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영 기자 입력 : 2024.04.01 05:00 ㅣ 수정 : 2024.04.01 11:06
지난해 연간 매출액 20조6053억원...매출 증가세 5년간 이어져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애플 차지하는 비중 지난해 77.2% 돌파 사업 다각화로 자율주행용 카메라·통신모듈·라이다 등 새 사업 강화 2024년 센싱·통신·조명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 모듈’을 핵심 사업으로 선정
LG그룹의 ‘전자 3형제’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이 사업체질 개선에 따라 ‘전장 3형제’로 탈바꿈하고 있다. 맏형 LG전자는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핵심 기술로 불리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을 중심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 맞춤형 디스플레이를 고객사에 납품하고 있으며 LG이노텍은 전장(자동차 전자부품)용 제품을 다양화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LG그룹 전장 3형제의 사업 현황과 경영 전략을 살펴보는 시리즈를 3편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글로벌 소재·부품 전문 기업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 20조6053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첫 매출 20조 원대를 돌파했다.
연매출 기준으로 △2019년 7조9754억원 △2020년 9조5418억원 △2021년 14조9456억원 △2022년 19조5894억원으로 5년 연속 신기록을 갈아치운 셈이다.
수치만 놓고 보면 긍정적인 성적표다. 그러나 특정 고객사에만 치우치고 있다는 문제점도 없지 않다.
LG이노텍 핵심 고객사가 미국 IT(정보기술)업체 애플이다. LG이노텍은 카메라모듈을 중심으로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에 들어가는 고부가 부품을 납품한다.
LG이노텍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5% △2017년 55% △2018년 58% △2019년 65% △2020년 68% △2021년 83% △2022년 85% △2023년 77.2%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러한 매출 실적은 애플 실적에 따라 LG이노텍 실적도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그동안 회사 안팎에서는 LG이노텍의 사업 다각화가 당면 과제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이노텍은 미래 신(新)사업 중 하나로 ‘전장(자동차 전자부품)'을 점찍었다.
LG이노텍 전장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기준 시장점유율이 36.2%를 차지한 카메라모듈을 앞세워 △자율주행용 카메라 △통신모듈 △차량용 카메라 △라이다(Lidar·자동차에서 레이저를 발사해 주변 사람과 사물을 판단하는 장치) △파워모듈 등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까지 LG이노텍을 이끈 정철동 사장이 “차량 카메라, 라이다, 파워 모듈 등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부품사업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직접 밝힐 만큼 전장사업 확장에 대한 LG이노텍 의지는 확고했다.
특히 2023년은 연초부터 전장으로 사업체질을 바꾸려는 LG이노텍 행보가 두드러졌다.
이를 보여주듯 LG이노텍은 지난해 1월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올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23'에서 전기차(EV)·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provider)’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 행사에서 LG이노텍은 △첨단 운전자지원 시스템(ADAS)용 카메라모듈 △차량 실내용 카메라 및 레이더(Radar)모듈 △센서 퓨전 솔루션 △라이다 솔루션 △5G(5세대 이동통신)-와이파이 콤보 모듈 등 자사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한 자율주행차용 전장부품을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이후 LG이노텍은 지난해 2월 자율주행용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LG이노텍이 개발한 ‘고성능 히팅 카메라 모듈’은 렌즈 하단을 직접 가열해 전력 소모가 적고 빠른 속도로 눈·성에를 제거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렌즈 해동에 걸리는 시간이 기존 제품과 비교해 절반으로 단축된다는 게 LG이노텍 설명이다.
안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완성차 업체들은 히팅 카메라를 필수로 채택하는 흐름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글로벌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또 지난해 3월 차량용 통신 모듈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를 일궈냈다.
차량용 통신 모듈은 인터넷을 통해 사람이나 다른 차량, 신호등과 같은 인프라와 직접 연결해 통신이 가능하도록 하는 부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여주듯 시장조사기관 테크노시스템리서치(TSR)는 5G 통신모듈을 탑재한 전 세계 차량이 2023년 170만대에서 오는 2027년 2180만대로 무려 1182%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이노텍은 2019년 1세대 차량용 5G 통신모듈을 세계 최초로 출시한 데 이어 자사만의 고(高)집적·초정밀 기술을 활용해 2세대 5G 통신모듈 ‘5G-V2X’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2세대는 이전 제품과 비교해 탑재 부품 수를 60% 늘리면서도 제품 크기는 20% 줄였다. 이는 일반 신용카드의 절반 크기로 차량 내·외부에 관계없이 쉽게 장착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국내는 물론 유럽, 미국, 일본 등 글로벌 완성차 및 차량 전장부품사를 고객사로 확보해 오는 2025년까지 2세대 5G-V2X 통신모듈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기술력에 힘입어 LG이노텍은 올해 센싱·통신·조명 등을 모두 아우르는 ‘융복합 모듈’을 전장 공략 전략으로 제시했다.
CES 2024에서 전시한 센서팟(Sensor Pod)이 대표적인 예다.
센서팟은 LG이노텍의 최적화된 광학 설계와 융합 센서 조립 역량을 토대로 자율주행용 카메라 모듈, 레이더, 라이다 장점을 결합해 하나의 모듈에 담은 제품이다.
주력 사업인 통신 모듈, 라이트 모듈, 파워 모듈, 모터 모듈을 결합한 새로운 통합 모듈을 선보여 전장사업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의 전장부품사업부 매출은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장부품 사업 매출이 △2019년 1조1320억원 △2020년 1조1873억원 △2021년 1조3902억원 △2022년 1조4462억원 △2023년 1조5676억원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8년부터 6년간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해 흑자전환 기대감이 커졌지만 결국 14억66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손실이 △2018년 153억원 △2019년 519억원 △2020년 305억원 △2021년 576억원 △2022년 165억원으로 계속 줄어드는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LG이노텍은 올해 전장부품 신구 고객사 확대로 첫 연간 흑자가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LG이노텍의 새 사령탑 문혁수 대표이사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문혁수 대표는 지난 3월 21일 서울 마곡에서 열린 제48기 정기주주총회가 끝난 후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전장부품사업부와 전장용 카메라모듈을 합친 수주 잔고가 13조원대라며 향후 5년 내 5조원대 매출을 달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정철동 전(前) 대표 체제에서 전장으로 사업체질 개선을 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면 문혁수 대표 체제에서는 전장사업을 더욱 확장해 수익성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카메라모듈은 LG이노텍이 독보적 기술력을 가진 분야이기 때문에 자율주행 카메라모듈에서도 앞선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밖에 전장부품에서도 기술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올해도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해 남아있지만 LG이노텍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해도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