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면, 라임 사태로…임기 만료 증권사 CEO, 자리 흔들릴까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회장이 현직에서 물러난 가운데 임기 만료를 앞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들의 거취가 관심사로 떠오르며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이 향후 CEO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겠지만, 내부통제 미흡으로 다수의 증권사에서 경영진 리스크가 부각돼 있어 올 연말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과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올 12월에,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오익근 대신증권 사장 등이 내년 3월에 임기가 만료된다.
이 가운데 NH투자증권과 KB증권, 대신증권 등은 라임·옵티머스펀드 판매사 CEO들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 확정 발표가 예정된 만큼, 연임까지 이뤄질지 여부가 관심사다.
지난해에는 기존 대표를 연임시켜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올해는 증권업계가 연초부터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했고 업황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한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1997년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취임 이후 약 26년간 CEO를 연임했고, 미래에셋증권을 증권사 최초 영업이익 1조원 달성과 자기자본 10조원대로 성장시킨 최 회장을 연임할 것으로 점쳤다.
하지만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3일 최 회장 등 창업 멤버들이 모두 물러나고 50대 임원 6명이 새로 부회장 자리에 오르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의 라임 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른 일이 내년 3월 임기 종료를 앞둔 최 회장의 퇴진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게 중론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올 하반기에 금융감독원의 강도 높은 검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궁지에 몰리면서 최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미래에셋증권의 라임 펀드의 특혜성 환매는 올해 자본시장 국정감사에 최대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제재 수위를 확정한다. 앞서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통해 박정림 KB증권 사장과 정영채 NH투자증권, 양홍석 대진증권 부회장 등은 '문책 경고' 수준의 중징계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금융당국 제재심의 절차는 ‘금감원 제재심→금융위 증선위→금융위 정례회의 의결’의 3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에서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임기를 마친 향후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상황이 이렇자,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KB증권 CEO들의 연임 여부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KB증권은 2019년부터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동안 KB증권이 WM(자산관리)과 IB(투자은행) 부문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다만 KB금융지주 회장이 바뀌었고 박 대표의 경우 라임·옵티머스 펀드 판매사 CEO에 대한 최종 제재 결정이 변수다.
6년째 NH투자증권을 이끄는 정영채 사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정 사장은 실적 개선을 이끌었지만, 사모펀드 관련 징계 이슈가 걸려 있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게다가 올해 1월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이석준 회장 역시 이번에 인사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정 사장의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올해는 미래에셋그룹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인사가 빨라지고 있다”며 “업황 불황에다가, 하반기 들어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이슈 등으로 CEO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어 빠르게 변화를 주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