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이통사-글로벌 CP 힘 겨루기에 소비자만 속 탄다

이화연 기자 입력 : 2022.10.05 17:43 ㅣ 수정 : 2022.10.05 17:43

OTT 이용자 늘자 이통사들 “망 관리 비용 늘었다” 호소
대형 CP에 망사용료 의무 부여한 법안 7개 발의
트위치 화질저하·소비자 법안 반대 흐름에 ‘흔들’
정부, 업계·소비자 의견 폭넓게 수렴해 합의점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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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화연 기자] “망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좋아하는 가수 영상을 낮은 화질로 보게 됩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젊은 층이 즐겨 쓰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최근 망사용료 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트위터에는 많은 이용자들이 #망사용료_반대 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법안 통과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주듯 지난 4일까지 관련 트윗이 2만여개에 달했다.

 

망사용료는 유튜브·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사업자(ISP) 인터넷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내는 비용이다.  일반 소비자들이 이동통신사에 인터넷을 사용하고 매달 통신비를 내는 것과 비슷한 논리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이통사들은 망 관리 비용이 늘었다고 하소연해왔다. 국내 기업 카카오·네이버는 망사용료를 이미 내고 있지만 유튜브·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특히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는 망사용료 관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지난해 2월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통사가 대형 CP에게 망사용료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한 법안이 국회에 7건 발의돼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망사용료 법안은 반드시 처리돼야 할 것으로 여겨졌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횡포’에서 국내 기업을 지켜줘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그런데 여론이 바뀐 것은 트위치 사건 이후다. 미국에 본사를 둔 스트리밍 업체 트위치는 1인 미디어 방송에 특화된 OTT로 젊은 층이 즐겨 사용한다.

 

트위치는 지금까지 1080p(픽셀)의 고화질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지난달 30일자로 돌연 화질 상한선을 720p로 낮췄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망사용료 입법에 항의하는 차원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종의 여론전(戰)인 셈이다.

 

이에 앞서 유튜브는 지난달 중순 공식 SNS를 통해 “망사용료 법안은 국내 인터넷 생태계, 한국 크리에이터(창작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의 글을 프로모션으로 걸어 노출시켰다. 유튜브 측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한국 고속도로를 건설한 건설업체에 돈을 지불하는 것과 같은 논리”라는 입장을 폈다.

 

민심은 즉각 요동쳤다. 제2의 트위치 같은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내 CP가 해외에 진출할 때도 마찬가지로 망사용료 요구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등 이 망사용료 필요성을 언급하는데 굳이 국내에서 1호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흘러나온다.

 

이 같은 외침에 국회도 방향을 트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4일 진행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망사용료 입법 부작용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ISP들이 설비투자 문제로 망사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이통3사 설비투자비는 2019년 8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4000억원으로 반 토막 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처럼 바뀐 상황에 발맞춰 법안에 재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글로벌 CP의 여론전에 휘둘려서도 안된다. OTT 없이 살 수 없게 된 지금 시간이 더 소요될지라도 폭넓게 의견을 수렴해 옳은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책임이 전가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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