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이슈산책] 음모론, 공포, 강한 부족주의, 그리고 극단화
프랑스 1934년: 스탈린 포비아 vs 히틀러 포비아
2025 한국: 이재명 포비아 vs 윤석열 포비아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한국사회의 극단화가 재조명 받고 있다. 1.19 법원난동 사건을 계기로 극우세력의 저변이 훨씬 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유럽의 절반이 넘는 국가에서 극우정당이 힘을 발휘하거나 집권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극우정당이 출현하고 극우정부까지 넘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전두환2기, 윤석열2기 정부는 올 것인가?
1. 우리나라의 극우
나라마다 극우가 내거는 목소리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극우는 소수의 목소리로 치부되었다. 전광훈과 태극기부대 정도라고 생각했던 극우가 윤석열의 내란을 계기로 보수의 주류로 부상했다. 윤석열이 던지는 ‘반국가세력과의 투쟁’이라는 메시지가 보수 세력을 견인했다. 민주당에 대한 반대 정서와 혐오로 보수가 결집했다.
내란 범죄로 인해 형태도 없이 완전 소멸할 것으로 보였던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비슷한 지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구성원은 12.3 이전과 같지만 메시지는 확연히 달라졌다. 거리의 우파와 확실하게 야합하고 있다. 주도권이 밖에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과 좌파들은 조갑제·정규재를 재평가하고 있다. 그들이 가장 보수적이라고 보았는데 지금은 헌법의 기본을 지키는 진정한 보수로 평가받고 있다. 헌법에 관한 태도를 보면 국힘 국회의원들이 극우가 되어버렸다. 조갑제·정규재 같은 진보(진짜 보수)는 국힘 내부에서 소수파가 되었다.
극우파들이 내거는 주장은 국힘 의원들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민족주의 형식을 빈 반중혐중, 애국으로 표현되는 숭미반북, 청년 남성 사이에 번진 안티페미니즘, 한기총에서 전광훈까지 종말론적 근본주의, 성적소수자 장애인 이주민에 대한 차별, 영남 우월적 지역주의, 정치적 차이를 빨갱이로 모는 신메카시즘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중국과 합작하여 부정선거를 했다는 가짜뉴스는 그중에서도 압권이다. 국힘의원들은 이같은 주장을 그대로 옹호, 전파하거나 방치하고 있다.
팬데믹에서부터 확산된 중국혐오라는 새로운 버전은 윤석열과 김민전 등에 의해 국힘의 것이 되어버렸다. 극우파는 이재명과 민주당이 집권하면 중국공산당처럼 우리나라도 공산사회가 된다는 중국포비아를 퍼트리고 있는데 국힘은 이게 먹히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반중정서가 확산되고 있던 터에 중국인들이 윤석열 퇴진 시위 현장에 나타나고 선거사무원으로 근무했다는 가짜뉴스는 극우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윤석열이 퍼트린 가짜뉴스에 대해, 이웃국가와 선린관계 유지를 위해서 진실을 말하는 국힘 의원들을 찾아볼 수 없다.
극우파들은 2030세대 남성들의 안티페미니즘 정서도 동원하고 있다. 서구사회에서 1970년대까지는 가정을 유지하는 경제력이 남성성의 상징이었다. 고졸남성들이 돈을 벌어 가정을 부양하고, 여성은 가정을 관리하는 구조였다. 그런데 페미니즘이 등장하고, 남자들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차지하는 알파걸이 나타났다. 게다가 세계화로 인해 남성들의 고유한 일자리가 없어졌다. 남성성을 상실하게 된 이 세력이 트럼프를 지지하는 핵심이다.
그들보다 30년 후에 한국의 대졸 남성이 그같은 경험을 했다. 남녀의 지위가 역전되었다. 남자는 학교와 직장에서 불이익을 본다고 생각한다. 남녀가 함께 취업하는 구조와 세계 경제의 변화는 남자들에게 만성적인 청년 취업난을 경험하게 한다. 그래도 기성세대는 여전히 가정을 부양하는 것이 남성성이 상징이라며 모든 책임을 다 질 것을 요구한다. 사회의 흐름과 민주당은 갈수록 여성 포용적이 되고 있다. 윤석열퇴진 집회에서도 여성이 중심이 되는 것을 보고 386세대들은 신인류가 나타났다며 찬양을 한다. 소외된 젊은 남성들은 반대쪽으로 경사된다. 이들은 극우유투버들을 보면서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찾았는지도 모른다.
개신교 보수주의는 전광훈에 대해서 선을 긋지 않는다. 극우 크리스천들이 같은 메시지를 전파한다. 영남일보 이재윤 논설위원의 컬럼을 보면 “윤통 최고, 화끈한 2차 계엄 부탁해요”라는 현수막을 내건 교회도 있다. “윤석열은 의인, 예수 그리스도에 준하는 인물, 탄핵은 영웅적인 싸움”이라고 설교하는 목회자도 있다고 한다(‘계엄의 숙주는 방 안의 코끼리다’ 중에서) 보통의 보수적인 목회자들은 중립을 지키면서 기도하라고 한다. 중립은 이 싯점에서 내란을 옹호하는 것과 다름 없다.
성적 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극우의 단골 메뉴이다. 증오의 대상을 찾아야 한다. 빨갱이 종북과 같은 기존 메뉴에다가 새로운 요소들을 집어 넣어서 그들의 증오가 완성된다. 우리와 우리 아닌 것을 차별하는 사회, 같은 종족과 다른 종족을 구분하는 이분법은 혐오와 증오 정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차이를 이해하지 않으며 차별을 옹호하고,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영남의 지역주의와 고령층의 반공주의는 극우가 자라나고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이다. 이런 정치 정서는 대의민주제 하에서 정당을 통해 집결해 왔다. 이제 그 정당의 주류와 절대다수가 극우화의 길을 걷고있다. 양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보수정당이 극우화되고 있다는 것은 앞으로 큰 역사적 불행을 예고한다.
만에 하나라도 윤석열이 복귀한다고 치자. 그는 피비린내 나는 복수를 할 것이다. 사회 전반에서 공포정치를 극대화할 것이다. 그의 귀환이 이뤄지지 않고 조기대선이 치러진다면 국민의힘 후보들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극우와 손을 잡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극우가 될려고 할 것이다. 가장 극우적인 김문수가 하루 아침에 범여권 1위가 되고 있는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런 극우화의 저변에는 민주당의 집권에 대한 포비아, 이재명정부에 대한 공포가 깔려있다. 극우의 집요한 반이재명 선전 선동이 그에 대한 거부감을 넘어서 포비아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은 보수의 아이콘이 되려고 하고 있다.
보통시민이 볼 때는 윤석열의 언어와 행동은 비루하기 짝이 없다. 보수언론조차 그를 비판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는 어차피 검투사의 세계이다. 온갖 반칙을 다하고 비겁한 행동을 해도 같은 편을 흥분시키면 된다. 우리 편이 승리하기를 바라는 심정을 자극하면 된다. 그래서 승리하면 영웅이 된다. 정치 부족주의, 팬덤 정치가 만들어낸 정치 풍경이다. 윤석열과 극우는 주권침해세력(‘친중세력’), 반국가세력(’종북세력‘)과 맞서는 선거로 프레임을 짜버렸다. 이것이 보수 대중에게 먹혀들었고, 내란을 보고 자지러졌던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꾸었다.
2. 프랑스의 1934. 스탈린 공포 대 히틀러 공포
”1934년에 프랑스 폭동이 있었다. 우리나라 법원 폭동과 비슷하다. 당시에는 좌파 연합이 집권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파 쪽에서 공포를 느꼈다. 좌파연합정부가 스탈린하고 손 잡을 것이다, 스탈린주의 소련한테 나라를 팔아 먹을 것 같다라고 하면서 청년애국당, 우파 민병대가 국회의사당에 진격을 했다. 국회 의원들을 끌어내고 장관을 잡아다가 세느강에 던져버렸다. 공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실제 좌파연합이 스탈린과 손을 잡지 않았는데, 온건 우파 정당이었던 공화연맹당이 과격파와 완벽하게 선을 긋지 않았다. ‘저들이 저렇게 한 거는 잘못했지만은 왜 저렇게까지 해왔는지 취지를 생각해 봐야 된다’는 논리였다. 그들을 폭도라고 부르면 안 된다라고 하고 실제 청년 애국당과 활동도 같이 하고 그 사람들을 영입했다.
심지어 ‘좌파 정부보다는 히틀러가 낫다’ 이런 구호까지 나왔다. 1940년에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을 했을 때, 공화연맹당 상당수가 히틀러가 세운 비시 괴뢰정권에 들어갔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면 일본 극우하고 손 잡는 꼴이다.“(김현정 뉴스쇼, 2024년 1월21일 김준일 시사평론가 )
스탈린과 손을 잡는 좌파 보다 히틀러와 손을 잡는 것이 낫다. 이것이 당시 프랑스 버전이다. 김정은 시진핑과 손을 잡고 우리나라를 공산화하려는 이재명 정부보다 파시스트 우파 정부가 낫다. 이것이 지금 한국의 극우 버전이다. 민주당이 공산주의이며 공산화를 꾀하고 있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근거가 없어도 믿게끔 여러 꼬투리를 잡아 조합한다. 민주당이 윤석열 탄핵안 초안에 “가치외교라는 미명 하에 지정학적 균형을 도외시한 채 북한과 중국,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 같은 사유가 포함된 것은 극우의 신념에 확신을 불어넣게 했다.
’저들이 저렇게 한 거는 잘못했지만은 왜 저렇게까지 해왔는지 취지를 생각해 봐야 된다‘는 프랑스 우파의 태도는 지금 국힘과 아주 비슷하다. 국힘에서 폭도들을 변호하고 옹호하고 있지 않은가. 이런 태도는 폭력을 조장하며 사회의 극우화를 부추킨다. 윤석열부터 모두가 나서서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보수적 시민의 다수는 민주당이 공산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좌편향이 있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오랜 기간의 선전 선동으로, 계급적 정서와 지역주의, 안티페미니즘, 극우민족주의, 종말론적 근본주의 이런 것들이 결합하여 민주당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축적이 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계엄령 발동을 계기로 정치적 심리적 내전이 벌어졌다. 평상시라면 수면하에 있던 민주당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공포를 매개로 하여 그들을 결집시켰다.
그 뿌리가 얼마나 강고한 것인지, 어떻게 빠른 속도로 전염병 처럼 번져나갔는지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힘이 보여준 회복탄력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것은 일대 충격이다. 민주공화정을 거부하는 내란정당의 놀라운 복원력, 그것도 극우화를 통한 회복이라는 점에 대해서 민주당은 갈팡질핑하고 있다.
어느 정당이 다음에 승리해야 되느냐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극우화 극단화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민주당의 일극주의 일극화도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탄압을 받는 야당이라면 하나로 뭉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의석을 가진 야당이며 잠재적 집권당이다. 집권을 해서라도 대통령만 바라봤던 역대 일극주의 정부들의 실패를 교훈 삼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갈등지수 조사에서 미국과 1,2위를 다툴 정도로 지역 세대 계층 갈등이 심하다. 이런 내전 상태로 선거를 치른다면 패자는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패배를 시인하고 승자를 축복하는 패배시인연설(concession speech)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승리연설(victory speech)은 빛이 바랠 것이다. 국민의 절반이 증오하는 가운데 정부가 출범할 것이다. 누가 집권을 해도 성공한 정부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극우의 토양을 줄이고 제거할려면 민주당과 국힘 내부의 헌법세력이 정치의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포용의 정치, 청년의 미래를 보장하는 미래지향적 정치, 지역과 남녀와 계층과 세대간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통합의 정치, 극우세력이 양당제의 한 축이 되지 않게끔 정치체제와 거버넌스를 바꾸는 개혁의 정치를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대화가 안되는, 통역과 번역을 통해서라도 상대방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두개의 부족간의 대립만 있을 뿐이다. 남북의 분단에 이어 헌법과 반헌법의 분단이 고착화될 것이며, 극우정부의 출현을 늘상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될 것이다.
※ 이 컬럼은 개인의 견해이며, 뉴스투데이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밝혀 둡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