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게임업계 '인건비 감축 효자' vs. '일자리 도둑' 논란 다시 불거져
[뉴스투데이=송서영 기자] 게입업계도 AI(인공지능)와의 동행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게임 내 캐릭터의 목소리 생성, 배경 음악이나 일러스트 제작을 AI가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익성 악화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은 줄이자'는 게임업체들은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AI 기술이다.
이에 비해 게임 관련 성우나 일러스트 작가들의 일자리 감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게임업계가 AI를 반기는 이유 '인건비 감축'
게입업계가 생성형 AI 도입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감축이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는 2023년 3분기에 인건비로 1983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3분기 매출액 4231억원의 절반에 가까운 비용이다.
다른 게임업체도 예외는 아니다.
넷마블은 2023년 3분기에 인건비 1806억원을 사용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는 28.6%를 차지한다. 3분기 네오위즈 인건비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한 396억8500만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엔씨는 공개채용 부문을 17개에서 8개로 축소했다. 넷마블도 매년 진행하는 신입공개채용 대신 규모를 축소해 채용 연계형 겨울인턴십을 직군별로 모집하기로 했다.
중소중견 게임업체들도 인건비 향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R(인적자원) 테크 기업 원티드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개발자 평균 연봉은 6595만원이다. 개발자 평균 연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47% 상승했다. 주목할 부분은 게임 개발자 평균 연봉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게임사별 신작 출시가 미뤄지고 구조조정 등이 이어지고 있다. 라인게임즈는 올해 초 전체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인원에 권고사직을 알리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 AI, 게임 내 일러스트·배경음악 손쉽게 제작
생성형 AI가 가져올 인건비 감축에 각 게임사들도 AI 도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엔씨는 국내 게임사 최초로 자체 개발한 AI 언어모델 ‘VARCO(바르코) LLM’을 지난 8월 공개했다.
‘바르코 LLM’ 기반 생성 AI 플랫폼 3종류는 △ 이미지 생성툴(바르코 아트(Art)) △ 텍스트 생성 및 관리툴(바르코 텍스트) △ 디지털휴먼 생성 및 편집, 운영툴(바르코 휴먼(Human)) 등 이다.
생성 AI 플랫폼 3종은 ‘바르코 스튜디오(Studio)’라는 명칭으로 서비스된다. ‘바르코 스튜디오’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기획과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신규 독립 스튜디오 렐루게임즈(ReLU Games)를 설립하고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게임 제작에 들어갔다. 렐루게임즈는 지난 2020년 크래프톤이 시작한 사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스페셜 프로젝트 2’가 추구해온 게임의 재미에 딥러닝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렐루게임즈는 지난 3년 간 스페셜 프로젝트 2를 운영하며 쌓은 딥러닝 게임 제작 경험과 아이디어를 신작 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푼다: AI 퍼즐(FOONDA: AI Puzzle)’로 딥러닝이 퍼즐 스테이지를 생성해 이용자에게 초개인화된 퍼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렐루게임즈는 2023년 3분기 내 ‘푼다: AI 퍼즐’의 모바일 버전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외에 음성인식을 이용한 프로젝트 오케스트라(Project Orchestra) 등 딥러닝을 통한 게임의 재미를 찾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개임 내 일러스트, 배경음악, 캐릭터 목소리 등을 AI로 손쉽게 생성할 수 있는 ‘하이퍼클로바X’를 최근 부산 종합전시관 벡스코(BEXCO)에서 열렸던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3'에 선보였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자연스러운 번역, 게임 시나리오 생성, 논 플레이어 캐릭터(NPC) 대화 스크립트 작성 등 게임에 적용된 여러 사례를 소개했다.
■ AI 도입 경계하는 창작자들
생성형 AI가 가져올 영업비용 감축이라는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는 가운데 창작자들은 일거리가 빼앗길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성우들은 지난달 넥슨의 유럽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1인칭 슈팅 게임 (FPS) '더 파이널스'에 생성형 AI로 만든 목소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성우 지아니 마트라그라노(Gianni Matragrano)는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임 내 성우 목소리가 어색하고 이상했다"고 비판하고 "성우 목소리를 무단으로 딥러닝했다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엠바크는 제작 시간 단축을 이유로 일부만 AI 목소리를 사용했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 외에도 게임 내 일러스트를 대체할 생성형 AI가 도입되면 일러스트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가득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AI와 게임은 이제 따로 갈 수 없는 체제가 됐다"며 "이들이 공존할 수 있도록 저작권을 지키는 법을 마련하고 성우 목소리, 일러스트 등을 어디까지 딥러닝하고 사용할 수 있을 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