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일피일 미뤄지는 결정...얼어붙은 투심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카드를 꺼내든지 10개월여가 됐고 금투세 시행까지 이제 2개월여 남았다. 국회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책 불확실성만 커진다. 올해 최대 관심사인 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는 물론 금투업계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내년 초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는 금투세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두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찬반론만 뜨겁다. 국내 증시는 먹구름이 잔뜩 껴 부진한 흐름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금투세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시장 악영향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에 초점을 맞추며 그 방안 중 하나로 올해 초 금투세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증시에서의 투자심리는 되살아날 기미가 없어 뵌다.
특히 연말 시즌이 다가오며 세금회피에 따른 자금 이탈 가속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이 와중에 미국 대선을 앞둔 경계감과 국내 반도체들의 투심 악화 영향도 증시 상승에 찬물을 끼얹는 분위기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64포인트(1.45%) 내린 2,556.15에 장을 마쳤다. 대형주들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지수 하락을 가져왔다. 코스피 부진은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10월 한달간 코스피 종가 기준 2,500선 마감은 18거래일 중 12거래일이나 됐다.
거래대금도 연일 줄고 있다. 지난달 18일까지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6조1900억원으로, 직전 9월(16조6720억원) 대비 4800억원가량 감소했다. 9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월별 기준 올해 최저치였는데 지난달 연중 최저치를 재차 경신했다.
주식 거래대금 감소는 주식 회전율이 낮아졌다는 의미가 있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려는 투자자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도 있어 증시 침체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또 주식 투자의 열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도 감소세다. 지난달 22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4조원 수준이다. 9월말(56조8330억원)에 비해 약 2조원 넘게 빠졌다.
코스피시장에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2조2140억원 가량을 팔아치우며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에는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의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컸다.
국내 증시의 반등을 위해서는 금투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금투세 시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등 해외 증시로 빠져나가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는 관측에서다.
전문가는 금투세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건 불안 요소만 키울뿐이라고 지적한다. 어찌보면 투자심리가 지수를 결정한다고 볼 때,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1400만 개인투자자 보호는커녕 투심 위축의 주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한 상황이다.
즉 금투세 논란은 정책 불확실성을 키워내 투자 접근 시 보수적인 태도로 인해 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또 투심이 위축되면 반발을 불러와 지수 하락을 가속할 수 있으며,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세금 등의 이유로 우리 증시에서 발을 뺄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국민 4명 중 3명은 금투세 도입을 2~4년 유예하거나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여겼다. 실제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72.7%에 달한 것이다.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언즈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경제이슈 정기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투세에 대해 ‘2~4년 유예 후 재논의해야 한다’는 응답이 42.4% 나왔다. 또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30.3%를 기록했다.
예정대로 내년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한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묻는 질문에는 ‘하락할 것이다’라는 응답이 47.1%가 나왔다.
외국인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 증시 이탈도 우려 요소다. 연말 대주주 지정에서 벗어나 양도소득세 과세를 피하고자 통상 11월부터 개인의 매도주문이 몰려서다.
금투세는 주식 등 금융투자를 통한 수익이 연 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걷는 제도다. 현재 투자자들은 금투세 시행으로 세금회피를 위한 물량이 쏟아질 경우 연말 주가 하락과 국내 증시 위축 등을 우려해 반대 중이다.
대주주 기준 50억원으로 추산한 양도세 과세 대상자는 4000여명이지만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약 15만명으로 국내 투자자 전체의 1%가 해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말 세금 회피 물량 출회 등으로 지난해 11월과 12월 개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금액은 각각 6조3812억원과 7조6578억원을 기록했다. 이보다 앞서 2022년에도 개인은 11~12월 두달간 국내주식을 3조254억원어치나 팔아치웠다.
올해는 대주주 기준이 대폭 상향됐어도 금투세 시행 여부에 대한 논의가 아직 마무리 전이라 세금회피성 자금이탈을 막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금투세는 유예·폐지 조치가 안 되면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곧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를 심화시킨다.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배다. 이는 23개 선진국 전체 평균 PBR(3.2배)은 물론 24개 신흥국 평균(1.7배)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전체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수출의존도가 높아 경기변동에 민감하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품질테스트 통과 지연과 실적 등 악재로 주가가 휘둘렸다. 이러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금투세를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분명하다. 우선 금투세 과세대상인 고액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시장 전체에 충격을 줄 수 있다.
금투세 시행으로 증시에 빠진 대형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가면 제2의 부동산값 폭등이 도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자들은 현재 금투세 해결과 증시 활력을 되찾아 박스권을 벗어나야 한다고 외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금투세 이슈는 해소가 필요하다”며 “코스닥 거래대금이 하루 4조원대까지 추락했고, 10조원 이상을 기록했던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이 올 들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 폐지에 대해 야당에서 결단을 내려야한다”며 “한국 증시는 과도한 저평가 상태고 삼성전자 반등과 금투세 이슈 해결 시 언제든 급등 가능한 상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