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56)] 헐리우드를 한 손에 접수한 아이폰 13pro

신재훈 입력 : 2021.11.20 05:30 ㅣ 수정 : 2021.11.20 05:30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 마저 느껴지는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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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험상궂은 얼굴에 산만한 덩치를 한 조직원들이 문을 두드린다. 주인공이 문을 박차고 좁은 복도를 거의 날아 다니듯 도망친다.

 

“컷” 소리와 함께 아이폰으로 영화 찍는 모습이 보인다. 탭 사인과 함께 장면이 바뀌어 포화가 가득한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동료를 들쳐 업고 사력을 다해 걸어가는 군인의 모습이 보인다.

 

또다시 장면이 바뀌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서부의 한 선술집에서 의자를 거칠게 쓰러뜨리며 무법자를 제압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인다.

 

“헐리우드가 내손에” 라는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 마저 느껴지는 카피와 함께 촬영 감독은 영화를 찍던 아이폰을 주머니에 넣고 유유히 사라진다.

 

똑 같이 영화 촬영을 보여주었던 아이폰 12pro 광고와는 주장의 차원이 다르다. 아이폰 12pro 광고는 “make movies like the movies”라는 슬로건처럼 아이폰 12pro로 누구나 쉽고 편하게 “영화같은” 훌륭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한 광고에서 보여주는 아이폰 12pro로 찍는 장면들도 기존의 크고 무거운 고가의 카메라로 찍을 경우 어렵거나 불가능한 장면들이다. 아무런 자랑 없이 요란도 떨지 않고 아이폰으로 영화 찍는 과정과 결과물을 그냥 무심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를 충분히 공감하고 감탄하게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영화촬영의 메인은 전문 카메라고 아이폰은 훌륭한 대안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이다. 이것이 12pro, 13pro 광고의 차이이며 또한 자신감과 오만함을 가르는 경계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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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13pro 광고는 전편과는 다르게 주객이 전도된 모습으로 보여준다. 아예 대놓고 영화 촬영의 메인임을 선언한다. 영화 촬영 전문 카메라 없이 아이폰 13pro만으로도 완벽하게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한 표현이 자신감을 넘어 오만함 마저 느껴지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이 카메라만의 몫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이는 단지 표현 수위의 문제가 아닌 팩트의 문제다. 영화 촬영에 있어 카메라의 비중이 적지는 않으나 카메라가 전부인 것은 아니다. 한 편의 영화를 완성하려면 영화에 미친(?) 다양한 스탭들과 영화 제작 시스템 그리고 촬영, 편집, 녹음 등의 장비가 모두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팩트를 왜곡하여 마치 좋은 기능과 성능을 가진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헐리우드 수준의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과장된 주장이 귀에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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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잘나가는 유튜버가 기고만장하여 “방송국이 내 손안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주장을 펴는 오만방자한 태도는 아이폰 12pro 광고에서 보여준 공감과 감탄에 이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잘난 척이 지나쳐 밉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광고가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우선 거부감이 없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광고가 보여주는 지나친 자신감은 득이 아닌 독이 된 듯하다. 광고 표현에 있어서도 우리의 인생처럼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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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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