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통장’ 고수하는 토스뱅크···금리 인상 없이 버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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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인뱅) 토스뱅크의 ‘연 2% 통장’ 경쟁력 상실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쟁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연 3%대를 돌파하면서 연 2% 금리 제공으로 고객 유치가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일단 토스뱅크는 상품 특성상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 당분간 수신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출범 초기 성장세 지속과 고객 이탈 가능성 등에 대비해 수신 상품 라인업 확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 “언제든 넣었다 빼도 연 2%” 파킹통장 타고 폭풍 성장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지난해 10월 출범하면서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토스뱅크통장’을 출시했다.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 예금을 넣었다 뺄 수 있는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예금)이다.
토스뱅크통장은 출시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저금리 기조 속 은행들의 ‘쥐꼬리 이자’에도 토스뱅크는 연 2% 이자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입·출금이 가능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또 은행권 최초로 일(日) 복리 방식인 ‘지금 이자 받기’ 시스템도 적용했다. 고객은 통장 잔액에 대한 이자를 매일 받을 수 있다. 매일 이자가 누적되기 때문에 더 많이, 더 오래 넣어둘수록 유리한 구조다.
토스뱅크통장 흥행에 힘입은 토스뱅크의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올 1분기(1~3월) 말 기준 토스뱅크 수신 잔액은 21조원을 기록했다. 가입·이용 고객도 지난달 말 기준 331만명을 넘어섰다. 출범 이후 약 7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토스뱅크 측은 “금리 인상기임에도 연 2% 금리 수시입출금 통장과 지금 이자 받기 혜택이 더해지면서 실속 추구형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 금리 인상기에도 수신금리 안 올린다···“파킹통장 중 경쟁력 있어”
다만 최근 토스뱅크의 금리 경쟁력 약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림에 따라 은행권의 추격도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기 예금 상품 기준으로 주요 시중은행 금리는 연 2%대, 저축은행은 연 3%대까지 올라섰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예금 상품은 각각 연 2.25%, 연 3.00%다. 경쟁 은행들의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토스뱅크 수신금리(연 2%)는 더 이상 ‘파격’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토스뱅크가 출범한 지난해 10월 당시 연 0.75%였던 기준금리는 현재 1.75%까지 올랐다. 0.25%포인트(p)씩 네 차례나 기준금리가 인상됐다. 기준금리 인상에 즉각 반응하며 수신금리를 올린 주요 은행들과 달리, 토스뱅크는 이 기간 한 번도 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토스뱅크는 수신금리 인상에 대해 선을 그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현재로선 수신금리 인상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토스뱅크는 표면적 금리가 아닌 ‘파킹통장’ 특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시입출금식 상품에서 연 2% 금리는 경쟁 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의 수시입출금식 예금 금리는 0%대를 형성하고 있다.
통상 은행들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저원가성 예금으로 부른다. 조달 비용이 적게 들어 잔액이 늘어날수록 은행에 이득이다. 수신고 규모는 늘리면서, 내주는 이자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스뱅크는 제로(0) 금리 시대에도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고금리를 제공하는 정반대 전략을 펼쳤다. 이 때문에 토스뱅크가 출범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미끼 상품’을 파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 투자 위축에 예·적금 인기···토스뱅크도 수신 상품 확대 검토
시장 금리가 낮았을 땐 토스뱅크통장 금리 매력도가 높았던 건 사실이다. 다만 최근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행렬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꼭 수시입출금식이 아니더라도, 예금 상품에 일정 기간 돈을 묻어놓고 고금리를 적용받고 싶어하는 고객 수요도 늘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토스뱅크통장 지속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업 초기 단계인 인뱅 특성상 금리 경쟁력에서 밀리면 수신고가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토스뱅크가 ‘언제든 뺄 수 있다’며 내세운 파킹통장 강점이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작년 말 토스뱅크 출범 이후 계속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젠 3%대 예금 상품 금리도 나오고 있다”며 “아무래도 (토스뱅크가) 처음 표방했던 차별화 포인트는 많이 약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요즘은 투자가 위축돼 있기 때문에 (고객들이) 당장 돈을 어디 쓰기 보다는, 일단 보관하고 있자는 생각이 많다”며 “만기가 짧은 예·적금 상품 금리가 (토스뱅크통장보다) 더 높다면 고객 자금이 이동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토스뱅크가 당장 수신금리를 올리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올 1분기 29억원의 손실을 본 상황에 이자 지출을 늘리는 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출 자산 성장세를 반영한 수신고 확대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토스뱅크는 수신금리 인상 대신 토스뱅크통장으로 일원화된 수신 상품 라인업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른 은행들처럼 일반 예·적금 상품도 출시해 수신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걸 고려하겠단 것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출범 후 여러 준비를 거쳐 올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 만큼 다양한 방안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