 개선 기대
한국의 농업구조나 수요 패턴, 필리핀과 다르지만.. 새로운 저탄소 농업 모델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에너지·환경 정책이 도입되고 시행되면서 과거와 달리 관련 분야의 일선 기업들이 민간부문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도 기후변화 및 에너지 변혁의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를 찾고 있지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어떤 프로젝트가 정부로부터 인정받고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지 옥석 가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ESG 금융의 물꼬를 제대로 된 수요처로 초기부터 잘 잡아 기업과 투자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본 시리즈를 기획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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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istockphoto]

 

[뉴스투데이=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설정해 놓았다.

 

이를 위해 여러 산업과 부문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다양한 정책과 기술을 추진하고 있지만, 농업부문은 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논에서 발생하는 메탄과 비료 사용으로 인한 아산화질소는 각각 온난화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높아, 절대적인 배출량이 많지 않아도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농업부문은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ETS) 대상으로 거의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를 적용하려면 배출량 측정과 보고, 검증(MRV) 체계가 명확해야 하는데, 농사는 공장처럼 표준화된 공정으로 돌아가는 영역이 아니다 보니 일괄적인 계량이 쉽지 않은 것이다.

 

농가마다 작물 재배 방식이 다르고 규모도 제각각인 데다, 논 메탄 배출만 봐도 지역별 기후나 벼 품종, 재배 기간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

 

이에 비해 ETS는 전력·철강·석유화학·시멘트처럼 대규모 단일 시설에서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어내는 사업장을 우선적으로 규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소규모·분산형인 농업부문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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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uractiv]

 


• 필리핀 바탄(Bataan)의 제지공장, 쌀겨 활용해 열병합발전.. 전력과 열 생산하고 온실가스 감축

 

이에 주목할 케이스로서, 필리핀 바탄(Bataan) 지역에 자리한 한 제지공장의 쌀겨(rice hull)를 연료로 활용하는 12.5MW급 열병합발전(Cogeneration) 설비를 들 수 있다.

 

농업부문의 감축의무를 발전부문의 감축으로 승화하는 방식으로서, 전력과 열을 동시에 생산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는 상당한 양의 증기와 전기가 필요한데, 과거에는 주로 중유를 때는 보일러나 저압 쌀겨 보일러를 사용해 증기를 얻고, 전력은 전력망에서 사다 쓰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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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바탄(Bataan) 지역에 위치한 제지공장의 쌀겨를 연료로 활용하는 12.5MW급 열병합발전 설비 [출처=thermaxglobal]

 

그러나 이 공장은 대기압 유동상(AFBC) 보일러를 새롭게 도입해 쌀겨를 태워 고압 스팀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스팀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열병합 시스템을 갖추었다.

 

정확히는 시간당 78톤(66kg/cm², 490℃)의 증기가 나오도록 설계된 쌀겨 전용 고압 보일러가 터빈을 거쳐 최대 12.5MW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 중 일부는 발전소 자체에서 소모하고, 나머지는 공장에서 종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설비에 공급된다.

 

동시에 터빈을 빠져나온 증기는 여전히 충분한 열을 머금고 있어, 다시 제지 공정에 투입되어 종이를 건조하거나 여러 공정에 필요한 열원으로 쓰인다.

 

이렇게 하나의 연료(쌀겨)로 전력과 열을 함께 확보할 수 있으니, 공장 운영비를 줄이는 데도 이점이 크다. 무엇보다 쌀겨는 필리핀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업 부산물이므로,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부담도 훨씬 적다.

 

이 사업은 CDM(청정개발체제) 등록을 통해 얻은 탄소배출권(CER) 판매 수익도 노리고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모니터링한 결과, 쌀겨만으로 돌아가는 고압 보일러 체계를 활용해 약 61538톤의 CO₂를 감축한 것으로 계산되었다.

 

애초 예측(약 77304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실제 운영 과정에서 석탄을 보조연료로 일부 더 쓰게 되었고, 설비가 최대 용량으로 풀가동 되지 못한 요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그럼에도 하루하루 버려지던 쌀겨를 연료로 재활용하면서 공정 열과 전력을 동시에 생산하고, 화석연료 사용을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었던 점은 프로젝트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지역사회 입장에서는 폐기물(쌀겨) 처리 부담을 덜고, 공장 측에서는 에너지 비용 절감과 동시에 CDM 사업을 통해 추가 이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경제·환경 양쪽을 다 챙기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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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myloview]

 


• 한국 농업부문, 유기물 활용 가치 높아.. 쌀겨 연료로 인식한다면 부산물의 에너지화 가능

 

한국 농업부문에서도 벼농사 과정에서 나오거나 일반적으로 쓰임새가 적은 부산물을 에너지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상당한 저탄소 전략이 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한국 역시 농업에서 논 메탄과 아산화질소라는 강력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만, 동시에 유기물(볏짚·왕겨·폐농자재 등) 활용 가치도 높다.

 

필리핀의 사례처럼 쌀겨를 단순히 버려지거나 소각되는 폐기물이 아니라 연료로 인식한다면, 농가와 연계해 안정적으로 수급하고 열·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길이 열린다.

 

이는 농민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고, 지역 농업생태계를 선순환으로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 쌀겨를 비롯한 바이오매스는 탄소중립 관점에서 화석연료보다 훨씬 유리하므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농업부문의 구체적 수단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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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edgedavao]

 

물론 한국의 농업구조나 전력·열 수요구조가 필리핀과 다를 수 있지만, 전력망 연계를 통해 농촌 지역에 소규모 열병합발전을 보급한다면, 영세 농가나 마을 단위로 전력·난방을 자급하는 모델도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필리핀 바탄의 CDM 사업은 한국 농업부문이 감축 수단을 발굴하고 자원 순환을 높이는 데 있어, 부산물의 ‘에너지화’가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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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종민(Yu, Jongmin) ▶ 미국 일리노이대 응용경제학 박사 /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미국 포틀랜드 주립대 겸임교수 / 환경부 배출권 할당심의위원회 위원 / 한국수출입은행 외부사업 자문위원 /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전)한국은행 조사역 / (전)국무총리실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 (전)기획재정부 뉴딜실무지원단 자문위원 / (전)환경부 중앙정책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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