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지방은행 등의 노동합이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노조는 조합원 결속력 제고를 통한 본격적인 총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특히 금융 공기업인 국책은행 노조를 중심으로 총파업 의지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며 대정부 투쟁까지 예고했다.
금융노조의 이번 총파업 이후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 노(勞)-정(政) 갈등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지난 23일 서울·경기 지역을 시작으로 25일 대구·경북, 9월 1일 부산·경남 지역 총파업 결의대회를 잇따라 진행한 뒤 오는 9월 16일 총파업에 나선다.
금융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금융사용자협의회와의 임단협 산별교섭 결렬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19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7월 말까지 총 31회 교섭을 진행했지만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산별교섭은 산업 단위 노사가 협상을 진행해 임금 및 근로 조건을 결정하면 동종 산업 전체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노사는 2010년부터 산별교섭 방식을 도입해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일단 임금의 경우 금융노조(6.1%)와 사용자 측(1.4%)이 각각 제시한 인상률 격차가 워낙 커 협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또 금융노조는 단체협약 개정 요구안으로 총 34개를 제시했는데, 사용자 측이 모두 수용 거부 의사를 밝혔다. 실무급 교섭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과정까지도 사용자 측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금융노조는 조합원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다. 실제 총파업 규모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선 영업점 조합원(직원)의 참여율이 높을수록 고객 불편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 조합원은 약 10만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다만 이번 총파업을 두고 금융노조 내부에서 시중은행 노조와 국책은행 노조 간의 미묘한 온도차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에 대해서는 모든 노조가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주요 단체협약 안건 등에 대해서 체감하는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주요 시중은행 노조는 임금 인상률 부분에 대해서 만족스럽진 않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총파업 강행에 대한 회의적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금리 상승기 은행들에 대한 이자 장사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상황 속 임금 인상을 위한 투쟁은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업무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적정 임금 인상률을 일반화하긴 어렵다”면서도 “이번 총파업을 두고 ‘연봉 1억원 은행원들의 투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책은행 노조는 연일 강한 의지를 드러내며 총파업 주도에 나서고 있다. 임단협 상대인 사용자협의회 뿐 아니라 정부에도 날을 세우고 있다. 현 정부 주요 정책을 사실상 관치(官治)금융으로 정의하고, 대정부 투쟁도 예고했다.
국책은행 노조는 직접 사정권에 들어오는 ‘공공기관 혁신안’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 국책금융기관 노조협의회는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배포하며 국책금융기관의 예산을 절감하고, 인원을 감축하겠다는 등 억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정부의 ‘지방 이전’ 이슈가 있는 산업은행 노조는 사실상 총파업 대기 상태다.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는 지난 6월 8일부터 부산 이전 반대 집회가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번 총파업에서도 지방 이전 반대 목소리도 강하게 낸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총파업에 대한 의지가 클 때는 거의 국책은행을 둘러싼 이슈가 있었다”며 “상급단체의 결정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도) 조율을 거쳐 총파업에 나설 수 있지만, 국책은행의 경우 대부분 발 벗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오는 9월 16일 전 금융권 노사가 임금 인상률 등에 대한 타협점을 찾으면 총파업도 피할 수 있지만, 한동안 국책은행 노조들의 대정부 투쟁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윤석열 정부 초기 노동·금융·공공 탄압을 방관하면 5년 내내 끌려다니다 결국 짓밟히게 될 것”이라며 “관치금융 부활과 국책은행 지방 이전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