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업계 ‘자사 앱’ 놓고 본사·가맹점주 '동상이몽'…연쇄 폐업사태 일어날까

[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배달 플랫폼과 자사 애플리케이션(이하 자사 앱) 사이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 앱을 사용하자니 극심한 중개 수수료에 부담은 날로 늘어만 가는데, 자사 앱을 쓰자니 아직 소비자 빈도수가 적은 상태다.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 폐업을 고려하는 점주들도 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치킨 브랜드를 중심으로 자사 앱 프로모션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자사 앱은 중개 수수료가 없어 가맹점주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인 교촌치킨과 BBQ는 최근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할인 및 사이드 메뉴 증정 쿠폰을 발행했다. bhc는 가맹점주와의 정기 간담회에서 신규 자사 앱을 소개하기도 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사 앱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배달 앱은 여러 곳의 점포를 한 번에 모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반면 자사 앱은 한 업체만 주문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배달 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자사 앱의 할인 행사를 위해 가맹점주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활성화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협의회장 두 명을 만나 자사 앱 사용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Q.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자사 앱 활성화가 쉽지 않다고 느끼는가?
A. 그렇다. 아직 자사 앱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많지 않다. 자사 앱 주문이 하루에 1번 꼴로 들어오는데 어떤 날엔 자사 앱 주문이 아예 들어오지 않는 날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사 앱보단 플랫폼에서 주문할 때 한 눈에 모아 보기 편하다. 자사 앱은 모바일 쿠폰이나 통신사 연계 할인을 적용받기 위해서 주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Q. 자사 앱으로 주문하면 가맹점주에겐 어떤 이득이 있는가?
A. 배달 앱의 중개 수수료를 감당하지 않아도 되지만, 부담이 아예 사라지는 건 아니다. 최근 가맹본사가 자사 앱을 활성화하기 위해 할인 프로모션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무료 배달이나 할인 혜택이 중요하기 때문에 본사는 프로모션을 많이 권장하는 기조다. 다만 판촉행사의 경우 본사와 가맹점의 부담금은 반반이다. 즉 점주 입장에선 할인 행사가 많을수록 부담금이 늘어난다.
문제는, 할인 혜택을 확대한다고 해서 자사 앱이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모션이 진행될 때만 매출이 오르는 ‘반짝 매출’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잇츠’ 등 배달 앱의 시장 장악력이 크다 보니 소비자를 자사 앱으로 묶어두기 쉽지 않다.
최근 BBQ가 자사 앱으로 치킨 1마리 주문 시 반 마리를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당시 한 점주는 “미친 듯이 바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처럼 파격적인 프로모션이 아닌 이상 자사 앱 유입은 힘들다.
Q. 지금 가맹점주들은 현재의 상황에서 어떤 기조를 취하고 있나?
A. 사실 매장 운영을 포기하는 분위기다. 현재 치킨 한 마리를 2만 원에 판다고 가정하면 가맹점주에게 남는 금액은 2000원도 안 된다. 일례로 2만 원의 제품을 판매했을 때 가장 먼저 배달 플랫폼에서 약 30%의 수수료 비용을 가져간다. 게다가 본사의 원가율이 통상 50%라고 가정하면 점주 순이익은 4000원 꼴이다. 여기에 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각종 부가세를 납부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진다. 최근엔 ‘실질적으로 남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매장을 영위해 나가기 쉽지 않다.
대다수 가맹점주들은 폐점도 고려하고 있다. 주변 가맹점들도 매장의 존폐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 가맹점주에게는 상품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지 않다. 과거엔 본사가 어떤 행사를 해보자고 하면 힘 내서 움직였는데 최근엔 ‘이제 와서 늦었다’라며 포기하는 기조다. 지난해 연말까지 뜨겁게 논의됐던 사항들도 멈춰있다. 가맹점주들이 지쳤다.
Q. 향후 업계를 어떻게 내다보는가?
A. 현재 프랜차이즈 관련 협회와 국회 을지로위원회가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12일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등은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천막 농성을 예고했다. 진정한 상생안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만약 현재의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매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본사의 경우 가맹점에서 얻어지는 차액가맹금으로 이득을 취하고, 플랫폼은 고정 수수료가 있다보니 손해보지 않는다. 손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가 될 것이다. 폐업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 수수료는 더 이상 소용이 없다.
향후엔 배달 서비스업 자체가 프리미엄 시장이 될 것으로 추측한다. 일본은 배달 주문의 경우 제품과 배달비가 거의 비슷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