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집을 살 수도, 안 살 수도 없는 대한민국
[뉴스투데이=김성현 기자] 유명한 주식 격언 중 이런 말이 있다.
"공포에 사서 환희에 팔아라"
만일 이 문구를 부동산 시장에 적용한다면 지금이 사야 할 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욕구를 가로막는다.
'디딤돌 대출' 제한의 뜻을 밝혔던 정부는 거센 반발 속에 잠시지만 의지를 관철시켰다. 이에 야당은 적극적으로 반발 의사를 내비쳤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예고 없이 추진된 윤석열 정부의 디딤돌 대출 규제를 정면 비판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대출 관련 정책들이 유난히 오락가락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7일 가계부채 대응과 관련해 "국민께 불편을 드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묘하게도 기시감이 든다. 이유는 이 원장이 고개를 숙인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10일 이 원장은 일관성 없는 대출 정책 발언들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당시 이 원장은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서 조금 더 세밀하게 입장과 메시지를 내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서 국민들이나 은행 창구 직원분들께 여러 가지 불편과 어려움을 드렸고, 이 자리를 빌어 송구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당시 대출 상담을 하러 은행을 방문해도 창구 직원들조차 제대로 된 답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 돌았을 정도다.
정책적 효과는 분명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일 5대 시중은행(국미·신한·하나·우리·농협)의 이달 하루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2279억원으로 전달(3469억원)에 비해 34.3% 줄어들었다.
정부가 이토록 규제에 집착하는 이유는 계속된 수도권 집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7일 '2024년 10월 2주 전국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을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0.11%의 상승을 기록하며 전주(0.10%)에 비해 상승폭이 확대된 모습이다. 문제는 상승의 폭이 아니라 얼마만큼 오랜 기간 오르고 있냐는 데에 있다.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은 30주간 지속되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 정부가 규제책을 내놓는 것을 나무라기만 할 수는 없다. 다만 집을 사야 하는, 더 나아가서는 입주를 앞두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은 문제다.
최근 은행권부터 막히기 시작한 잔금대출은 2금융권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대부분 서민들의 경우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막아버리면 당장 몇 천만원 이상의 돈을 만들 방법이 없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집값을 잡기 위한 방도는 많지 않다. 대출 규제는 사실상 유일한 방도라고 해도 무방하다. 정책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정책은 장기적으로 가격 상승을 막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도 점차 좁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