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울린 美 기술주 '패닉셀'…언제 오르나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수익률이 마이너스(-) 7800만원입니다. 너무 힘이 드네요." "국장에서 1억원 잃고 테슬라를 1주당 400달러에 들어갔어요. 어떡하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올린 'R(경기침체·Recession)의 공포'에 미국 기술주가 대거 폭락한 10일(현지시간) 국내 테슬라 종목토론방에서는 이같은 하소연이 쏟아졌다.
이날 테슬라는 전장 대비 전장 대비 15.43% 내린 222.15달러에 장을 닫았다. 지난 2020년 9월 8일(21.05%) 이후 약 4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이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다음날 소폭 상승(8.43포인트·3.79%)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여전히 반토막 수준이다.
테슬라의 지난해 말 1주당 가격은 403.84달러로, 현재 기준 하락률은 42.90%다. 지난해 말 테슬라 주식을 1억원어치 매수한 투자자라면 현재 4300만원가량을 잃었다는 의미다.
테슬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미국 주식으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7일 결제일 기준 보관금액은 165억3952만달러에 달한다.
원화로 계산 시 약 24조254억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3위 포스코홀딩스(11일 종가 기준 24만4981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올해 들어 3월 10일까지 순매수 규모는 약 16억2695만달러이며,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품인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셰어즈'(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까지 더하면 순매수 규모는 약 29억8910만달러로 늘어난다.
원화로는 약 4조3453억원. 동기간 삼성전자 순매수 규모를 상회한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올해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수액은 1조331억원에 머물러 있다.
투자 계좌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는 건 테슬라 투자자뿐만이 아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0일(현지시간) 4% 하락해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다음날 32.23포인트(0.18%) 추가로 내렸다.
테슬라를 포함해 주요 빅테크 7개 종목을 일컫는 '매그니피센트7'(M7)의 시총은 10일 하루 동안 총 7740억달러 증발했다.
테슬라만큼은 아니지만 엔비디아(5.07%)와 애플(4.85%), 구글(4.49%), 메타(4.42%), 마이크로소프트(3.34%), 엔비디아(5.07%) 등이 2∼5%대 급락을 보였다.
지난해 말 대비 현재 주가 등락을 보면 메타(3.45%)를 제외하고 엔비디아(19.01%)와 구글(13.34%), 애플(11.81%), 아마존(10.39%), 마이크로소프트(9.74%) 등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이들 6개 종목은 테슬라 못지 않게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이다.
7일 결제일 기준 보관금액을 보면 엔비디아가 102억312만달러 규모이며, 애플(44억7674만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29억6707만달러), 구글(24억145만달러), 아마존(16억5311만달러), 메타(9억5190만달러) 순으로 상위 20위권에 자리해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지난해 말 미국 증시에 진입한 투자자가 상당수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2023년 말 683억2349만달러에 그쳤던 국내투자자의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2024년 상반기 말 858억1182억원으로 늘었고, 2024년 말에는 1121억182억원까지 확대됐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1월 1061억4336만달러로 사상 첫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올해 2월까지 1000억달러대 규모를 이어갔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미국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국내증시에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이 겁을 먹고 미국으로 옮겨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실 정반대로 움직였어야 했다"며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미국 (주식이) 너무 비싸다고 경고했지만 (미국 증시로의 이동을) 막지 못했고, 지금 그 후유증이 터져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는 미국 기술주의 추세적 하락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당분간 변동장이 지속될 가능성은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염승환 이사는 상반기까지 거시 불확실성 속 변동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염 이사는 먼저, 최근의 주가 하락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2년간 (미국 기술주가) 너무 많이 올랐고 고평가 부담이 누적됐다"면서 "여기에 재정지출 감소, 관세 전쟁 등 트럼프 리스크가 더해져 경기 둔화 불안감이 미국 증시를 강타했고, 이 타이밍에 독일과 중국이 돈을 푼다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자금이 이동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반등 신호탄으로는 미국의 '감세' 정책을 지목하며 "공무원 최소 10만명 해고, 정부 지출 축소, 관세 부과 교통정리 등이 끝나고 트럼프 입에서 시장이 원하는 '감세' 스케줄이 나오면 반등하게 될 텐데, 지금 분위기로는 상반기는 어렵고 하반기쯤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투자 전략으로는 '버티기'를 당부했다. 염 이사는 "기업 실적이 망가지거나 AI 확대 추세가 꺾인 것이 아니고, (시장이 우려하는) 경기침체가 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추세적 하락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지금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는 어렵더라도 이미 (미국 기술주를) 들고 계신 분이라면 버텨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의 아버지'로 불리는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도 미 기술주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배 대표는 지난 11일 오전 한투운용의 'ACE TDF ETF 신규상장 기념 세미나'에서 "만약 2008년 초에 애플 주식을 사서 2024년 1월에 팔았다면 31배 수익을 냈을 테지만, 그 사이에는 주가가 30% 이상 빠지는 일이 6번 있었다"면서 "이러한 시장 변동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개인투자자 입장에선 감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투자의 절대 원칙은 큰 변동성을 이겨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그래서 만든 상품이 자산배분 펀드이고, 그중 타깃데이트펀드(TDF)는 장기 투자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