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국내 탄소배출권 '한걸음 더'…중장기 전망 밝음

황수분 기자 입력 : 2023.09.27 08:33 ㅣ 수정 : 2023.09.27 08:33

내년 ETF와 ETN 출시 예고, 정부 '배출권 활성화 방안' 확정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 증권사 20곳…앞으론 개인도 거래돼
국내 증권사들, 탄소 배출은 ESG 일환 적극적 대응 등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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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어 탄소배출권 사업을 좀 더 구체화에 나섰다. [뉴스투데이DB]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올해 증권사들은 지난해 이어 탄소배출권 사업을 좀 더 구체화에 나섰다. 업계는 아직 수익까지 기대하기 어렵지만 향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며 새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증권사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갈수록 부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탄소배출권 거래 정착을 위한 활성화 방안을 내놓으며 자발적 배출권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제18차 배출권 할당위원회를 열고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방안'을 확정했다.

 

방안에는 정부가 내년부터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금융상품을 출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물시장도 조성해 시장 수요 기반을 확충한다.

 

ETF와 ETN은 각각 자산운용사와 증권사가 출시하는 간접투자상품이다. 기존에 해외 탄소배출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은 있으나 국내 시장 관련 상품은 없었던 만큼, 국내 배출권 ETF가 새로운 핵심 테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탄소배출권 ETF는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를 기반한 중장기적 전망이 밝다는 것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도 손쉽게 탄소배출권에 투자할 길이 열린다. 현재는 증권사 20곳 정도만 국내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로서 증권사 외 자산운용사 거래를 우선 허용하고, 여건에 따라 2025년부터 개인도 거래할 수 있도록 시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탄소배출권 ETF 상품은 글로벌과 유럽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배출권 시장 거래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미약한 수준이다. 반면 유럽은 80~90%를 차지한다.

 

국내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 5개 중 ‘KODEX 유럽탄소배출권선물(400570 KS)’과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은 유럽 관련 시장에 투자하고 ‘SOL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과 ‘HANARO 글로벌탄소배출권선물’은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다 인버스 ETF인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인버스’가 있다.

 

탄소배출권 ETF는 최근 3개월 동안 내림세였다. 이는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럽 시장에서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석유 소비량이 줄자 배출권 가격도 떨어진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 자체가 전 세계 시장에 자리를 잡는 과정으로, 성장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중장기적 투자처로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진규 기획재정부 탄소중립전략팀장은 "참여자 확대를 위해 배출권 위탁거래를 도입하려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며 "통과되는 대로 위탁거래에 대한 근거 규정을 기반으로 자산운용사와 같은 금융기관도 거래에 참여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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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담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이미지=freepik]

 

탄소배출권은 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로, 이를 담은 배출권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으며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ESG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대안 마련에 나서면서 증권사들도 국내외 탄소시장 선점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졌다. 

 

하나증권은 2021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탄소배출권 시장조성자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자발적 탄소배출권 업무 등록을 마치고 싱가포르 탄소배출권 거래소 CIX와 시장 활성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말 ‘자발적 탄소배출권 자기매매·장외거래’를 부수업무를 신청했다. 메리츠증권은 자발적 탄소 감축 프로젝트 인증으로 발생하는 탄소 크레딧을 공급자·수요자·중개인이 참여하는 장외시장을 통해 자기매매와 중개 업무를 영위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친환경 벤처기업인 4EN(포이엔)과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 투자한다. 이로 2030년까지 총 16만7000이산화탄소톤(tCO2)에 상당하는 자발적 탄소배출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운용사업부 내 탄소금융팀을 신설했다. 

 

KB증권은 지난해 7월 FICC 운용본부 안에 탄소·에너지 금융팀을 신설했다. 올 1월에는 경기 용인 연수원과 울산 남울산사옥에 연간 총 16만 킬로와트시(kWh) 용량의 태양광 발전 시설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연 20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은 2020년 국내 금융회사 최초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의 기후기술센터(CTCN)에 가입을 시작으로, 2020년 가입한 과학기반 감축목표 수립 이니셔티브인 SBTi로부터 2022년 국내 단일 증권사 최초로 탄소 감축 목표 승인을 획득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배출권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상당수의 기업은 무상으로 배출권을 할당받으며, 유상으로 할당받는 기업도 유상할당 비율이 10%에 불과해 기업 입장에서는 배출권 구매에 대한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다"며 “국내 기업의 배출권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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