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7.02 06:07 ㅣ 수정 : 2021.07.12 10:12
방송의 반은 트로트, 광고의 반은 치킨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이 있다. 고기가 많다는 것을 과장해서 표현한 말이다. 요즘 TV를 켜면 방송 프로그램의 반이 트로트다. 또한 방송 중간에 나오는 광고의 반은 치킨광고다.
치킨광고가 많아진 이유는 코로나19로 외식 대신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식사와 간식을 겸할 수 있고, 배달로 인한 맛의 변화가 비교적 적기 때문에 배달음식의 대명사인 치킨의 소비가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이러한 기회를 놓칠 치킨 회사들이 아니다. 현재 20개 이상의 치킨 브랜드가 TV광고를 하고 있다.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광고하는 브랜드 수도 늘었지만, 광고 방식과 내용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과거 치킨광고는 이랬다. 잘생기고 예쁘고 잘 빠진 남녀 아이돌이 나온다. 그들의 히트곡에 맞춰 칼 군무를 추면서 노래한다. 중간 중간 닭 튀기고 양념을 버무리는 씨즐(sizzle) 장면이 나온다.
마지막에 닭다리 하나씩 들고 폼 잡으며 OO치킨 맛있다고 외친다. 물론 닭다리는 끝까지 입에도 안대고 폼 나게 들고만 있다. 아이돌을 모델로 활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방송과 온라인 컨텐츠를 달구었던 먹방과 리얼리티 프로의 영향으로 치킨광고도 리얼리티로 변했다. 이제 치킨을 먹지 않고 바라보며 폼만 잡는 모델은 없다.
맛있게 치킨을 먹는 모습은 필수가 되었고 당연히 실감나게 맛있게 먹는 모델들이 캐스팅된다. 치킨을 먹고 싶게 만들고 주문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맛있게 먹느냐, 적어도 맛있게 먹는 것처럼 보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치킨 광고는 모델이 치킨을 맛있게 먹는 것은 기본이고 치킨을 최대한 맛있게 보이기 위해 기름에 튀기고, 굽고, 버무리는 등의 요리 장면이 맛있게 먹는 장면과 결합하여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잘 살린 치킨광고는 배우 조정석이 모델로 출연한 자O치킨 광고가 아닐까 한다. 새로운 재료, 양념, 레시피로 만드는 요리 장면을 통해 우리의 침샘을 자극하고 배우 조정석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통해 우리의 식욕을 폭발시킨다.
치킨 광고가 많아진다는 것은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또한 치킨업계가 호황을 누린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코로나19로 치킨업계가 호황을 맞았음에도 대부분의 치킨가게 점주들은 어려움을 겪고, 심지어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반면 치킨 기업들은 사상 유래 없는 최고 매출과 영업이익을 실현했다는 사실이다. 점주들의 어려움을 함께 아파하며 진정한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신재훈 프로필▶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