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완 기자 입력 : 2024.05.16 05:00 ㅣ 수정 : 2024.05.16 05:00
리튬·니켈·흑연 공급망으로 포스코퓨처엠 소재 사업 전격 보조 코발트 채굴 전문기업 4개사와 공급계약 체결해 희귀 광물 공급망 확보 전구체 생산능력 확장시켜 'K-배터리·소재 업계' 지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포스코그룹이 자체 원료 공급망을 치밀하게 구축해 총 120조원 규모에 이르는 글로벌 양·음극재 시장 공략에 나선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전기자동차 배터리(2차전지) 제조할 때 필요한 4대 소재 가운데 원가 비중을 약 60% 차지하는 핵심 중간재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배터리 생산원가의 40%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전해액은 리튬 이온 운반을 담당하고,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전해질과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를 제조할 때 원가에서 각각 15, 20%를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포스코그룹은 배터리(2차전지) 4대 소재 원가 비중 가운데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양극재·음극재에 대한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하이투자증권]
양극재를 만들 때 리튬, 니켈, 코발트가 필요하며 음극재는 리튬, 흑연을 사용해 만든다.
이와 관련해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그룹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소재 원료부터 양·음극재 등 최종 배터리 소재까지 모두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양극재·음극재 시장 규모 [사진=뉴스투데이 / 자료=SNE리서치]
배터리 시장조사 전문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양극재 시장 규모는 2021년 173억달러(약 23조67004억원)에서 2030년 783억달러(약 102조57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음극재 시장은 37억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142억달러(약 18조1200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커질 수록 양극재와 음극재 수요는 더욱 늘어나 관련 소재를 만들 때 필요한 광물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고려해 소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포스코그룹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69·사진)은 지난 3월 신임 회장으로 취임하며 “소재 혁신을 선도하는 그룹 역할을 되새기고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 나겠다”며 ‘미래를 여는 소재, 초일류를 향한 혁신’을 새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비롯해 포스코퓨처엠, 포스코인터내셔널 등은 광물 및 관련 중간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리튬·니켈·흑연, 원료 확보부터 제련 및 생산까지 '빈틈없는 공급망' 구축
포스코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전기차 및 배터리 시대를 대비해 리튬 확보에 노력을 쏟아왔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 및 배터리 산업 규모가 전세계적으로 크게 관심을 모으지 않았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의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걸림돌에도 선제적 안목과 과감한 투자를 추진한 포스코그룹은 △배터리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음극재 핵심 원료 흑연까지 확보하는 쾌거를 이뤘다.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포스코홀딩스는 2018년 아르헨티나 북서부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호수에 매장돼 있는 리튬 채굴 권리(광권)를 확보하기 위해 이 호수 소유권을 가진 자원개발 전문기업 갤럭시리소스(Galaxy Resources)와 2억8000만달러(약 38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해 광권을 인수했다.
광권 인수 후 포스코홀딩스는 추가 탐사로 호수에서 채굴할 수 있는 리튬 규모가 1350만t이라는 점을 알아냈다.
인수 전 매장량은 220만t으로 알려 졌지만 모두의 예상을 뛰어 넘는 리튬 채굴 규모가 집계되면서 업계에서는 '대박 인수'라는 평가가 나왔다.
포스코홀딩스는 2028년까지 현지에 리튬 정제·생산시설을 건설해 연 10만t 규모 리튬을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 약 240만대에 적용할 수 있는 물량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는 “리튬 생산공정 가운데 상(上)공정을 아르헨티나에서 진행하고 하공정을 한국에서 이행할 계획”이라며 “생산된 리튬을 포스코퓨처엠에 전달한 후 국내 양극재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요건을 준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상공정은 염수 또는 리튬광석을 황산리튬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을 뜻하며 하공정은 황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수산화리튬은 주로 고밀도·고용량을 필요로 하는 배터리 양극재에 사용된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규제를 준수하려면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로부터 광물을 확보하거나 ‘전기차·배터리·소재’ 제조 일정 부문을 진행해야 한다. 이를 고려해 포스코그룹은 상공정과 하공정을 다른 국가에서 진행해 IRA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염호 프로젝트를 발굴해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니켈 확보를 위한 사업도 다각도로 추진 중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인도네시아, 호주 등 여러 국가에 직접 투자해 니켈을 생산할 때 필요한 니켈 중간재(MHP, 니켈매트 등)를 연간 2만6000t 규모로 확보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는 니켈 매장량 2100만t인 세계 1위 니켈 보유국 인도네시아에서 지난해 2월 중국 광물 기업 닝보리친과 니켈 생산 상호협력 합의각서(MOA)를 체결해 니켈 공급망을 구축했다.
또 같은 해 지난해 5월 인도네시아에 4억4100만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해 연 5만2000t의 니켈매트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니켈 공급망 [사진=포스코그룹]
이 외에 철강·금속 사업을 하는 포스코는 2022년 전라남도 광양에 연산 2만t 규모 고순도 니켈 정제공장을 건설하기 시작해 올해안에 준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포스코그룹 계열사 SNNC가 오세아니아주 뉴칼레도니아(New Caledonia) 광물기업 NMC로부터 확보한 니켈광석을 제련·탈철공정(니켈광석에서 철을 제거해 니켈 순도를 올리는 과정)해 니켈매트를 생산한다.
포스코는 니켈매트를 정제해 고순도 니켈을 만든다. 이후 소재사업을 하는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는 형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니켈 공급망을 통해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IRA에도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천연흑연 공급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재의 공급망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포스코인터내셔널]
흑연 공급망 구축에 나서는 기업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5월 호주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 자회사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FARU Graphite)와 배터리용 천연흑연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천연흑연은 배터리 소재 가운데 하나인 음극재를 제조 하는 데 사용되는 원료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파루 그라파이트와의 계약은 1000만달러(약 140억원) 규모로 체결됐다. 파루 그라파이트가 탄자니아에 보유하는 마헨지(Mahenge) 흑연광산에서 흑연을 채굴하고 이를 포스코인터내셔널에 약 25년 동안 총 75만t 규모로 공급하는 형태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업계에 따르면 10만t의 천연흑연은 전기차 약 250만대에 사용될 수 있다. 즉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총 1875만대 전기차에 적용 가능한 천연흑연을 거머쥔 셈이다.
포스코그룹의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2차전지 공급망) [사진=포스코그룹]
특히 이 계약은 포스코그룹 시너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포스코홀딩스가 2021년 호주 블랙록 마이닝 지분 약 15%를 확보하면서 사업기회를 발굴했기 때문이다.
이 후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사업 디벨로퍼이자 트레이더 역량을 발휘해 포스코퓨처엠에 원료를 장기간 공급할 수 있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흑연 공급을 시작으로 친환경차 산업 확장에 대응해 전기차 배터리 원료부문 사업을 계속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다변화된 공급망을 통해 희토류, 텅스텐 등을 조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퓨처엠]
■ 코발트 안정적 공급망 구축과 전구체 생산능력 확장으로 소재사업에 만반의 준비 갖춰
상대적으로 희귀 광물에 속하는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포스코그룹은 광물을 직접 확보하기보다 관련 광물의 제련 기업과 접촉해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광둥 지아나 에너지 테크놀로지(Guangdong Jiana Energy Technology) △취저우 화유코발트 뉴 머티리얼즈(Quzou Huayou Cobalt new Material) 등 4개 업체와 계약을 맺고 코발트를 공급받고 있다.
포스코퓨처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회사는 총 3100t의 코발트를 확보했다.
전구체 제조 공정 과정 [사진=LG에너지솔루션]
원료 확보와 함께 양극재 중간소재 전구체 국산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사용한 전구체 가운데 국내 생산비중은 약 13%에 불과하다. 'K-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퓨처엠은 화유코발트와의 협력해 국내에서 전구체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5월 중국 코발트업체 화유코발트, 경상북도, 포항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를 통해 포스코퓨처엠은 화유코발트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고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라인을 건설한다.
이 공장은 오는 2027년 포항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내 26만7702m²(약 8만평)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전구체 생산능력을 연간 1만5000t에서 44만t으로 늘려 한국 배터리·소재 업계를 든든하게 지원하겠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