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불법 리딩방의 ‘부르심’...개미 곡소리 막아야

황수분 기자 입력 : 2022.10.21 08:30 ㅣ 수정 : 2022.10.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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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한국은 지난해 코스피 3,000시대를 맛본 이후, 올해는 2,150선까지 주저앉으며 개미들은 내내 힘겨운 곡소리를 냈다. 

 

게다가 연말효과로 우리증시에 유입되는 유동성이 줄어들어 증시가 더욱 침체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말 그대로 활황 속 장밋빛 전망이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가 개미들의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 특히 빚투(빚내서 투자)에 내몰린 투자자들이 탈출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주식 리딩방'(개인 대상 종목 추천 채팅방) 사기다.

 

불법 주식 리딩방의 경우 대부분 카카오톡, 핸드폰 SMS(문자)를 통한 홍보가 많다. 실제 증권사나 직원, 애널리스트를 사칭해 의심하지 않도록 하는 수법을 쓰며 개미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투자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기자에게 “키움증권 그룹 우리증권사 ’키움 앱‘을 사용하시는 분 200명만을 선정해 이 메시지를 전송합니다”란 유사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받는다고 했다. 물론 이런 일은 모든 사람에게도 일상다반사다. 

 

증시가 맥을 못 출수록 불법 유사수신행위(미등록 투자일임·자문업)는 더 활개를 친다. ’빚투‘로 지갑이 얇아진 개인투자자들은 '본전' 탓에 유혹에 쉽게 넘어가게 된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른바 '동학개미 천만시대'가 열렸다. 

 

주식 투자가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불법 리딩방이 보이스피싱에 버금가는 사회적 문제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대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모임에서는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사기 피해 사연 공유가 쏟아졌다. 

 

공유자 B씨는 “리딩방 가입해서 한 달에 20만원씩 내고 정보만 공유받다가 얼마 전 250만원 투자했는데 갑자기 사이트가 사라졌고 단체 문자방도 없어졌다. 정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공유자 C씨도 “리딩방 가입한 지 한 달쯤 되었는데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돈만 잃었다. 인터넷만 보면 누구나 아는 경제뉴스 정도였는데 정보줬다고 오히려 큰소리쳤다. 돈은 아직 돌려받지 못한 상태인데 너무 화가 난다”고 호소했다. 

 

불법 주식 리딩방은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단순 문자에서부터 유튜브 채널을 통한 리딩 사기도 빈번해 누구나 한 번쯤 접해봤을 법하다.

 

불법 투자 리딩방에 대한 위험성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익히 알려진 상태인 만큼 그 피해가 상당하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유사투자자문업 관련 피해민원은 2018년 905건, 2019년 1138건, 2020년 1744건, 2021년 3442건으로 꾸준히 느는 추세다. 

 

최근 한국금융소비자재단이 발표한 '2022년 금융사기 현황 조사결과'에서도 금융사기 유형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투자정보를 알려주겠다며 리딩방, SNS 등을 통해 접근하는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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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보자가 준 리딩방 문자 사례.

 

증권사들도 이 같이 자사 이름을 사칭해 불법 리딩방이 성행하자, 투자자들이 피해가 없도록 조처를 취했다.

 

증권사 홈페이지를 열면 첫 화면 상단이나 공지글 상단에 ‘주식 리딩방(개인대상 종목 추천 채팅방) 관련 경고’ 안내가 눈에 띄는 이유다. 

 

교보증권은 홈페이지에 ‘주식 리딩방에 대한 주의사항을 읽어보세요’라는 공지글과 함께 ‘주식 리딩방을 이용하고 싶으시나요? 다음 사항을 반드시 읽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라고 게재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올라온 공지글 상단에 ‘당사 키움증권 사칭 불법 리딩방 의심 문자 관련 주의 안내’를 띄우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요구했다. 

 

내용을 보면 최근 당사 키움증권 그룹이나 당사 직원을 사칭해 투자금 입금 및 자금결제를 유도하는 ‘주식 리딩방’ 문자로 발신하는 사례를 알렸다.

 

하나증권은 ‘당사 애널리스트를 사칭한 금융사기 주의 요망’을 안내했다. 

 

이 외에 신한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대다수 증권사가 투자자들의 주의 안내와 함께 실제 발송된 문자를 올려 경각심을 갖도록 했다. 

 

현재 치솟는 물가와 환율을 잡고자 한국은행은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기준금리 3% 시대가 도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11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한 번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안전하게 자산을 불리려면, 거짓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투자자 스스로 공부하고 익혀서 투자 안목을 키워내야 한다. 

 

금융 당국은 투자자에 주의만 알렸다는 것으로 책임을 면피해서는 안 된다. 유사투자자문업자 등이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은 자본시장법상 불법행위다.  

 

정부는 불법 근절을 위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법의 사각지대를 틈타 기승을 부리지 못하도록 해야 하며,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속수무책 당하지 않도록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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