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빅3, 여성 임원비율 8.7% 불과…매장 근무 업계 특성이 원인
견고하고 단단한 한국의 유리천장에도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국내 100대 기업 임원 여성 비율은 2019년 3.5%에서 지난해 6%로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과 경제활동 참여가 증가하면서 기업 내 여성의 기여도와 역할이 신장하는 흐름이다. 하지만 기업별, 업종별 수준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과 비교하면 한국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두껍고 단단하다는 지적도 있다. <뉴스투데이>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여성임원 현황과 실태를 점검해 보는 ‘2024 뉴투 유리천장 보고서’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ESG 경영 강화를 앞세우며 여성 인재 모시기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는 여전히 대표적인 여성 임원 불모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여성 임원 비율이 8.7%에 그친 데다가 그마저도 대다수가 사외이사인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는 다른 유통업계에서 여성 CEO가 잇따라 발탁되며 여풍 몰이를 하는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안정은 11번가 대표 등 여성리더들은 현재 경영 전면에 나서 ‘여성 CEO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다.
이 가운데 유독 편의점 업계에서 여성 임원 등용의 문이 좁은 이유가 편의점 현장 그 자체에 있다는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이 모여 주목된다. 편의점을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과거부터 현장 중심의 육체적인 노동이 수반되고 있는 만큼 남성 중심의 채용과 승진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 국내 빅3 편의점 임원 여성 비율 8%대…1명만 사내이사로 집계돼
26일 <뉴스투데이>가 반기보고서 기준 임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BGF리테일(CU)과 GS리테일(GS25), 코리아세븐 등 국내 주요 편의점 3곳의 임원(미등기 포함) 92명 가운데 여성 비율은 약 8.7%(8명)로 조사됐다.
편의점별로 살펴보면 GS리테일은 38명 중 5명으로 편의점 업계 중 가장 많은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5명 중 1명은 사외이사, 4명 미등기임원이다. 최근 3년간 사업보고서(작성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2021년 6명 △2022년 6명 △2023년 7명 등으로 타사에 비해 많은 축에 속한다.
코리아세븐은 24명중 2명이 여성임원이다. 그 중 1명이 사내이사고, 1명은 미등기임원이다. △2021년 0명 △2022년 1명 △2023년 2명 등으로 3년간 1~2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30명 중 1명(사외이사)으로 업계 중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적었다. △2021년 2명 △2022년 1명 △2023년 1명 등으로 집계돼 현상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 대졸 신입사원, OJT로 현장 근무 필요…뜻밖의 육체 노동 수반
이 가운데 편의점 업계가 여성 임원이 적은 이유로 과거부터 이어져 온 ‘현장 근무’가 지목돼 주목된다. 실제로 주요 편의점 본사에 대졸 신입사원으로 취업할 경우 OJT(현장 교육 훈련)의 일환으로 본사 직영점에서 영업 관리자로서 아르바이트와 점장, 슈퍼바이저 등 역할을 맡아 현장 근무를 수행하는 기간이 있다. 현장 실무를 체득해야 직무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예상 밖의 육체적 노동이 수반되고, 진상 고객에 대응하는 부분에서 여성 직원들이 심리적, 신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또 이같은 현장 근무를 감안해 채용 과정에서부터 여자보다 남자가 많이 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남성 임원의 수가 자연스럽게 더 많을 수밖에 없다는 풀이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약 5만5000명의 점주가 존재하는 산업 특성상, 이들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 역할은 육체적, 심리적으로 부담이 크다. 이에 슈퍼바이저들도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며 “이러한 현장에서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만큼 그동안 여성 임원이 적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유통업계는 물건을 옮기고 진열하는 등 매장 영업과 관리 부분을 감안해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채용이 됐다”며 “아무래도 매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임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남성의 임원 구성 비율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남성 비율이 일반적으로 많다 보니 남성임원이 많은 것”이라며 “패션과 뷰티 영역에 여성 비중이 높은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편의점업계에는 남성 직원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GS리테일과 BGF리테일, 코리아세븐 등 3개 편의점의 남녀 임직원 수는 각각 5024명과 1990명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2.5배 이상 많았다.
구체적으로 편의점별 남·여 임직원 수는 △GS리테일 1947명·715명 △BGF리테일 1804명·744명 △코리아세븐 1273명·531명 등으로 집계됐다.
■ 여성 임원 배출 환경 조성 필요성 제기…업계도 여성 리더십 발굴 지속
ESG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편의점 업계는 여성 임원들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제기됐다. 주요 편의점 슈퍼바이저들의 교육을 몇 차례 진행한 서용구 교수는 현장 중심의 편의점 현장을 고려하고서라도 기존 남성 중심 인력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ESG 시대를 맞이해 여성 임원을 20%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홍보와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도 순환 선임과 여성 친화정책을 통해 여성 리더십 발굴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추후 여성 임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그동안 남성 위주로 채용하다보니 현재 시니어 계층에 남성임원들이 분포하고 있는 것”이라며 “요즘 들어 유통업계에서 여성 관리자 층이 늘어나는 만큼 향후 여성임원도 많이 배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편의점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에도 여성 임원들이 있었고 임원직은 성별과 무관하게 계속 순환하며 선임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친화 정책 등을 지원하며 여성 임원을 적극 육성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