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배터리 사업, '포스트 반도체'로 자리매김할 '3년의 기다림' 절실

남지완 기자 입력 : 2022.10.12 16:59 ㅣ 수정 : 2022.10.12 16:59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외 생산설비를 총동원해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추는 2025년이 될때까지 기다리는 여유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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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남지완 기자] 한국 9월 무역수지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아도 조선 및 배터리 사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어 향후 반도체에 맞먹는 기대주로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에서 금액이 가장 많은 품목이 반도체다.  반도체는 9월 한달 수출실적이 무려 114억9000만달러로 9월 전체 수출규모의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호실적을 기록한 조선(선박)과 배터리(2차전지) 부문 9월 수출액은 각각 12억달러, 9억4000만달러로 반도체 수출액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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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9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 및 증감률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조선업은 한국 조선사들이 이미 세계를 휘어잡고 있다. 다만 선두자리를 유지한다 해도 수출액이 급격하게 늘어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는 각각 울산, 거제도 등에 야드(선박 건조장)를 보유하고 있고 최대 생산 여력을 유지하고 있어 현재 상황에서 수출에 필요한 생산시설을 크게 늘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와는 다르게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빅3'는 지난해부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급격하게 외연을 확장해 이들 기업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빅3가 급성장해 반도체 업계와 쌍벽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12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약 333조원이며 시가총액 2위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13조원이다. 삼성전자의 3분의 1 수준이다.

 

또한 증권정보업체 FN가이드가 전망한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약 48조원인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조3900억원에 불과하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대내외 관심은 엄청나지만 아직까지 반도체 사업에 비해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배터리 3사가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미국 공장은 2025년이 돼야 비로소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미국 에너지부(DOE)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배터리 3사가 미국에서 가동중인 배터리 공장 설비는 미국 전체 생산 설비의 10.3%에 그친다. 다만 오는 2025년 미국 내 건설 예정인 배터리 공장 13곳 가운데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 배터리 공장과 독일 완성차업체 폭스바겐 배터리 공장 등 2곳을 제외하고 국내 빅3가 11곳을 운영한다.  

 

이때가 돼야 한국 배터리 업계가 반도체 사업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비로소 갖추게 되는 셈이다.

 

배터리 3사는 충분히 발 빠르고 신속하게 외연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호주, 캐나다 기업과 협력해 한국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에도 적극 대처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짧은 기간에 급격한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기업에 부담만 될 뿐이다.  배터리 3사의 행보를 느긋하게 지켜보며 한국 산업구조에 버팀목이 될 수 있는 '3년의 기다림'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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