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부터 제주항공까지...애경그룹 '불매 운동'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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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서민지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179명이 사망한 가운데,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 회자되면서 애경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이 관측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애경그룹은 '안전 불감증'이라는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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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상에는 애경그룹 계열사와 애경산업이 판매하는 화장품 및 생활용품 브랜드의 이름과 로고가 공유됐다. '2080 치약·리큐·케라시스·에이지투웨니스' 등이 불매 운동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다. 특히 △소비자와 밀접한 AK쇼핑몰 △생활용품과 화장품 유통사인 애경산업 등 2가지 계열사의 브랜드가 주로 언급됐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이번 참사로 공식적인 사과에 나섰지만 여론을 잠재우진 못하는 분위기다. 애경그룹은 사고 당일 오후 늦게 장영신 회장과 임직원 명의로 공개 사과문을 내며 "이번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와 조의의 말씀을 드리며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필요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주항공뿐만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총력을 다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항공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금을 최대 10억 달러(1조 4732억 원) 확보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보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송경훈 제주항공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열고 "유가족 지원과 생존 승무원 치료에 총력을 기울이고, 향후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항공기종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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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애경그룹의 오점으로 남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까지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는 지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품 '가습기메이트'의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고 판매했다. 이에 9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지난 2019년 기소됐다. 이달 26일 대법원이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재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번 참사로 애경그룹은 이미지 타격은 물론 적지 않은 여파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사고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제주항공 대형 참사로 여론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이를 증명하듯 제주항공(-8.65%)과 AK홀딩스(-12.12%), 애경산업(-4.76%), 애경케미칼(-3.80%) 등 애경그룹 관련주가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경은 최근 주요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AK홀딩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56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애경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96억 원인데 중국 수요 부진을 겪으며 반토막났다. AK플라자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그간 누적된 영업손실 규모만 900억 원이 넘는다.
AK홀딩스는 애경그룹의 지주사로, 제주항공 지분 50.37%를 보유하고 있다.
2005년 AK홀딩스는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저비용 항공사인 제주항공을 설립하며 항공 산업에 진출했다. 항공사 설립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남편이자 애경 창업주인 고(故) 채몽인 회장의 염원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