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9.04 06:33 ㅣ 수정 : 2021.09.07 16:15
짠한 광고 vs 짜릿한 광고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바닷가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열심히 뛰노는 서양 젊은이들이 보인다.
화면이 바뀌어 기름때 묻은 얼굴의 자동차 수리공, 선풍기에 의지해 공부하는 수험생, 생수 박스를 나르는 알바생, 불 앞에서 요리하는 요리사 등 땀 흘리며 열심히 일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일을 끝마치고 친구와 기분 좋게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차례로 나온다.
천천히 바뀌는 비주얼에 맞춰 잔잔한 음악이 깔리고 아래의 카피가 흘러간다.
“이것은 멋진 여름 맥주 광고/ 화려한 모델들이 나와 멋있게 맥주잔을 부딪치고/ 시원하게 물을 맞으며 캬~하는 그런 장면 한번 안 나오는/ 이것은 진짜 멋진 여름 맥주 광고”
이 광고는 영화 해운대와 국제시장을 흥행시킨 윤제균 감독의 작품이다. 1분이 넘는 러닝 타임,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스토리는 마치 한편의 영화 같다.
만약 영화였다면 또 한번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광고적 측면에서도 시대가치를 담은 Creativity, Insight가 뛰어난 보기 드문 수작이다.
물론 같은 방식으로 성공한 박카스의 스토리, e편한세상의 카피와 많이 닮아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광고 자체의 재미와 감동보다 광고의 효과, 즉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매출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유명 광고회사의 모토가 금전출납기였다는 사실이 매출의 중요성을 대변하고 있다.
또한 같은 진정성 있는 리얼한 표현방식이라도 피로회복제와 맥주라는 제품의 차이만큼이나 소비자의 반응과 광고 효과도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동을 주는 광고 vs 맥주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 광고”라는 기준으로 이 광고를 평가하면 “전술적 성공, 전략적 실패”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전술 면에서 감독은 주어진 전략에 맞춰 감동적이고 짠한 최고의 광고를 만들었다.
문제는 감동을 주는 짠한 광고라는 전략 방향이 제품의 소비 특성과 맞지 않는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2030을 위로하는 목적이라면 맥주 브랜드 광고가 아니라 맥주를 만드는 기업의 광고(기업PR)를 했어야 했다. 이상적인 광고운용 전략은 더운 여름 맥주가 땡기게 만드는 짜릿한 광고는 브랜드 광고로, 코로나로 지친 2030을 위로하는 짠한 광고는 기업PR로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이다.
힘든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지긋지긋한 삶의 단면(Slice of life)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광고를 보며 “맥주 마시고 싶다”고 느낄 것인가? 아니면 “TV보며 쉬고 있는데 하필 잊고 싶은 지긋지긋한 일상을 또 생각나게 만드네”라고 느낄 것인가?
유니세프 같은 자선단체의 경우 기부 대상인 광고에 나오는 주인공과 기부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에 비참한 현실을 최대한 리얼하고 짠하게 보여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맥주는 다르다.
미국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버드와이저, 밀러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그리고 카스광고에서 비판한 “화려한 모델들이 나와 멋있게 맥주잔을 부딪치고/ 시원하게 물을 맞으며 캬~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광고가 맥주를 마시고 싶게 만드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며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짠한 리얼리티 광고보다 현실을 잊고 꿈과 환상에 빠지게 만드는 짜릿한 판타지 광고를 더 선호한다.
이는 많은 조사와 분석을 통해 이미 검증된 사실이며 또한 모든 맥주 브랜드들이 지금까지 비슷비슷하고 뻔한 광고를 매번 모델과 장소만 바꿔가며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