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 “황령산 개발은 지역 침체 해답 아냐”

문지영 기자 입력 : 2025.03.04 15:07 ㅣ 수정 : 2025.03.05 09:45

황령산 개발 사업, 착공 전 마지막 절차 앞두고 찬반 논란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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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령산 봉수 전망대 예상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부산/뉴스투데이=문지영 기자] 부산진구·연제구·남구·수영구 4개 지자체에 걸쳐있는 '부산의 허파' 황령산이 변화의 기로에 섰다. 황령산 유원지 조성 사업이 최종 승인 단계인 환경영향평가와 실시계획 인가 절차만을 앞두고 있어, 첫 삽 뜨기가 초읽기에 들어가서다. 황령산 유원지는 2008년 스노우캐슬 사업 시행자의 부도로 영업이 중단된 이후 올해로 17년째 방치되고 있다. 

 

개발업체인 대원플러스와 부산시는 지난 2021년 8월 황령산 유원지 조성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023년 12월 부산시 건축 심의를 통과했다. 최초 협약 이후에는 케이블카와 같은 궤도 시설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부산진구와 진입도로 개설을 포함한 공공기여 협상 등에 난항을 겪으면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사업은 논의 끝에 케이블카 진입도로의 안전성 확보와 디자인 자문, 매년 영업이익 최소 3% 이상 기여 등을 조건으로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과했다. 

 

대원플러스는 황령산 유원지를 부산의 관광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개발 계획에 따르면 황령산 정상에 118m 높이의 봉수 전망대를 세우고, 관광센터와 푸드코트 등의 시설을 조성한다. 부산진구 황령산 레포츠공원과 전망대를 잇는 539m 길이의 케이블카(로프웨이) 건설과 더불어 올해로 17년째 방치되고 있는 스노우캐슬은 복합리조트 유치도 목표로 한다. 총사업비는 2조 2000억 원가량 투입될 예정이다.

 

개발 측은 남은 절차가 완료되면 곧바로 착공할 계획이다. 

 

'자연 보존' vs '지역 경제 활성화'

 

황령산 개발 추진이 가시화되면서 이를 둘러싼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부산경제살리기운동본부 등 찬성 단체는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업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한다. 이들은 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더불어 부산 관광 활성화의 완성은 황령산 개발에 있다는 주장도 펼쳤는데, 대원플러스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방문객 수가 기존 88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반면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 등 반대 단체는 황령산의 생태·환경적 기능과 가치를 강조하며, "황령산 개발 사업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조명 등으로 인한 야행성 맹금류 등 동식물 서식 환경 악화를 우려한다.

 

황령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뉴스투데이>는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를 만나 자세한 의견을 들었다.

 

다음은 이 이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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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그린크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 [사진=본인 제공]

 

Q. 안녕하십니까.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황령산지키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 이성근입니다. 40년 가까이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이며, 전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4년 정도 갈맷길 노선을 만들고 시민이 자원하는 활동에도 기여했습니다. 낙동강 하구 보전, 공유수면 보전 등 지역에서 도시숲, 자연생태 분야 활동, 도시공원 일몰제 반대운동 등 탄소흡수원 확보 및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에 주력해 왔습니다.

 

Q. 황령산 개발이 추진될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환경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시는지요?

 

A. 개발이 진행되면, 가장 먼저 봉수 전망대의 입지로 인해 산지 경관이 훼손됩니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약 30곳의 조망 지점에서 확인한 결과 심각한 훼손이 예측되었습니다. 현재 황령산 정상부에는 3개의 송신탑이 있고 여기에 조명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를 능가하는 조명 발광이 일어나면 빛 공해와 동식물의 서식 장애 유발은 불 보듯 뻔하며, 무엇보다도 황령산에서 별을 마주할 날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또한, 케이블카 설치로 인해 가중될 환경적 압력도 문제입니다. 황령산 정상부는 이미 편의시설 설치와 사람들의 답압으로 인해 생태교란 식물 6종 이상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식물들은 환경부에서 제거를 권고한 식물들이며, 개발로 발생하는 폐기물, 오물, 탄소, 소음까지 고려하면 환경적 영향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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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수 전망대 건설과 경관 훼손 예상도 [사진=이성근 이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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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교란 외래종 식물 분포도 [사진=이성근 이사 제공]

 

Q. 침체된 지역 경제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황령산 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지역 침체에 대한 답을 왜 황령산에서 찾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부산의 청년 유출과 인구 감소, 지역경제 쇠퇴의 이유가 황령산을 개발하지 않아서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지역의 자연자산을 개발의 수단과 도구로 삼아 개발업자들의 배만 불린 것이 지역 토건의 역사입니다.

 

부산에 아파트밖에 없다는 말이 끊임없이 화두에 오릅니다. 멀쩡한 기업들은 유출되고, 유통업계 건물들 또한 모두 아파트로 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부터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는데, ‘랜드마크’를 들먹이며 황령산 개발을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황령산은 그 자체가 이미 부산의 랜드마크입니다.

 

Q. 개발 측에서 발표한 스노우캐슬 부지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A. 스노우캐슬이 있었던 자리는 1990년대 중반 지역사회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황령산 온천 개발 현장이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권력과 거대 자본의 개입이 드러났고, 엉터리 온천수와 온천법 개정 문제가 전국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연대로 결국 부산시장이 개발 백지화를 선언했지만, 온천 개발로 인해 절개된 산자락은 '흉물'로 남았습니다. 이후 스노우캐슬이 들어섰으나 개장 1년 만에 부도가 나 현재까지 방치된 상태입니다. 부산시는 산지 개발의 오류를 반성하기보다 지속적으로 개발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지역 시민환경단체는 스노우캐슬 부지를 인근 금련산 청소년 수련원과 연계해 국립자연사박물관 유치를 주장하기도 했지만 시는 이에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스키돔이 대규모 숙박시설로 전환되는 과정은 누구나 특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대원플러스는 황령산 정상에 봉수 전망대와 케이블카 사업도 추진 중이며, 이는 사실상 산지 전체를 개발업자에게 넘긴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산시는 MOU를 체결하며 사업을 승인한 주체로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개발업자는 황령산을 개발해서 이익을 보기 위함이지, 시민을 위한 자선 사업을 벌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송도 케이블카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이 지역사회에 환원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자, 대원플러스가 이익의 3%를 지역에 기여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입니다. 황령산 개발은 공짜가 아니며 시민 자산과 다양한 가치를 빼앗는 것입니다.

 

Q. 자연환경 보존과 황령산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A. 현재 황령산은 다양한 개발 압력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개발 압력을 황령산이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개발보다는 도심 생물다양성 및 탄소흡수원 거점 산지로 자리매김해야 합니다. 황령산이 부산 시민에게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공유하고, 그 이후에 개발 문제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시민이 황령산 개발 자체를 모르거나 어렴풋이 압니다. 설명하면 70% 정도는 개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심하게는 분노합니다. 

 

여기서 부산시에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시는 황령산과 같은 대규모 난개발이 야기할 결과에 대한 정보를 보다 많은 시민이 알고 결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행정의 기본 자세라 봅니다. 이를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황령산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지속가능한 개발이 무엇인지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황령산은 시민의 산이자 미래세대의 영토이기도 한 만큼, 절차의 투명성과 개발의 효과와 부작용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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