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11.07 04:20 ㅣ 수정 : 2021.11.07 04:22
병 주고 약 주는 광고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산은 말합니다. / 성급함에 지름길을 찾다가 한 순간에 헛디딜 수 있다고 / 디지털 자산 투자도 잘못된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확고한 투자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 지나침을 경계하세요 / 명확한 기준으로 투자하세요”
“바다는 말합니다. / 겉으론 평온해 보여도 집채만한 파도를 숨기고 있다고 / 디지털 자산 투자도 인생이 휩쓸리지 않도록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고 / 지나침을 경계하세요 / 일상을 지키며 투자하세요”
“바람이 말합니다. / 지금의 순풍이 삽시간에 폭풍우로 변할 수 있다고 / 디지털 자산 투자도 풍문에 휩쓸리지 말고 기술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 지나침을 경계하세요 / 하나하나 따져보고 투자하세요”
산, 바다, 바람이 알려주는 철학적이고 교육적인 카피가 흘러나온다.
“일확천금을 노리지 말고 자기만의 명확한 기준으로 일상을 지키며 여유자금으로 지나치지 않게 하나하나 따져보고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라”는 광고 메시지는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라”는 워런 버핏의 말 만큼이나 동의할 수 있는, 아니 백 번 옳은 말이다.
문제는 머리와 행동이 항상 따로 논다는 것이 문제지만 말이다.
디지털 자산, 쉽게 말해 코인 투자는 다른 어느 투자 보다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코인의 필요성, 활용성 등 존재의 이유와 가치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다른 투자에 비해 훨씬 예측이 어렵고 등락도 심하기 때문이다.
머스O의 SNS 메시지 하나에 등락을 반복할 만큼 말이다.
광고 메시지를 액면 그대로 보면 자신에게 불리한 정직한 말을 하는 광고다. 디지털 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디지털 자산 거래소가 스스로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어의 눈물처럼 광고 메시지와는 반대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또한 위험의 대명사인 코인 거래소가 새삼 안전투자를 권유하는 광고를 하는 이유가 무얼까?
사실 그런 광고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마케팅 차원에서는 인허가 이슈 이후 새롭게 재편될 거래소 시장에서 No. 1 이미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M/S 경쟁이 아닌 시장 자체를 키우는 것은 No. 1 브랜드의 기본 전략이기 때문이다.
도덕적 차원(기업의 위기 관리)에서는 면피를 위한 것이다. 부동산 분양 광고의 “위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이나 증권사 투자 상품 광고의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음”이라고 쓴 경고문처럼 “우린 이미 디지털 자산 투자의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 했으니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우린 책임 없어”라는 발뺌을 하기 위한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