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2.10.05 07:18 ㅣ 수정 : 2022.10.05 07:18
정무위 국감에서 5대 시중은행장 줄소환 횡령 등 금융사고 관련 내부통제 도마에 현행 법은 내부통제 책임 소재 불명확해 국감 이후 관련 법 개정 속도 날지 관심 은행권 “CEO 제재 초점 맞추면 부작용”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백혜련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은행권의 부실한 내부통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신뢰가 생명인 은행에서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관리 책임과 개선 방안에 대한 국회의 송곳 감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은행 등 금융사 내부통제와 관련된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최고경영자(CEO) 제재 근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가 오는 11일 진행하는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장이 증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은행권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국정감사장에 서는 건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5대 시중은행장이 줄줄이 국정감사장에 불려나가는 건 최근 은행권을 둘러싼 현안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이자 장사, 이상 외환거래 등과 함께 은행들의 부실한 내부통제 관련 감사가 집중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은행에서 잇따라 발생한 횡령 사태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은행 등 금융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피해액은 약 927억원인데, 은행권의 횡령이 약 747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5대 시중은행장은 횡령 사태 관련 현황과 재발 방지 대책을, 금감원장은 향후 금융사 감독 강화 방안을 각각 국회에 보고할 것으로 예측된다. 금감원이 지난 3일 순환 근무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금융사고 예방책’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각에선 국회가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데서 끝내지 않고,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사에 적용되고 있는 법을 뜯어고쳐 내부통제 실효성 제고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이다.
현행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금융사는 임직원이 직무를 수행할 때 준수해야 할 기준 및 절차(내부통제 기준)를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은 내부통제 기준 ‘마련’에 대한 의무만 강제할 뿐 ‘준수’ 의무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우리은행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징계 취소 소송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DLF 불완전 판매에 따른 원금 손실이 부실한 내부통제에서 초래됐다고 보고 당시 우리은행장에 중징계를 내렸는데, 우리은행 측이 제기한 취소 소송에서 정반대 해석이 나왔다.
1·2심 판결에서 당시 우리은행장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내부통제 기준 ‘마련 미흡’이 아닌 ‘준수 미흡’으로 금융사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봤다. 같은 법을 두고 금융당국과 사법부의 판단이 엇갈린 셈이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건 법 개정으로 내부통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다. 금감원이 내놓은 예방책 역시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할 여러 방안이 담겼지만, 대부분 금융사 ‘자율’에 맡기고 있어 실효성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에서 내부통제 준수 미흡에 따른 임원 제재 규정 등을 골자로 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소관위원회 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계류돼 있다.
최근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만큼 국정감사 이후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 역시 내부통제 제도 개선 테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통 국정감사에서는 여러 현안에 대한 기관의 현황이나 대책 정도가 나오고, 끝난 이후 시정 결과가 보고될 것”이라며 “법 개정이라는 게 국회 뿐 아니라 정부와도 논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진행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관련 법 개정은 경계하는 분위기다. 준법감시 강화나 자체 감사 등 금융사고 예방이 아닌 CEO 제재에만 초점을 맞추면 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제재 조치가 무조건 CEO를 향하도록 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규제를 많이 받고 있는데 제재 범위까지 확대된다면 소송 증가나 경영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