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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성심병원 로봇 사용기 (下)

배송로봇, 엘리베이터 타고 횡단보도 건너 검체 운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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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호 기자
입력 : 2025.02.11 08:28 ㅣ 수정 : 2025.02.12 07:28

로봇시스템 정착까지 커멘드센터 활약 돋보여
기성품 로봇 사용 현실...사람들의 관심 필요

종합병원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시판되는 로봇의 비용이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데다 병원에 최적화된 제품을 찾아볼 수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병원 시스템을 로봇에 맞춰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최대 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비 빠른 효율성을 위한 경영진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의료기관 중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커맨드센터를 취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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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한림대 성심병원이 도입한 통합관제 시스템과 김영미 커멘드센터 부센터장 [사진 협조=한림대학교의료원]

 

[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의료진 사이에서 가장 만족도 높은 로봇은 배송로봇이다. 의료진이 안심하고 물건을 타 부서로 보내고 받을 수 있게 시스템화돼 있어서다.

 

배송로봇 ‘약제나르미’의 경우 약사가 병동 환자에게 이송될 약을 넣어 두고 목적지를 입력해 주면 끝이다. 약제나르미는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동으로 이동해 간호사 스테이션의 지정된 장소에서 무한정 대기한다. 로봇에서 약을 꺼낸 간호사가 다음 목적지를 입력해 주면 약제나르미는 알아서 자기가 갈 곳으로 돌아간다. 한 번에 3개의 병동을 순차적으로 이동할 수 있다. 간호사가 어려운 조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률이 높은 것이다.  

 

 

<약제나르미가 약제과에서 병동으로 약을 배송하는 모습 / 촬영=최정호 기자>

 

 

이 같은 시스템이 안착되는데 약 3년이 소요됐다. 커맨드센터가 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시스템을 안착시킨 것이다. 이 같은 커맨드센터의 노력은 한림대 성심병원 곳곳에 녹아 있다. 

 

엘리베이터 바닥에는 ‘로봇이 탈 자리’라고 인쇄된 스티커가 부착돼 오작동을 줄였다. 배송로봇은 사람이 많으면 다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며, 탑승 시 “저는 13층에서 내립니다”라는 안내 음성이 나오도록 해놓았다.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거나 하차할 때는 휠체어와 부딪히지 않게 대각선으로 주행하도록 설정한 것도 다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다.   

 

이미연 커멘드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배송이 느리다는 반응이 있어서 사람이 직접 약을 배송했을 때와 로봇이 이송했을 시 시간을 재봤는데 비슷했다”면서 “약을 운반하는 직원이 그 시간에 진료 관련 업무에 집중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로봇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커맨드센터가 최근 역점을 두고 작업하는 부분은 ‘검체 운반 로봇’ 시스템화다. 내시경실에서 환자에게 채취한 세포조직을 포름알데히드(세포조직 유지시킴)가 담긴 통에 넣어 로봇을 통해 병리과로 운반할 수 있다. 포름알데히드가 발암물질이라 이송하는 사람의 건강을 고려해 로봇이 검체를 운반하도록 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성과가 좋자 커맨드센터는 로봇의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피부과와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유방내분비외과로 사용을 확대했다. 이들 과에서도 검체가 나오기 때문이다. 또 커맨드센터는 바코드 시스템을 도입해 각 과와 병리과에서 검체가 제대로 왔는지 이중으로 확인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현재는 로봇이 효율적이게 각 과를 돌아다닐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미 커맨드센터 부센터장은 “로봇 하나가 병원에 적용돼 쓰이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의 공감대다 형성돼야 한다”면서 “다른 로봇은 에러 발생 시 대응하는 인력이 있는 주간에만 사용이 가능하나, 검체 운반 로봇은 사용하는 과들이 매뉴얼을 알고 있어 야간에도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커맨드센터가 가장 고심하고 있는 시스템은 실외배송로봇이다. 본관에 있는 물자를 길 건너 별관으로 이동시켜야 하는데 보급형 로봇으로 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실외배송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기능이 없어, 의료진을 완벽하게 보조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본관에서 이송할 물품을 실외배송로봇 있는 곳으로 가져와야 된다. 그러고는 로봇에 적재하고 수납한 뚜껑을 닫으면 자동으로 실외배송로봇이 별관으로 이동한다. 실외배송로봇은 차와 보행자를 피해 이동할 수 있다. 또 혼자서 신호등을 인식해 파란불에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 발생을 대비해 로봇 제작 업체가 때에 따라서 원격조종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별관은 자동문이 아니라 보안팀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 실외배송로봇이 실내로 들어올 수 있다. 실외배송로봇에 담긴 물자를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수 있는 실내 배송 로봇으로 사람이 옮겨줘야 한다. 별관은 엘리베이터와 실내 배송로봇이 호환이 안된다. 때문에 커맨드센터의 요구로 로봇이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실외배송로봇이 한림대 성심병원 본관에서 도로를 가로질러 별관으로 이동하는 모습 / 촬영=최정호 기자>

 

 

실외배송로봇 사용은 잠시 중단된 상태다. 이송된 물자를 각 과 별로 분배해 넣을 수 있는 함을 제작 중이다. 무엇보다도 바쁜 의료진들이 물자를 로봇이 있는 곳에서 보내고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국내 SI(시스템 통합) 기업들의 보급형 로봇만 사용하다 보니 병원의 시스템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 시스템을 바꾸고 직원들에게 인식시키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림대 성심병원이 많은 종류의 로봇을 도입했지만, 전 기종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각자 시스템이 달라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고중량 물류 로봇은 와이파이 환경에서 작동하고 비대면 서비스 로봇은 5G에서 작동하고, 배송로봇은 LTE 환경에만 특화돼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로봇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만일 설비팀이 로봇의 동선의 환경을 변화시키면 이동 중에 갑자기 에러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환경 변경 전 설비팀과 커멘드센터 간에 업무 조율이 필요한 이유다.   

 

국내 종합병원 건물 상당수가 건립된 지 30년이 넘었다. 넘쳐나는 환자를 감당 못해 별관과 신관 등을 건축했다. 물자 이동을 위해 노동력이 낭비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로봇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시판되는 보급형 로봇으로는 한계가 있다. 많은 병원 관계자들의 관심과 아이디어가 모여져야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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