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산 건전성 숙제 영구채로 푼다…고금리 매력에 흥행 순항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 확대
자본 확충 효과, 은행권 BIS비율 개선 기대
채권시장 불확실성 불구 고금리 매력에 수요 몰려

[뉴스투데이=최병춘 기자] 자산 건전성 개선을 위해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신종자본증권, 일명 영구채 발행에 나서고 있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3일 323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5년 후 중도상환이 가능한 영구채로 금리는 4.50%다.
신한은행은 최초 증권신고서 신고 금액인 2700억원 규모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투자자들 참여가 몰리면서 최종 발행금액을 3230억원으로 증액했다.
■신한·BNK 등 주요은행 신종자본증권 흥행
KB금융지주도 지난 2월에 이어 오는 12일 33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에 나선다. 지난 4일 수요예측 결과 콜옵션 5년물 3150억원 모집에 6050억원, 10년물 200억원 모집에 200억원을 받아 총 3350억원 모집에 6250억원의 자금을 받아 흥행에 성공했다. 금리는 5년물 4.6%, 10년물 4.97%로 자금 모집에 성공했다. KB금융지주는 최대 5000억원의 증액발행을 검토 중이다.
BNK금융지주 계열 지방은행인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최근 신종자본증권 발행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경남은행은 지난달 26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 모집 규모는 1350억원이었지만 수요예측 결과 모집액을 뛰어넘는 19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번에 경남은행이 발행하는 영구채는 ESG 채권 일종인 사회적채권 형태로 발행일로부터 5년 뒤 조기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붙었다. 최종발행금리는 연 5.2%로 결정됐다.
이보다 앞서 부산은행도 ESG 성격으로 구성된 5년 콜옵션 조건이 붙은 영구채 완판에 성공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3월 말 11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수요예측에서 2240억원의 자금을 모집, 1500억원 한도까지 증액발행 하기로 했다. 최종금리는 4.3%에 확정됐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 5년 콜옵션이 붙은 신종자본증권을 1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연 4.3%로 결정됐다.
■ 자기자본 확충, BIS비율 개선 기대
이처럼 은행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은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다.
신종자본증권은 조건부자본증권 종류의 하나로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반영구적 성격을 가져 영구채라고 불리기도 한다. BIS비율(자기자본비율) 계산 시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돼 은행들의 자기자본 확충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최근 금리와 환율 급등, 대출 자산 확대 등으로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면서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BIS비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락하는 등 자본 건전성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은행별로 보면 올 1분기 말 KB국민은행의 BIS비율은 17.63%로, 전년 동기 대비 0.86%포인트(p)줄었다. 신한은행도 0.13%p 하락한 17.89%를 기록했다.
이번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도 대출자산 증가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말 BIS비율이 17.05%, 15.94%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45p, 1.92%p씩 떨어진 수치다.
하지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BIS비율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은행은 자기자본 비율은 0.18%p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모두 최대 0.46p가량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전액 영구 상각되는 조건을 갖는다. 다만 은행 신용도가 높아 기존 회사채보다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 신용도 높은 은행, 고금리가 투자 매력
신종자본증권은 변제우선순위가 후순위라 금리가 높은편이다. 최근 은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유독 높게 설정됐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는 2%대였지만 금리 인상 영향으로 은행 신종자본증권 발행금리가 4%대를 형성했다. 경남은행의 경우 5%선을 넘기도 했다.
이는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신종자본증권 금리 기준이 되는 국고채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높은 금리는 상환 부담이 큰 은행 등 발행사에는 부담이 된다. 다만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 은행 신종자본증권 흥행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발행사 부담이 커지고 투자 심리도 위축되면서 기존 채권시장이 침체한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 회사채보다 신용도가 높은 은행의 신종자본증권은 높은 금리가 투자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발표한 ‘고금리 신종자본증권의 귀환’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권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의 금리가 투자 관점에서 매력적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시중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회사채 발행금리가 크게 오른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동일 등급 회사채 대비 약 1%p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은행권 신종자본증권이 다른 회사채보다 더 높은 금리로 발행되는 것은 조건부 자본증권이라는 점과 일정 조건에 도달할 경우 이자에 대한 임의적 제한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은행의 제반 경영지표를 고려할 때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신종자본증권의 이자지급 재원이 제한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히 원리금 상환불이행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만 따져본다면 기본신용도(AA+)가 높은 신종자본증권이 일반기업(AA-)보다 훨씬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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