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성심병원 로봇 사용기 (上)] 잡일 넘쳐나는 종합병원...보급형 로봇으로 해결
다양한 로봇 실험...병원 최적화된 ‘배송 로봇’ 도입
에러 상황 발생 시 대처 어려운 야간에는 사용 불가
병원 현실 고려하지 않은 업그레이드 모델 출시 ‘난제’
종합병원의 인력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로봇이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현재 시판되는 로봇의 비용이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데다 병원에 최적화된 제품을 찾아볼 수도 없다는 점이다. 결국 병원 시스템을 로봇에 맞춰야 하는데 이 작업에만 최대 2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대비 빠른 효율성을 위한 경영진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국내 의료기관 중 로봇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커맨드센터를 취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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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3차병원(종합병원)은 간호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나이팅게일을 꿈꾸며 입사한 어린 간호사들은 간호 업무 외에 잡다한 일에 치여 퇴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 앞에 간호사들은 너무 많은 잡일에 노출돼 있다.
특히 야간에는 의료 수가(酬價) 문제로 적은 간호사 인력으로 병동이 운영된다. 만일 복도에 누가 물을 흘렸고 환자가 낙상할 우려가 있다고 간호사가 판단했다고 가정하자. 청소팀을 부르게 되면 최소 30분은 걸린다. 그 사이에 환자가 물에 미끄러져 낙상이라도 하게 되면 큰일이다. 결국 물을 닦는 건 간호사의 몫이다. 간호사가 걸레를 찾고 물을 닦고 손을 씻고 소독하는 시간에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청소로봇이 있다면 이 문제는 해결된다.
수많은 청소로봇이 상용화됐지만, 병원에서 사용하는데에는 아직 괴리가 크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구독 방식으로 청소로봇을 사용하려 했지만 기대에 못미쳐 3개월 사용하고 도입하지 않았다.
큰 병원을 청소하려면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돌아다녀야 하는데 2시간 충전 2시간 사용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병원 바닥이 대리석으로 돼 있다보니 청소하면 물 자국이 남아 2차 오염이 발생했다. 결국 사람이 다시 청소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또 엘리베이터 탑승 기능이 없어 청소 구역도 한정됐다. 오염이 있는 곳에서 호출하면 이동 시간이 30분 넘게 걸리는 단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야간에 에러 코드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주간에만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3차병원으로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위급 환자가 실려 있는 침대가 다급히 오가는 데 통로에 로봇이 있다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한림대 성심병원은 맞춤형 로봇을 쓴 게 아니라 SI(시스템 통합) 기업들의 보급형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로봇 시스템이 안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이에 커맨드센터를 지난 2019년에 설립한 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로봇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11종의 로봇 77대를 도입해 2년 5개월간 5만 번 이상 로봇을 사용했다. 제조사가 다른 11종의 로봇을 각각 다른 관제 시스템으로 운영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져 통합관제시스템을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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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성심병원은 배송 기능 위주로 로봇을 운용 중에 있다. 홈케어 로봇의 경우 뇌졸중 환자 재택 관리 시범사업 일환으로 사용했었는데, 로봇 시스템의 한계와 환자의 유동 등의 이유로 현재는 홈케어 로봇 사용을 일시 중단한 상태다.
커맨드센터는 홈케어 로봇 활용을 위해 다양한 사용처를 찾아 헤맸다. 골수 이식 환자가 입원하는 무균 병동(독방)에 의료진과 환자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사용했었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에서도 사용해 부모와 연결을 하는 방법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 간의 격차가 있었으며 기능의 한계 등으로 지금은 일시 중단한 상태다. 현재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색 중인 상황이다.
또 비대면 다학제 로봇도 사용해 봤다. 가장 멀리에 있는 의료기관에서 활용이 가능한지 테스트 하기 위해 울산에 있는 요양병원과 협업했다. 당시 요양병원에는 루게릭병 환자가 있었는데 소화기내과 전문의가 주치의라 제대로 된 진료를 할 수 없었다. 이에 비대면 다학제 로봇을 활용해 한림대 성심병원 신경과 교수와 협진을 한 사례가 있다. 현재 비대면 다학제 로봇의 경우도 여러 가지 상황들로 인해 일부 기능만 활용하고 있다.
이미연 커맨드센터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로봇의 주행 기능 문제와 프로세프 및 UI/UX의 불편감 등의 문제로 비대면 다학제 로봇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만에 하나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람 대신 환자에게 다가갈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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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한림대 성심병원이 5만건 이상 로봇을 사용할지 예단하지 못했다. 배송로봇 충전시설이 만 번 사용을 견디지 못하게 설계돼 있어 고장나기도 했다. 커맨드센터는 보급형 로봇을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해 병원 시스템을 변경해 조화를 이루는 중이다. 이는 쉬운 게 아니다. 의료진들이 로봇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진짜 고쳐야 할 부분을 얘기하는데 2년에서 3년이 걸린다. 대당 1억원을 호가하는 로봇이 제 역할을 다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커맨드 센터가 현재 가장 크게 고민하는 부분은 배송로봇의 업그레이드다. 현재 사용 중인 배송로봇은 3단 서랍장 방식인데 업그레이된 로봇은 칸막이 없이 적재량만 넓힐 수 있는 구조로 돼 있다. 또 부피도 커져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사람이 탈 공간이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배송로봇이 단종되기 때문에 고장나면 부품 재고도 없을 우려도 있다. 현재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의료진의 만족도가 높은데 업그레이드 된 모델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게 됐다.
이 센터장은 “서울 대형병원으로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지방과 중소병원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화될 것”이라면서 “로봇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기업과 의료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병원 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긍정적 사례들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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