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에서 미국 함정 건조 허용 추진…1600조원 규모의 미 군함 시장 열린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2명, 지난 5일 동맹국에 자국 함정 건조 허용하는 법안 공동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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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한경 기자] 한국 해양방산업체가 연간 20조원 규모의 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진출한 상태에서 함정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법안이 미국 의회에 발의되면서 1600조원 규모의 군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의 마이크 리·존 커티스 상원의원은 지난 5일 동맹국에 자국 함정 건조를 허용하는 내용의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The Ensuring Naval Readiness Act)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The Ensuring Coast Guard Readiness Act)을 공동 발의했다.
두 법안의 내용은 동일하며, 주체만 해군과 해안경비대로 구분된다. 동맹인 한국,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조선소에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함정 건조를 가능하도록 하자는 게 법안의 골자다.
현행법(반스-톨레프슨 수정법)으로는 이처럼 외국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내 해상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시민이 소유하며 미국인이 승선한 선박만 가능하다. 이런 법적 제한을 동맹에 한해 풀자는 의미다.
이와 관련, 두 상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미 해군은) 총 355척의 함정이 필요하지만, 현재 291척만 운영 중”이라며 “미국 내에서 건조하거나 노후함을 개량하는 건 너무 비싸고 오래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함정 사업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업체의 건조속도와 효율성이 세계 최고”라면서 “이지스 구축함 건조에 한국은 18개월 걸리고 비용도 8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미국은 28개월 걸리고 비용도 16억 달러로 2배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안에서는 외국조선소에서의 건조 비용이 미국 조선소보다 낮아야 하며, 동맹국 조선소라도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이 소유·운영하면 미 군함을 건조할 수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
미국의 동맹 중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서 함정 건조 역량을 보유한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과 협력을 요청하는 등 의지를 표명한 상태여서 법안 통과가 기대되는 데다, 미 공화당이 한국을 염두에 두고 입법 조치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외 지역에서 동맹국들이 미 함정 건조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에 기대가 크다”면서 “미국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실적과 건조 역량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 협력을 통해 큰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화오션도 “군함 수출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미 의회에서 함정 건조를 동맹에 맡기는 것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에 대단히 환영한다”며 “미국 함정의 MRO는 물론 함정 건조 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조선업계는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수년간 공을 들여왔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함정 2척의 MRO 사업을 최초로 수주했으며,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해 북미 시장에 전략적 거점을 마련했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미 함정 MRO 사업 ‘1호 수주’를 장담하며 입찰 준비에 나섰다. 지난해 도크(건조 시설) 부족으로 입찰을 미뤘지만, 올해에는 최소 2~3척의 미 함정 MRO 사업을 따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의회예산국의 신규 함정 건조 계획에 따르면 향후 30년간 미 해군의 도태함을 고려할 때 전투함과 군수·지원함을 합해 약 300척을 새로 건조해야 하며 이에 대한 예산은 1600조원 규모에 달한다.
방위사업청과 조선업계는 ‘해양방산 원팀’을 꾸리고 수주전을 대비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최근 함정 수출 사업에 대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수상함과 잠수함으로 분야를 나눠 원팀 구성을 추진하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다”며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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