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제갈량은 호로곡에서 ‘모사재인 성사재천 불가강야 (謀事在人 成事在天 不可强也)’라며 “일을 꾸미는 것은 사람이되 일을 이루게 하는 것은 하늘이어서 강제로 할 수가 없다”는 뜻으로 한탄했다.
이는 제갈량이 북벌을 단행할때 호로곡에서 사마의를 상대로 화공을 펼쳐 궁지로 몰아넣었으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국지성 호우의 비가 내려 화공이 실패하고 사마의를 살려보내고 말았다.
이를 두고 제갈량은 "과거 적벽에서는 화공으로 조조의 대군을 물리쳤으나 이번에는 소나기로 인해서 실패하였으니, 일이 이루어지고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하늘의 뜻에 달렸구나..." 하고 탄식하며 한 말이다.
진급심사를 앞두고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또는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으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활용할지라도 목숨은 하늘의 뜻에 달렸으니, 하늘의 명을 기다려 따를 뿐이다”라며 진급은 천운이라고 한다.
■ ‘운7기3(運七技三)’, 노력 및 성과 이외의 외부적인 변수, 흐름, 사람, 기운 등 컨트럴 못하는 수많은 경우 때문
세상의 어떤 조직보다도 군의 진급심사는 까다롭고 공명정대(公明正大)하다.
매 심사때마다 육군본부 진급심사실은 전후방 각 부대에서 심사위원들을 불시에 사전 통보없이 차출한다.
심사위원으로 선발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의 주변 상하급자들이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육본에서 출발한 인솔 장교는 해당 부대에 도착해서야 누구라는 것을 통보 받고 바로 선발된 심사위원을 만나 간단한 짐을 챙기게 하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외부로부터 차단시킨다.
이렇게 육군본부 진급심사실에 심사위원들이 모이면 3개반으로 편성하여 각각 격리된 상태에서 각 반별 진급심사를 시작한다.
각반에서 대상자들의 평정, 경력, 전공 및 특별한 업무성과와 표창 그리고 해당 부대 지휘관의 지휘추천 등을 놓고 치열한 논쟁을 거치며 진급심사를 하여 선발된 인원들은 다시 심사위원장 주관으로 3개반 반장들이 모여 최종 심사를 받게 된다.
최종 심사에서는 3개반에서 동시에 선발된 인원은 진급이 확정된다. 통상 80~90%는 일치한다. 그때부터 나머지 대상자의 진급심사는 더 치열해진다. 동일한 평가가 나오면 전 계급의 평가를 참조하며 심지어는 임관시 및 생도시절까지도 장단점을 비교하게 된다.
하지만 이때에는 우수자를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던 장점과 결함을 찾아내 비교하여 떨어뜨리는 것 위주이다. 헌데 더 중요한 것은 부대별 안배이다.
3개반에서 동시에 선발되어 진급이 확정된 자들을 부대별로 집계하면 진급자가 없는 부대가 생기는데 해당 부대의 사기를 고려하여 그 부대 대상자에게 우선순위가 부여되어 1개 반에서 올라온 자가 2개반에서 올라온 대상자를 제끼고 최종 확정되는 경우도 있다.
진급 결과에 따라 희비애환(喜悲哀歡)을 느끼지만 어떻게 보면 ‘운7기3(運七技三)’이란 말처럼 인생은 운이 70%, 기가 30%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때가 아님 안되는 경우가 생긴다. 비록 각반심사에서 일부 선발되었더라도 최종심사에서 부대안배로 진급에 누락되는 것 같이 노력 이외의 외부적인 변수, 흐름, 사람, 기운 등 컨트럴 못하는 수많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다음편 계속)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