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수수료 인하 기대했지만"...외면받고 표류하는 '공공 배달앱'
각 지자체별 31개 공공 배달앱 운영
가맹점주 44%, 공공 배달앱 '긍정' 답변
공공 배달앱, 수익금·사용자 수 지속 감소세
마케팅·할인 부족...민간과 대결에 한계 드러나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정부가 국내 외식업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안했던 공공 배달앱이 표류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배달앱과 잇따라 업무 협약을 재개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나 관련 기관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친 공공 배달앱의 현실에 매장 운영을 포기하는 점주도 증가하는 추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공공 배달앱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시장 과점과 높은 배달 수수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앱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운영되는 공공 배달앱은 △경기도 '배달특급' △서울시 '서울배달플러스' △경북도 '먹깨비' 등 31개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 '배달특급'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지사 시절 '배달 수수료 1%'를 외치며 강하게 추진했다.
가맹점주들의 공공 배달앱을 향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지난 14일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공공 배달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점주는 44%에 달했다. 출범 초기 1∼2%의 낮은 배달 수수료에 사용 금액 대비 적립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지자체의 배달앱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를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한원찬 경기도의회 의원은 "배달특급에 지금까지 3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수익금은 36억 5000만 원에 불과하다"며 "월간 활성 사용자(MAU) 역시 45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급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기준 경기도 전체 인구가 1364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사용률은 1.5%에 불과하다.
부진한 성적에 이미 운영을 종료한 지자체 배달앱도 부지기수다. 경남 창원시의 '누비고', 경남 진주시의 '배달의진주', 대전광역시의 '휘파람' 등이문을 닫았다. 경상북도는 2021년부터 지원해 오던 '먹깨비'에 대해 올해부터 지원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는 공공 배달앱의 실패 이유로 △낮은 인지도 △불편한 사용자 경험(UX) 2가지를 지적한다. 민간 플랫폼에 비해 지지부진한 마케팅과 편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사용자 불만이 높기 때문이다.
치킨업계 가맹점주협의회장은 <뉴스투데이>에 "공공 배달앱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앱 내 서비스가 민간 플랫폼에 비해 불편하다고 말하는 소비자가 많다"며 "공공 배달앱 주문이 한 달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민간과의 대결 구도를 형성하며 배달앱을 직접 운영하려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민간 배달앱은 막대한 선투자와 제휴사 할인 쿠폰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지자체의 경우 한정된 재정으로 이 같은 할인 행사를 이어나가기 어렵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지자체가 공공 배달앱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5∼10년의 예산을 책정하기 쉽지 않다"며 "민간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사업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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