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확보하지 못해 규제 벽에 가로막힌 페이코인이 돌파구로 국내 사업 축소와 해외 시장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1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페이코인이 자체발행 코인을 활용한 국내 결제사업을 종료한다.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AG는 지난 15일 국내와 해외 사업을 이원화하는 사업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페이프로토콜AG이 발표한 신규 사업계획에 따르면 국내 제도환경 등을 고려해 현재 국내 시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페이코인 결제를 자기발행 코인이 아닌 비트코인 등 메이저 디지털자산 결제로 변경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는 페이코인을 활용한 결제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편된다.

 

국내 결제 서비스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가상자산 스왑, 예치서비스 등 다양한 지갑 관련 신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올해 상반기 내에 현재 제공하고 있는 비트코인(BTC) 외 이더리움(ETH) 등 11종의 디지털 자산 지갑 기능을 신규로 제공할 방침이다.

 

페이코인의 국내 사업 축소 개편은 가상자산 거래 사업자 자격을 얻기 위한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페이코인이 결국 국내 사업 지속을 위해 자체발행 코인 관련 사업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월 페이프로토콜은 금융당국으로부터 가상자산사업자(지갑사업자) 라이선스를 취득했다. 금융당국은 페이코인의 결제 구조 특성을 고려해 거래사업자로 변경신고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금융당국 요구에 따라 사업자 변경을 추진했지만 은행 실명계좌 확보 요건을 갖추지 못해 사업자 변경신고가 불수리 처리됐다. 거래 사업자 자격을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서 페이코인을 이용한 국내 결제 서비스 사업도 제동이 걸리게 됐다.

 

앞서 페이코인은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해 사업자 변경신고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자체발행 코인 거래에 대한 위험성을 문제삼고 있는 만큼 페이코인 기반 거래를 포기, 금융당국의 우려 요인을 없에 사업자 승인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내 사업을 축소하더라도 사업자 변경 신고 승인을 얻어내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전략이다. 페이코인의 활용 여부는 추후 진행되는 입법 과정을 보고 재시도 한다는 방침이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위한 관련 법령의 입법 및 금융당국과의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PCI 결제 서비스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페이프로토콜은 국내 시장에서 페이코인을 제외한 다른 메이저 디지털자산을 결제에 이용하는 구조로 변경하겠다는 사업변경안을 최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 사업자 변경 승인을 얻기 위한 사전 작업인 셈이다.

 

페이코인 측은 규제 통과 가능성을 높이면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은행과의 실명계좌 확보 작업도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페이코인 측은 사업자 변경 신고를 위해 전북은행과 실명계좌 계약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장 실사까지 진행하는 등 협의가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미 고팍스와 실명계좌 계약을 맺고 있는 전북은행이 추가 계약에 대한 부담과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은 페이코인의 미유통량 분에 대한 투명성 문제 제기 등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최종 계약에 이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면 국내 결제 서비스 정상화는 물론 거래 시장에서도 퇴출될 수 있다.

 

실명계좌 미 확보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사업자 변경신고가 불수리 처리되자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가 소속된 디지털자산거래소협의체(DXAX, 닥사)는 지난 1월 페이코인을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이후 지난달 닥사가 유의종목 기간을 이달 3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하면서 거래지원 중단(상장폐지) 위기는 넘겼다. 추가 연장 기간까지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국내 원화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사업개편에 따라 절차적 문제가 발생해 실명계좌 발급 시기는 더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코인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실명계좌 확보 가능성을 높이 겠다는 입장이다.

 

페이코인 관계자는 “이번 사업 구조 변경에 따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에는 추가적으로 시일이 소요될 예정”이라며 “기존에 은행과 협의한 사업 모델에서 일정 부분 변경이 발생함에 따라 변경된 구조를 반영하는 작업과 이에 따른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신규 획득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 발급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프로토콜은 국내 사업을 축소하는 대신 해외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국내 규제와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에서는 계속해서 PCI를 통한 결제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페이프로토콜은 스위스 자율규제기구인 SRO에 가입돼 스위스 현지 및 유럽시장에서 페이코인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 ‘Triple A’와 일본의 ‘UNIVA Paycast Ltd.’와의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사업진출 국가들의 라이선스 보유 기업과도 계속해서 협력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또 두바이 디지털자산 금융의 중추 DMCC(두바이복합상품거래소)의 빈 술래얌 의장과 단독 면담을 갖는 등 UAE 진출도 가시화된 상태다. 

 

페이프로토콜은 현재 싱가포르와 일본, UAE 외에도 추가로 3~4개 국가의 현지 기업들과 페이코인(PCI) 결제서비스 제공을 위해 협의 중이다.

 

류익선 페이프로토콜 대표는 “이번 사업구조 변경은 국가 별 디지털자산 규제 이슈에 대한 대응과 기존 확보한 가맹점 네트워크 및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업구조 이원화로 현재 국내 상황으로 인한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각 국가 별 시장환경에 맞춰 합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