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4.06 07:00 ㅣ 수정 : 2024.04.06 08:09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발표...매출액 71조원·영업이익 6조6000억원 분기 매출액 5분기 만에 70조원대…1분기 영업익 지난해 연간 영업익 넘어 DS사업 1분기 영업이익 7000억~1조원 대...전년동기 영업손실 4조5800억 반도체 부문, 글로벌 경기 침체 파고 넘어 5분기만에 흑자 돌아서 눈길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 2025년 975조1525억원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여 HBM 세계 시장점유율 SK하이닉스 50%·삼성전자 40%...삼성전자 추월 기대 커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지난해 4분기 내내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잠정실적이며 사업 부문별 구체적인 성적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 반등이 실적 호조를 이끈 주인공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반도체 부문이 5분기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사업부문에서 7000억~1조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적자에서 벗어난 것으로 점치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1분기 훈풍을 시작으로 남은 2·3·4분기에서도 계속 실적 호조를 일궈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자신감을 드러낸 데에는 신(新)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을 꼽을 수 있다.
'High Bandwidth Memory'의 약어인 HBM은 D램 여러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가치·고성능 제품이다.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 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삼성전자 고객사인 미국 반도체 설계 기업 엔비디아가 최근 호황을 누리면서 삼성전자도 반사이익을 얻어 실적 개선에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전년比 매출 11.37%·영업이익 931.25% 상승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5일 2024년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액이 71조원,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4.75%, 영업이익은 134.04% 증가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 매출은 11.37%, 영업이익은 931.25% 늘었다. 직전 분기,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괄목할 만한 실적 개선을 일궈낸 셈이다.
사업 부문별 구체적 실적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삼성전자 DS사업부가 5분기 만에 흑자 전환해 실적 회복에 힘을 얻었다고 내다보고 있다.
DS사업부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유진투자증권 9000억원 △대신증권 7000억원 △현대차증권 7000억원 △SK증권 1억원 등이다. 시장 전망치이지만 삼성전자가 전년 동기 영업손실 4조5800억원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올해 1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열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직접 입을 열었다.
경계현 사장은 “(반도체 사업이) 올해 1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며 “이 자리에서 액수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올해 전반적으로 어느 정도 본궤도에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회복에는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D램의 가격 상승세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 서버 수요 증가에 따른 업황 회복과 함께 메모리 공급업체의 감산 효과가 맞물려 D램과 낸드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상승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으로 쓰이는 범용 D램 제품 ‘DDR4 8Gb 1Gx8’ 고정거래가격(계약 가격)은 지난해 10월 1.50달러로 지난해 9월과 비교해 15.38% 증가했다.
D램 가격은 계속 올라 지난해 11월 고정거래가격은 1.55달러(전달대비 3.33% 증가), 12월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로 전달보다 6.45% 늘었다.
이러한 상승세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D램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1.80 달러로 지난해 12월 대비 9.09% 증가했고 3월에는 1.80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24년 1분기 D램 고정가격이 약 13~18% 증가할 전망"이라며 "AI 반도체 수요 등으로 D램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풀이했다.
■ AI 반도체 올해에도 가파른 성장곡선 그려...HBM ‘진검승부’ 주목
글로벌 IT(정보기술)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이 총 6240억 달러(약 843조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매출은 2025년에는 2024년 보다 15.5% 늘어난 약 7210억 달러(약 975조1525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매출 증가세는 AI 반도체 성장에 따른 것이다.
최근 AI 반도체 산업은 매우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153억달러(약 20조6932억원)에서 2024년 약 428억달러(약 57조887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트너는 2027년 AI 반도체 시장이 1194억달러(약 161조4885억원)으로 예상해 시장 규모아 3년만에 3배 가량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 축은 현재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넓은 대역폭을 지닌 HBM이다. 지난해 5조원대였던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올해 2배 이상 커져 10조~15조원까지 커져 글로벌 반도체 시장 성장을 촉진할 새로운 캐시카우(Cash cow:주요수익원)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12H(12단 적층) HBM를 시작으로 HBM3과 HBM3E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동안 경쟁업체에 내준 글로벌 반도체 패권을 되찾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H D램 개발에 성공했다. HBM3E 12H는 D램을 12단 쌓은 구조로 이뤄졌으며 5세대 HBM 가운데 세계 최대 용량(36GB)이다.
삼성전자는 HBM3E 12H 샘플을 고객사에게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상반기에 양산을 계획하는 등 고용량 HBM 시장 선점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설비투자가 회복될 가능성이 커 HBM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올해 HBM 생산량을 지난해와 비교해 2.5배 늘리는 등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최대한 벌이고 있다.
현재 HBM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로 두 업체 가운데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서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르면 올해 두 업체간 격차가 좁혀져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제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HBM 기술력 확보와 생산투자 확대를 통해 시장 판도 변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한 올해는 엔디비아 납품 가능성도 열려있다. 엔디비아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고객사다.
그런데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3월 19일(현지시간) 엔비디아의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HBM 성능을 검증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황 CEO가 삼성전자 HBM 사용 여부 언급은 이례적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엔디비아에 HBM을 납품할 가능성이 가시화된 것으로 보인다.
엔디비아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의 독보적인 업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HBM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보다 확실하게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며 "D램뿐만 아니라 NAND 업황도 기대보다 빠르게 회복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업황은 AI 반도체, 특히 HBM이 주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남은 분기에서도 반도체 부문 흑자와 함께 실적 회복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HBM 부문에서 현재 1, 2위 업체간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아 향후 사업전략에 따라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