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고평가·위기설···고금리가 불러온 인뱅 ‘성장통’

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4.06 07:21 ㅣ 수정 : 2023.04.06 07:21

작년 금리 상승에 인뱅 3사 연체율 일제히 상승
케뱅·카뱅은 고평가-토뱅은 위기설···성장통 지끈
경제 불확실성 대응한 지속가능성 증명 시험대로
“건전성·수익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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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금융권 ‘메기’로 평가받으며 빠르게 덩치를 키워온 인터넷전문은행(인뱅)들이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오른 시장금리 영향에 건전성 악화 징조가 나타나는 가운데, 증시 부진으로 인한 상장 철회나 유동성 위기설 등 부정적 이슈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혁신을 앞세웠지만 기성 은행과 유사한 ‘이자 장사’ 중심의 영업을 전개하면서 인뱅 차별화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인뱅들은 신용평가 고도화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는 한편 다양한 비대면 신사업으로 지속가능성을 이어가겠단 계획이다.

 

고금리의 역습···인뱅들 체급 키웠지만 건전성 악화

 

6일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지난해 경영 실적 자료를 종합한 결과 인뱅 3사의 지난해 말 기준 여신 잔액 합계는 47조3034억원으로 전년 말(33조4829억원) 대비 약 4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은행권 전반의 대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뱅 여신 잔액 규모도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뱅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00% 비대면 방식인 만큼, 상대적으로 젊은 고객 유입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인뱅들이 체급을 키워가면서 건전성 지표도 악화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0.86%로 전년 말(0.41%) 대비 0.45%포인트(p) 급상승했다. 카카오뱅크도 같은 기간 0.22%에서 0.49%로 올랐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72%로 나타났다. 

 

총 여신에서 회수가 어려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케이뱅크 0.54%→0.95%, 카카오뱅크 0.22%→0.36%로 상승했다.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NPL 비율은 0.53%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연체율이 0.16~0.22% 수준인 걸 고려하면 인뱅의 건전성 악화 징조는 뚜렷하다. 이는 지난해 기준금리 연쇄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우상향하자 인뱅의 주력 고객층인 중저신용 차주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약화된 데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 “인뱅이 혁신이라고” 고평가 논란에 몸값 추락···사라진 차별화 

 

2017년 4월 케이뱅크가 ‘1호’로 출범한 이후 국내 인뱅 생태계가 구축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인뱅 혁신성에 의문을 보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고평가 논란은 인뱅의 몸값 추락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카카오뱅크다. 2021년 8월 증시 입성 후 9만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2만4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지난해 11월 1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회복하긴 했으나, 거의 5개월 째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아예 기업공개(IPO) 계획을 전면 재수정했다. 케이뱅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상장 선배’인 카카오뱅크 주가 부진을 의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인뱅의 차별화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플랫폼을 앞세워 고객 편의성을 증대시킨 건 사실이지만, 결국 기성 은행처럼 여·수신을 통한 이자 이익으로 먹고 사는 ‘일반 은행’ 이미지가 굳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개선 속도를 봤을 때 (인뱅이 그대로 있는다면) 앞으로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보수적인 금융 고객을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서비스와 혜택이 분명 필요한데, 아직 인뱅의 뚜렷한 무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 토스뱅크는 때 아닌 위기설···“유동성 충분” 긴급 진화 나서 

 

이런 가운데 토스뱅크는 선(先) 이자 지급 방식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놨다가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토스뱅크는 고객 혜택을 강화하겠단 취지였지만, 시장에선 수신고 확대로 ‘급전’ 확보를 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 이유가 높은 유가증권 투자 비중인 점도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 말 기준 토스뱅크 총 자산은 23조3984억원인데, 유가증권이 13조114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고객에 대출한 자산은 8조6394억원으로 집계됐다. 

 

결국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토스뱅크가 보유한 유가증권 가치도 떨어지지 않았겠냐는 논리다. 여기에 인뱅을 뒤덮은 건전성 악화 이슈도 맞물려 우려가 확산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토스뱅크가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위기설도 진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기준 토스뱅크의 유동성커버리지(LCR)은 833.5%인데, 이는 의무 비율인 100%보다 8배 이상 높은 수치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 보유 비율인데, 높을수록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 토스뱅크 상황이 미국 SVB 파산을 떠올리게 하지만, LCR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SVB와는 다르다”며 “토스뱅크의 LCR은 규제 비율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국내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라고 평가했다.

 

■ 분기점 지나는 인뱅들···건전성·성장성 ‘두 마리 토끼’ 잡는다

 

현재 인뱅을 둘러싼 각종 이슈를 앞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험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경제 상황 변동성에 대응한 기초 체력과 금융시장 선도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전성 관리 측면에선 인뱅들은 신용평가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시중은행 대비 풍부한 데이터를 무기로 내세웠다. 금융과 비(非)금융을 넘나드는 풍부한 데이터를 활용해 리스크 대응 능력 제고에 나서겠단 구상이다. 

 

성장성에 대한 특화·연계 등을 통한 상품 라인업 확대가 거론된다. 모든 금융 거래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만큼 인뱅의 강점을 살린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겠단 계획으로 보인다. 플랫폼 수익 등 비이자 이익 비중 확대는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인뱅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의 경쟁력은 사람이 많이 찾아주는 데서 나오는데, 인뱅으로 유입되는 고객 수 증가세만 봐도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고 본다”면서 “외형 확대보다는 고객에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력 확보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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