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국감장 증인에 CEO 채택 촉각..."일단 피하는 게 상책"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금융위원회(금융위) 소관 국정감사(국감) 출석자 1차 명단이 공개된 가운데, 증권업계에서는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시선이 이동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정무위)의 금융위 국감은 가계대출 폭증과 내부통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이 핵심 쟁점으로 꼽힌 만큼 부동산 PF 부실 위험이 커 보였던 하이투자증권이 지목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밝혀낸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과 지난 4월 말 터진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가 주요 자본시장 현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에 증권가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5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국회 정무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증인 등 출석요구의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날 증인 19명과 참고인 11명 등 총 30명에 대한 일반증인 명단이 나왔다.
금융위 대상 국감에는 애플페이 도입과 관련해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 마크 리 애플코리아 영업총괄사장,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 황국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 등이 증인으로 이름이 올랐다.
금융위 국감은 당장 다음주 초에 치뤄진다. 국감장에 증인과 참고인을 세우려면 7일 전 출석요구서가 송달돼야 하기에 금융위 국감 관련 주요 증인은 사실상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셈이다.
결과로 보면 증권사 현직 최고경영자(CEO)로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유일하다. 홍 대표는 부동산 PF 상품의 일명 '꺾기' 관행과 관련해 국감장에 서게 된다는 해석이다.
하이투자증권은 PF 대출 과정에서 시행사에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 등 이른바 갑질을 한 의혹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 측은 “아직 (금융위 국감 소환 명단에 오른 것에 대해) 상황 파악 중이다”며 "꺾기라는 용어가 맞는건지도 의문"이라고 답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회의에서 "금융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인데 이번 금융위에서 그런 부분들과 관련된 증인들은 다 빠져 있는 상태"라며 "종합국감에서 간사들이 (빠진 부분에 대해) 다시 증인 채택 관련 논의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감은 감사대상기관의 운영 전반에 관한 현황보고 청취 및 정책질의, 자료제출요구, 증인 또는 참고인 출석요구, 현지시찰 등의 방법으로 실시한다.
금감원 국감은 오는 17일, 종합국감은 27일 열린다. 정무위는 증인 명단을 각각 6일과 20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이에 증인 채택과 관련해 아직 여야 논의할 시간은 남아 있다. 여야는 앞으로 있을 금감원 국감과 종합국감에 소환할 명단을 두고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증권가는 CEO 추가 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연초부터 굵직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관련 인사들이 국감에 출석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우선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환매 특혜 의혹 이슈다. 해당 이슈 여파로 금감원 국감장 소환 가능성에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거론됐다. 라임·옵티머스디 등 사모펀드 재수사를 통해 다선 국회의원 특혜성 환매의혹이 불거지면서, 미래에셋증권이 해당 사모펀드의 판매사로 알려지면서다.
지난 4월 라덕연 사태에 연루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도 증권가 국감 증인 소환에 가장 먼저 물망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라덕연 사태를 계기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감시 및 제재 체계에 대대적인 개선 조치를 단행한 만큼 국감에서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희문 부회장도 유력한 소환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사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 관련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함께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주가조작 사태의 주범인 차액결제거래(CFD) 논란보다 사모펀드 사태가 국감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란 의견도 제기됐다. 라임펀드 특혜 환매 의혹은 민주당 현역 의원이 연루된 만큼 국감에서 정쟁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검사 내용이 정치 공방으로 번지면서 괜한 증권사들만 표적이 된 것 아니냐”며 “만약 민주당이 국감에서 관련 이슈를 부각시키는 데 부담을 느낀다면 증인 출석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여하튼 증권가에서는 (국감) 큰 관문이 남은 셈이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은 다음주 10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총 18일간 진행된다. 피감기관은 자본시장 정책을 관할하고 증권사를 감독하는 곳인 만큼, 증권가는 매년 정무위 국감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시장 전문가들 가운데 이번 국감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지만, 피해갈 가능성도 나왔다. 라임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4년 만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당초 재조사하는 것이 무리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키움증권은 이미 회장이 사퇴해 지분만 갖고 있을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학 경영학과의 한 교수는 “이번 국감에서 증권사들은 피해갈 가능성도 있다”며 “정치권 공방으로 갈 것 아니라면 현재 다뤄야 할 주요 현안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 소환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