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총파업 예고한 금융노조···교섭 타결까지 ‘첩첩산중’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의 노동조합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본격적인 쟁의 행위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대규모 총파업에 나선 이들은 2차 총파업까지 예고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총파업을 막기 위해선 교섭 타결이 필수적이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올해 교섭에는 임금 인상 뿐 아니라 국책은행 지방 이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안건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勞)-정(政) 갈등이 더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에 나선 건 지난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날 총파업 집회에는 집행부를 비롯해 소속 39개 지부 조합원 등 주최 측 추산 약 2만명이 참석했다.
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및 조직 산별·연맹 위원장, 시민단체 관계자 등도 함께했다.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임금 5.2% 인상 ▲주 4.5일제 시범 도입 ▲점포폐쇄 사전 영향 평가제 도입 ▲임금피크제 개선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산업은행 부산 이전 추진 중단 등 총 34개 안건을 내놨지만, 협상 대상자인 금융사용자협의회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개악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권과 점포와 고용을 줄이고 주주배당에 목숨을 건 금융 사용자들에 맞서 금융의 공공성을 사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총파업에 따른 현장 혼란은 크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의 파업 참여자 수는 약 9807명으로, 참여율이 9.4% 수준에 그쳤다. 특히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파업 참여율은 0.8%로 1%에 미치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이번 총파업 이후에도 준법 투쟁을 이어가며 오는 30일 ‘2차 총파업’도 예고했다. 사용자협의회 측과 교섭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수만 명의 금융권 종사자들이 다시 거리로 쏟아져 나올 거란 얘기다.
2차 총파업을 막기 위해선 교섭 타결이 전제돼야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교섭 안건 자체가 34개나 되는 데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교섭에선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등 노-사 합의 범위를 넘어 정부 정책도 함께 있어 협상의 난항이 예상된다. 금융노조는 사용자협의회와 정부가 함께 답을 내놓아야 투쟁을 멈추겠단 계획이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다. 현재 정부와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 차원에서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걸 추진하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장 역시 “정부에서 결정한 사항으로 이 국정과제를 잘 실현하는 게 저의 책임”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노조는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 ‘국익 훼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시 발생할 고객기업 피해와 정책금융 수행 능력 저하, 핵심인력 유출 등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난 16일 총파업에서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참여율은 다른 지부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방 이전 저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조합원들의 총파업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2차 총파업 전 마련될 대화 테이블에서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접점을 찾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양 측은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교섭이 공회전했다. 최근 금융노조가 일부 요구안을 수정 제시했으나, 사용자협의회가 받아들이지 않기도 했다.
금융노조가 2차 총파업을 단행할 경우 노-사·정 관계도 급격히 얼어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산업은행 이전과 공공기관 혁신안 등에 대한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금융노조의 투쟁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 이전이나 공공기관 혁신안 등 정부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답을 내놓아야 한다”며 “교섭이 진행되지 않으면 2차 총파업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