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주가조작·CEO 징계…‘다사다난’ 한 해 보낸 여의도
[뉴스투데이=임종우 기자] 증권가는 올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주식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공매도’를 두고 올해도 갑론을박이 펼쳐진 가운데,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개미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이를 전면 금지하고 제도 점검에 나섰다. 또 차액결제거래(CFD)를 이용하는 등 각종 주가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이 무더기로 나타나는 사건에 시장의 신뢰성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몇 년을 해묵은 이슈인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징계가 마침내 마무리되면서 일부 판매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가 이뤄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글로벌 부동산 시장 부진의 여파도 여전히 업황을 뒤흔들면서 올해 내내 증권사들의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음은 <뉴스투데이>가 선정한 2023년 올해의 증권가 10대 뉴스들이다.
■ '라덕연 게이트' 무더기 하한가…시장 신뢰 훼손
올해 4월 24일 오전 10시 38분을 기점으로 돌연 서울가스(017390)와 대성홀딩스(016710), 삼천리(004690) 등 8개 종목이 일거에 하한가로 추락하면서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졌다. 해당 종목들은 공통적으로 매도 창구 상위에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이 위치하면서 사건 초기에는 ‘SG증권 사태’라고 명명되기도 했다.
해당하는 종목들이 연일 하한가를 이어간 가운데, 내막에는 라덕연 당시 H투자자문사 대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라 전 대표 일당은 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해 주가를 조종해오고 있었는데,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일당 중 일부가 주가조작에 이용된 물량을 대거 매도하면서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당시 현직)이 다우데이타(032190)의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자신이 보유한 지분을 팔아치워 60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두자, 일각에선 시세 조종 일당과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논란 이후 차익분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한편 증권사들은 하한가 사태 이후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지목된 CFD 서비스를 일시중단했다. 당국도 CFD와 전문투자자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장 신뢰에 나섰으며, 일부 증권사는 CFD 서비스를 완전히 접었다.
■ 영풍제지 하한가에 키움증권 홍역…미수금 손실·CEO 교체
소위 ‘라덕연 게이트’의 여파가 거의 마무리되던 올해 10월 18일 코스피 상장사 영풍제지(006740)와 그 최대주주인 대양금속(009190)이 급작스럽게 동반 하한가로 진입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영풍제지는 올해 들어서 주가가 최대 730% 상승하는 등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는데, 검찰 조사 결과 이같은 오름세가 세력의 시세 조종의 영향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영풍제지 시세 조종에 가담한 일당을 체포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조사 과정 중 키움증권(039490)의 계좌가 집중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파악돼 앞서 4월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홍역을 앓았던 키움증권이 다시 한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다른 증권사들이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던 것과 달리, 키움증권은 하한가 사태 당일까지 40%의 종목 증거금률을 유지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다.
키움증권은 영풍제지 사태로 약 4000억원 규모의 미수금이 발생해 손실 위기에 처했고, 이후 리스크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가 사의를 내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차기 대표이사로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을 내정했다.
■ 라임·옵티머스 징계 마무리…박정림·정영채 '중징계’
금융위원회가 올해 11월 29일 정례회의를 통해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해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징계안을 확정했다. 논의에 돌입한지 3년 만에 마무리된 제재안에서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직무정지 3개월’,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게 됐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최소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데, 이로써 올 연말연초 임기 만료를 앞둔 박 대표와 정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의 경우 2020년 11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가 내려졌으나, 징계 논의 과정에서 KB증권이 라임 펀드에 TRS(총 수익 스와프)를 활용하는 등 거래 확대에 관여했다는 판단이 내려져 징계 수위가 한 단계 높아졌다. 징계 이후 박 대표는 겸직하고 있던 KB금융그룹 총괄부문장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정 대표는 2021년 3월 이뤄진 제재심의위에서 옵티머스 판매 관련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의결된 문책경고가 올해 정례회의까지 유지됐다. 반면 함께 징계 대상에 올랐던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비교적 가벼운 ‘주의적 경고’를 받으며 취업제한 우려에서 벗어났다.
■ '이차전지·초전도체·맥신' 테마주 순환 장세 지속
올해 주식시장은 이차전지와 초전도체, 맥신에 이어 내년 총선까지 각종 테마주가 범람했다. 우선 연초에는 에코프로(086520)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을 필두로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시장을 이끌어왔으며, 이차전지 관련 사업을 영위하지 않던 기업들도 이차전지 시장 진출을 표명하면 주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민간 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가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 초전도체 후보 물질 ‘LK-99’를 내놓으면서 과학계와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다. 당시 초전도체와 엮인 종목들은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으나, LK-99에 대한 의혹이 나타난 이후 급등했던 종목들의 주가도 일제히 상승분을 반납했다.
초전도체로 촉발된 과학 테마주의 바통을 맥신과 양자컴퓨터가 순차적으로 건네받으면서 테마주 내에서 순환되는 장세가 이어졌다. 과학 테마주가 잠잠해진 이후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위주로 한 ‘정치 테마주’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테마주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고 일부 과열 종목에 대해 거래정지를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테마주 장세는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 부동산 부진 ‘역풍’ 불어…사업 부문 축소 기조
최근 몇 년간 증권사의 ‘폭풍성장’을 견인해 온 부동산 시장이 부진에 빠지면서 ‘아픈 손가락’이 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에 해외 부동산 평가손실까지 겹치며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부동산 사업 비중이 컸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역풍이 더 거세게 불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11월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려잡았고,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은 부동산 PF 부문 조직을 축소하고 나섰다. 이외에 다른 증권사들도 부동산 사업 조직을 줄일 것이라는 후문이 도는 등 축소 기조가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다만 미국 기준금리가 시장 바람대로 내년부터 인하되기 시작한다면 부동산 시장도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증권사 실적도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 신규 상장주 가격 변동폭 확대에 공모주 투심↑
한국거래소가 올해 6월 28일부터 신규 상장주에 대해 상장 첫날 거래가격 변동 폭을 공모가 대비 60~400%로 변경했다. 기존 63~260% 대비 상단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론상 주가가 공모가 대비 4배를 기록하는 소위 ‘따따블’도 가능해졌다.
첫 적용 대상이었던 하나29호스팩(454640)은 별다른 변동 없이 지나갔으나, 이후 상장한 공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강화되면서 상장 첫날 세 자릿수 대의 상승을 기록하는 종목들이 다수 나타났다.
다만 상장 첫날 주가가 과열된 이후 다음 거래일부터 우하향하는 종목들이 다수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공모주 투기 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교보14호스팩(456490)과 DB금융스팩11호(456440) 등 사실상 페이퍼 기업인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들이 상장 당일 급등하는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 파두 ‘뻥튀기 상장’ 논란…금감원 IPO 심사 강화
공모주에 대한 투심이 강화된 가운데, 올해 8월 상장한 파두(440110)가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다.
파두는 조 단위 몸값을 내세우며 올해 IPO 시장에 드물었던 ‘대어급’ 공모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 3분기 매출액이 고작 3억2081만원에 그치는 등 충격적인 실적을 발표하면서 상장 당시 각종 지표를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해당 사태 이후 투자자들은 상장 기업인 파두뿐만 아니라 주관사와 금융당국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는 집단 소송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후 IPO 기업에 대한 심사 강화에 나섰다. 특히 기술특례상장의 경우 주관사의 책임을 강화해 최근 3년 이내 상장 주선한 기업이 조기 부실화될 경우 주식을 되사는 ‘풋백옵션’ 의무가 확대됐다.
■ 증권가 '미래 먹거리' STO 시장 꽃 피우나
증권가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받고 있는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조각투자에 대한 증권성 논란 이후 법제화 편입이 가속화되면서 관련 업체들도 저마다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금융위에 토큰증권 유통시장 개설을 위한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다. 샌드박스가 최종 승인을 얻게 되면 투자계약증권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으로 발행된 조각투자 상품의 장내 유통이 가능해진다.
뮤직카우와 서울옥션블루, 열매 컴퍼니 등 기존 조각투자를 영위하던 다수 기업들도 올해 11월부터 금감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조각투자사들은 증권신고서 승인이 완료된 이후 본격적으로 증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 금융당국, 공매도 금지…개선안 잡음 지속
금융당국은 올해 11월 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공매도 시장의 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제도 개선 기간을 가진다는 취지다.
당국은 발표 당시 금지 기간이 내년 6월 말까지라고 언급했으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라는 조건을 달면서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공매도 금지가 적용된 당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각각 5.66%와 7.34% 상승 마감하면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듯했으나, 바로 다음 거래일에 하락 전환하는 등 시장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편 공매도 금지 이후 제도 개선 과정에선 지속적인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 양측에서 모두 불만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당국은 이를 설득하기 위해 나섰지만, 의견 통합은 여전히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 외인 등록제 폐지…MSCI 선진지수 편입 채비
국내 증시에서 약 30년간 유지돼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이달 폐지된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는 국내 상장 증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이 금감원에 인적사항 등을 사전 등록하는 제도인데, 선진국 증시에선 없는 제도인 데다가 등록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등 불편이 있어 외인 자금 유입에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지난 6월 5일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의결하고 이달 1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외국 법인은 LEI(법인식별기호), 개인은 여권번호 등을 활용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절차가 간소화된다.
특히 외국인 등록제는 한국 증시가 여러 차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증시 편입에 고배를 마셔야했던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던 만큼, 추후 선진국 증시 편입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