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분기 반도체 부진 딛고 4분기 'HBM 엔비디아 납품' 희망 봤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삼성전자는 2024년 3분기 연결기준 확정 실적 발표를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하며 전영현 DS(디바이스설루션, 반도체) 부문장(부회장) 이름으로 이례적인 사과문까지 발표해 반도체, 특히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력 하락으로 비롯된 ‘삼성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게다가 연말 인사 시즌이 가까워지면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실적이 부진한 일부 사장급 교체설(說)이 제기되면서 DS사업부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31일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매출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지만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예상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다만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영향이 컸지만 메모리 사업은 선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희망의 빛줄기도 보였다.
이날 실적 발표를 앞두고 가장 주목받은 미국 인공지능(AI) 반도체 제조업체인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납품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퀄테스트(품질검증)의 중요 단계를 넘었다"는 얘기가 나와 향후 납품 가능성을 높였다.
3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매출 79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9조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7.35%, 영업이익은 277.37% 증가했다. 올해 2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 감소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실적은 매출 29조2700억원과 영업이익 3조8600원이다.
DS부문 실적은 매출 16조4400억원과 영업손실 3조7500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3분기 매출은 78.0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이와 함께 올해 2분기 DS 실적인 매출 28조5600억원, 영업이익 6조4500억원에 비해 3분기에는 매출은 2.49%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0.16% 줄었다.
이는 삼성전자가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후 나온 DS사업부 영업이익 전망치 4조2000억원에도 못 미친다. 또한 경쟁업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7조3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는 셈이다.
이처럼 DS사업부가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를 피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삼성전자 위기론으로 거론된 HBM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는 AI 및 서버용 수요에 적극 대응해 HBM, DDR(더블데이터레이트)5, 서버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됐다”며 “이에 따라 전분기 대비 HBM, DDR5 및 서버용 SSD 매출은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전 분기 대비 재고평가손 환입 규모 축소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달러 약세에 따른 환차손 영향으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HBM3E 양산을 본격화하면서 3분기 HBM 매출이 2분기와 비교해 70% 이상 성장했다. 이에 따라 3분기 10%에 머문 HBM 매출 내 HBM3E 비중은 올해 4분기에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4분기에 엔비디아 HBM3E 납품 가능성을 암시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HBM3E 8단 및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공급하기 위한 퀄테스트를 지속해 왔다.
애초 업계에서는 8단 제품 퀄테스트 결과가 8~9월에 나올 것으로 점쳤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E 엔비디아 공급이 불발됐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날 엔비디아 퀄테스트에서 중요한 단계를 끝내 의미있는 진전을 이뤘다고 밝혀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HBM3E의) 주요 고객사 납품이 지연됐지만 퀄테스트의 중요 과정을 끝내 올해 4분기에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8단 및 12단 판매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주요 고객사가 차세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들을 겨냥해 HBM3E 개선 제품을 추가로 준비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내년 상반기 목표로 HBM3E 개선 제품을 양산화하기 위해 고객사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이를 통해 기존 HBM3E는 공급을 늘리고 개선 제품은 추가로 판매해 고객사 수요 증가에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시장 예측보다 저조하지만 고부가 메모리, 특히 HBM 실적이 커지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삼성전자가 올해안으로 예상하는 엔비디아 퀄테스트 통과와 개선 제품 양산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에 SK하이닉스와 HBM 격차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가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