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돈 없으면 죽어야 하나요?"...비싼 약제비에 신음하는 희귀병 환자와 가족

최정호 기자 입력 : 2025.02.21 06:00 ㅣ 수정 : 2025.02.21 06:00

희귀병 치료제 약제비 연간 1억원...제도 미비에 '이중고'
제약사들 "희귀병 환자 수 적어 치료제 만들기 어려워"
얀센 희귀병 치료제 '다잘렉스' 지난해 매출 15조원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최정호 뉴스투데이 산업2부장 대우

 

[뉴스투데이=최정호 산업 2부장 대우] 희귀병 치료제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는 건 옛말이다. 희귀병 치료제 하나만 잘 만들면 많게는 연간 10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신약 개발을 위해 제약사는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희귀병 환자를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할 수 없다는 점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또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임상 시험 참여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제약사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적의 조건이 필요하다. 즉 환자 수가 많으면서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투약해야 하고 약가까지 높은 환경일 때가 그것이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의약품은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다. 총 41조8516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키트루다는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의약품이다. 적응증이 다양해 이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많다. 연간 약제비도 1억원 수준에 육박한다. 

 

최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보건당국의 사전심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희귀병인 ‘비정형 용혈성 요독증후군’(이하 aHUS)을 앓고 있는 환자 보호자가 보건당국의 사전심사승인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aHUS를 앓고 있는 자녀의 부모가 14일 동안 사전심사를 기다렸는데 보건당국으로부터 불승인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결국 신장 투석을 하면서 버티고 있었는데, 병세가 악화돼 마지막 기회인 치료제 승인을 위해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aHUS는 발병 후 48시간 안에 치료제인 ‘솔리리스’(성분명 에쿨리주맙)를 투약해야 되는데, 보건당국으로부터 사전심사를 받는데 14일이 소요된다. 사전심사는 임상 현장과 동떨어진 제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솔리리스는 지난 2018년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 받아 건강보험에 등재됐다. 솔리리스의 연간 치료비는 약 4억원에 달한다. 바이알(병) 당 513만원 수준이다. 건보재정 문제로 고가의 의약품은 사전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게 보건당국의 논리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은 비싼 약가로 시름하고 있는데 희귀 의약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기준은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것을 말한다. 연매출 1조원보다 훨씬 많은 수익을 내는 것을 ‘초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고 일컫는다. 희귀병 치료제인데 초블록버스터 의약품이라면 답은 간단하다. 비싸고 지속적 투약이 필요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솔리리스만 해도 지난 2022년에 글로벌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발간한 ‘2024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희귀의약품(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이나 품목 수가 부족한 것) 시장 규모는 1850억달러(약 265조원)로 추산됐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희귀병 치료제는 얀센의 ‘다잘렉스’(다발골수종)다. 지난해 110억달러(15조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다잘렉스는 오는 2028년 170억달러(24조원)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다잘렉스는 희귀약품이 아니다. 15조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희귀병 치료제 시장을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가슴이 먹먹해질 수밖에 없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