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소비자 저축 여력 소득의 31%···가상자산 투자자 71%는 손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내 금융 소비자 절반 가까이는 저축 여력이 소득의 3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1명은 소득보다 지출이 커 저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높은 수익률을 얻기 위해 가상자산(가상화폐)에 투자한 금융 소비자 10명 중 7명이 10%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지식을 보유한 건 20%에 불과했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한민국 금융 소비자 보고서 2023’을 발간했다.
금융 소비자의 금융 생활 전반을 다룬 이번 보고서는 ‘금융거래 전반의 특징’과 ‘금융상품·채널·서비스 이용’ 및 ‘금융 브랜드 인식’ 등을 포함한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 평균 가구소득(489만원)의 86%(421만 원)는 매월 고정된 소비·보험·대출 상환·저축 납입 등으로 지출됐다. 소득에서 여윳돈은 68만원 수준에 그쳤다.
고정 저축·투자금 및 잉여(여윳돈)를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균 저축 여력은 소득의 30.9% 수준인 150만원 정도다.
금융 소비자 절반가량(45%)은 저축 여력이 소득의 30%를 밑돌았다. 특히 12.7%는 소득보다 지출이 컸다. 사실상 저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 17.9%는 당장 먹고 사는 문제 해결이 우선, 13.4%는 재정 목표가 없다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식은 MZ세대에서 더 높게 나타났는데 저축 여력이 부족해 미래를 대비할만한 여유가 많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고 진단했다.
금융 소비자 10명 중 8명은 가상자산 투자를 경험했거나 고려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평균 투자액은 883만원이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은 ‘수익률 기대’ 때문이었으나 투자 중단 이유로 ‘수익률 하락’이 가장 높게 응답됐다.
투자 경험자의 71.1%는 누적 수익률이 –10%로 조사됐다. 10% 이상 수익자보다 2.7% 많은 규모다.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지식은 2.6%가 ‘잘 앎’, 17.6%가 ‘약간 앎’라고 응답해 관심에 비해 지식 수준은 낮았다.
투자 경험자조차 ‘잘 앎’의 응답이 4.3%에 그쳤다.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아닌 ‘묻지마 투자’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금융 소비자는 거래하는 여러 은행 중 본인의 거래 규모, 빈도 등을 고려해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한 곳을 ‘주거래 은행’이라고 정의했다. 주거래 은행 한 곳의 거래 중요도는 61.1%)로 나타났다.
또 은행, 증권, 보험 등 업권과 무관하게 금융 소비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채널은 ‘모바일 앱’이었다. 최근 6개월 내 은행 모바일 앱 이용자는 82.1%로 지점 이용자보다 2.2배 많았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으로 고객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재무적 안정성’과 ‘정직·신뢰’의 이미지를 갖추는 것이라고 인식했다.
금융 소비자는 모바일 금융에 빠르게 적응하며 그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핀·빅테크 거래는 이미 전 세대에서 보편화됐고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출시 6개월 만에 50%가 경험할 만큼 빠르게 확산됐다.
금융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신규로 거래할 의향 또는 이탈할 의향 역시 각각 과반으로 금융거래의 역동적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금융상품의 운용 계획은 신중할 수밖에 없어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모습이었다. 향후 금융 여건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할 것으로 예상됐다.
윤선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업권 간 경계가 없는 치열한 경쟁 여건과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황 속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금융소비자의 변화를 이해하고 예민하게 반응해야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이번 보고서가 금융소비자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서울, 수도권 및 전국 광역시에 거주하고 본인 명의의 은행을 거래하는 만 20세~64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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