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신약개발의 역설'에 빠진 일동제약, 고강도 쇄신 속 '시간과의 전쟁' 돌입
2020년부터 적자 위험신호 지속, 신약개발 위한 연구개발비 재무구조 부담
다수의 파이프라인 시장성 높아…출시된다면 국내 최상위 제약사로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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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정호 기자] 일동제약(대표이사 윤웅섭 부회장)이 긴축재정에 들어갔다.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구개발비 감축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있다. 이는 재무구조를 위협하는 판매관리비‧연구개발비를 줄여 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동제약의 위기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반전을 시도하려했지만 인허가등이 지연되면서 제때 출시 못하고 늘어나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를 떠안은 게 현재의 적자의 요인을 분석되고 있다.
25일 공시에 따르면 일동제약은 지난 2020년 56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후 2021년 5591억원과 2022년 6385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우상향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판매관리비도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717억원에서 2021년 1782억원, 2022년 1992억원으로 늘었다.
특히 연구개발비의 증가 폭이 컸다. 지난 2020년 601억원에 불과하던 연구개발비가 2021년 944억원, 2022년 1073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지난 2021년부터 –543억원, 2022년 –72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또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면 당기 순이익은 2020년 –131억원과 2021년 –988억원, 2022년 –1412억원이 된다.
이 같은 재무구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일동제약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선택했다. 또 임원 연봉을 삭감하는 등 뼈아픈 쇄신 작업에 돌입했다. 연구개발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파이프라인 조기 라이선스 아웃(기술수출)을 단행했다.
하지만 라이선스 인(기술 수입)과 개발 중인 신약 프로젝트의 부담은 여전하다. 일본의 시오노기 제약과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S-217622’의 국내 임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라 예산이 더욱 필요하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 되면서 S-217622 시장성도 떨어지고 있어 출시된다고 해도 매출 신장에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다만 일동제약의 신약개발 전망은 밝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시장성이 높은 의약품 위주기 때문이다.
2형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 ‘IDG16177’는 올해 임상 3상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뇨 치료제는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주요 캐시카우로 의약품 하나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임상 3상의 성공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가 지연되지 않는다면 IDG16177는 일동제약의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D120040002’도 성공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다. ID120040002는 P-CAB 계열로 치료제로 현재 시중에 출시된 ‘케이캡’의 경우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특히 케이캡은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 각국의 인허가만 무리 없이 이루어진다면 매출이 급등할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ID120040002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가 된다면 시장성은 더 커지게 된다.
이외에도 일동제약은 환자 수는 많지만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와 파키슨병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시장성이 풍부한 안구건조증 치료제도 보유하고 있다. NASH 치료제를 제외하고 아직 임상 전이라 성공가능성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다.
일동제약이 당뇨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가 차질 없이 개발돼 시장에 나온다면 지금의 재무구조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해외 출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국내 최상위 제약사로의 도약도 가능해진다.
고강도 쇄신작업 속에서, 신약개발 성과를 앞당기기 위해 신발끈을 조여매는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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