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3)] 요란한 빈 깡통 소문을 우문현답으로 극복(중하)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3.15 06:23 ㅣ 수정 : 2025.03.15 06:23

클라우제비츠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 그러나 군(軍)이 정치의 시녀 역할을 한 사례 많아
빈 깡통 소문에도 불구, 군 전투지휘검열시 청원대대 활약을 엄청 기대한다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풍문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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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2월25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취임하는 김대중 대통령과 이임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례를 표하는 모습 [사진=대통령 기록관/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필자가 무적태풍부대에서 사단 작전참모부 작전보좌관 임무를 수행할 때 DJ(김대중)는 당시 평화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자격으로 사단사령부를 방문했었다. 그는 69세로 역경의 정치활동 속에서 모진 고문을 받아 다친 다리를 절면서 그 유명한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75)] ‘부대 방문한 대통령 후보들의 진면목 ⑥현대 정치판를 이끌던 ‘양김시대’ 갈등 절정기에 부대를 방문한 DJ와 YS’참조)  

 

DJ는 그동안의 세월에서 파란만장(波瀾萬丈)한 길을 걸어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마치 고향마을 어르신이 손자들을 만나기 위해 부대를 방문한 것 같은 온화한 표정이었다. 회의실에서의 업무보고를 받던 그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해서인 건강함을 과시하듯 여유를 보여주며 특유의 달변을 쏟아냈다.  

 

그때 참석한 부대장들과 참모들은 전라도 사투리가 약간 가미된 특유 억양의 언변에 모두 빨려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터라 급하게 마무리하고 부대를 떠났다. 그 DJ가 필자의 대대장 근무 3년차로 접어들던 그해 2월25일 여의도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제15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다”라는 유명한 명제는 전쟁의 본질과 성격을 규명하는 핵심 주장으로 널리 인용되며 그는 “전쟁은 다른 수단으로 수행되는 국가정치에 지나지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역사를 돌이켜 보면 군(軍)이 다른 수단으로 수행되는 국가정치인 전쟁이 아닌, 정치의 시녀 역할을 한 사례가 많이 있다. 이는 정권을 잡은 정치인들이 군의 인사에 적극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육군발전목표(APP)와 도로견부위주의 종심방어전투, 통합메트리스 작성 등을 통해 최초로 독자적인 한국형 작전개념으로 발전시켰던 고(故) 윤용남(육사19기) 대장과 임무형 지휘와 군심(軍心)의 결집을 강조해 바람직한 군인상의 기준을 제시했던 도일규(육사20기)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했었다.

 

DJ(김대중)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약 한달정도 지난 4월, 군사전략가로 명망이 높았던 호남출신 김동신(육사21기)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되었다. 이것은 대대장 임기 마지막 10개월 남았던 필자에게까지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추후 장군들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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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이다 깡이다’ 유화 90cm x 72cm크기로 제2회 호국미술대전 특선작 [사진=김희철] 

 

■ 잦은 사고에 따른 요란한 빈 깡통 소문에도 불구하고 불광불급(不狂不及)처럼 악과 깡으로 미친 듯 달렸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고 2군사령관으로도 역시 전남 영광 출신인 조영길 대장(갑종172기)이 그해 3월에 부임했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듯이 사단장급 이상의 상부 진영이 새롭게 편성되었다.

 

하지만 대대는 새해가 시작되면서 1월 동계혹한기훈련, 2월 비행장방어 전술토의와 예비군교장 사열, 3월에는 대대전술훈련과 사단 전투력측정, 4월에 들어서자 지상협동훈련 그리고 대대전술훈련 평가(대대ATT) 등으로 매년 지속된 연중 훈련, 시범 및 행사가 쉴 틈 없이 전개되었다.

 

금강경에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主 而生其心)’라는 명언처럼 “마땅히 어디에 머무르지 말라 즉 텅 빈 마음으로 집착없이 작용하라”고 말했지만 대대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해가 되자 그동안 쌓아놓은 실적의 명성과 명예 등이 아까워 더욱 분발했다. 

 

그와중에도 지역 예비군중대의 상근예비역 사고는 끊이지 않아 요란한 빈 깡통이라는 소문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고처리는 박우희 주임원사가 전담하도록 하면서,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처럼 대대장 임기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 상단의 그림같이 악과 깡으로 버티며 미친 듯이 달렸다.

 

한편, 필자를 아껴주었던 조영호 사단장도 그해 가을에 임기를 마치는데 사단장 근무 성과를 평가하는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이 6월에 계획되어 있다. 

 

그런데 요란한 빈 깡통이라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사단의 대대별 전투력측정 결과 2년 동안 연속해서 반기 종합전투력측정 우수부대로 선정된 청원대대의 활약을 사단에서는 전투지휘검열시에도 엄청나게 기대한다는 이율배반(二律背反)적인 풍문이 들려왔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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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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