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105)] 방공유도탄여단장⑮여단 예하에 새로운 포대를 창설하면서 얻은 교훈들
최환종 전문기자 입력 : 2023.07.08 17:15 ㅣ 수정 : 2023.07.08 17:15
유도탄 포대의 애로사항 중의 하나는 자연과의 싸움, 각 참모들은 실질적인 현장 토의를 통해 문제 해결
[뉴스투데이=최환종 전문기자] 여단장 재직 중에 여단 예하에 ‘1개 포대 창설’을 준비하게 되었다. 이 포대의 위치는 꽤 오래전부터 거론되었으나 그동안 유야무야 하다가 그 해에 국방부의 승인을 얻은 후에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포대가 위치한 지역은 언급할 수 없지만 그 위치는 작전상 매우 중요한 위치라는 것만 말할 수 있다.
새로 창설되는 포대가 위치할 지역은 필자가 그동안 여러 가지 임무 때문에 수차례의 출장을 통해서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지역이지만 실제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유도탄 포대를 창설하는 것이므로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포대 창설 준비 단계에서는 포대의 위치 선정, 작전 관련 시설, 후방 지원 시설 등을 미리 준비해서 유도탄 포대 창설과 동시에 즉각 작전 임무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할 것이 상당히 많았다.
어느 정도 계획이 수립된 다음에 필자는 방포사 및 여단 참모들(창설준비 단계이기 때문에 주로 군수 참모 등 후방지원을 담당할 참모들)과 함께 해당지역으로 지형정찰을 갔다. 이 지역은 그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타군과의 협조(작전 및 후방지원)가 필수적이기에 해당 지역에 도착한 후에는 해당 지역 00여단장과 00부대장을 만나서 창설되는 포대의 작전 개념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지형을 돌아본 참모들은 사무실에서 토론하던 사항을 실제 해당 장소에 와서 보니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꽤 있음을 인식했다. 방포사 예하의 유도탄 포대들은 대부분 높은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는데, 이에 따라 유도탄 포대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는 자연과의 싸움이었다.
여름철에는 장마나 태풍, 겨울철에는 추위, 폭설, 강풍 등이 그것인데 가장 큰 애로사항 중의 하나는 ‘물(水)’이었다. 전방 격오지에서 근무했던 육군이나 해병대 장병들은 잘 알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부대 단위의 부대가 주둔하게 되면 물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곳에서도 애로사항은 유사했으나, 어떻게 보면 이 지역은 첩첩산중보다 애로사항이 더 많은,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애로사항이 정말 많은 그런 지역이다. 각 참모들은 각자 해당 분야의 문제점을 확인하고는 현장에서 실질적인 토의를 하고 협조할 부서를 식별했다. 다행히 그곳에 주둔하고 있는 00여단이나 00부대에서는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오전 지형정찰을 마치고는 준비해 간 전투식량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지형정찰이나 야외 훈련 중에는 역시 전투식량이 최고다. 군인중에 혹자는 전투식량이 싫어서 전투식량 취식을 기피하는 장병이 더러 있다. 이유는 맛이 없다나... 물론 입맛은 본인의 취향이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그런 생각을 가진 장병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을지, 또 어떻게 전투에 임할지 걱정이다.
필자가 초급장교일 때 6.25 전쟁에서 중대장, 대대장으로 참전했던 어느 예비역 육군 장군이 쓴 책을 본 적이 있다. 그 책 내용 중에 황당한 내용이 있었는데, 다름 아닌 ‘먹는 것’에 관한 사항이었다. 6.25 전쟁 초기에 국군이 후퇴를 거듭하고 있을 때 어느 전투부대 부대장(중대장 또는 대대장으로 기억한다)이 부하 장교를 불러서는 ‘본인이 쌀밥을 먹고 싶은데 방법이 없겠느냐?’라고 했단다.
전투가 한창인데 쌀밥을 구할 수 없다고 하자 그 부대장은 ‘쌀밥’을 먹으러 잠깐 마을에 가겠다고 나가서는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는 건군 초기라서 국군의 규율이나 전투력이 다소 저조했다(지도를 읽지 못하는 장교도 더러 있었다고 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부대장이라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 참으로 황당했다.
말이 나온 김에 군인의 ‘식사’에 대해서 한가지만 더 얘기하고자 한다. 필자가 공작사에서 대령 참모로 근무할 때이다. 당시 연합연습에 참가했던 미 육군 방공포병 장교들과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평소 업무차 잘 알고 있던 미 육군 중령이 이런 얘기를 했다. “최대령님! 저는 이 식사가 저의 마지막 식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지 하고 잠시 의아해하다가 이내 그 말뜻을 알아차렸다.
자신은 군인이기에 언제 어디서 전투에 투입될지 모르고, 전투에 투입되면 군인의 생사는 하늘만이 알기에 식사때마다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미군 장교들도 동의한다는 눈빛을 보냈다. 미국은 전쟁 경험이 많기에 장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 군인다운 생각이다. 그 얘기를 들은 한국군 장교들이 잠시 숙연해졌던 것이 기억난다. 필자도 그 후에는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특히 2015년 여름에 북한이 일련의 도발을 함에 따라 전군(全軍)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발령되었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태가 며칠 동안 지속되었을 때, 필자는 부대에서 식사를 할 때마다 ‘이 식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만큼 그때는 상황이 심각했었다. 당시 위기 상황이 끝나고 집에 가서 아내에게 이 말(‘이 식사가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을 했다. 처음에는 아내도 숙연해지더니 이후 같은 말을 몇 번 더하니까 눈꼬리가 올라간다. 아내들은 이런 얘기가 듣기 싫은가 보다...
아무튼 지형정찰을 마치고 참모장교들과 함께 공군 헬기 편으로 부대로 복귀했다. 복귀하면서 ‘공군에서 헬기 탑승도 이게 마지막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상념에 잠겼다. 그해 여름을 지나면서부터는 공군에서, 군 생활에서 마지막인 것이 많이 있었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여단장,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現 국립한밭대학교 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