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JOB리포트] ‘IT공룡’ IBM은 왜 재택근무제를 폐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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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정진용기자)
계속되는 매출감소에 37년간 고수해온 재택근무 전격 폐지
변형된 정리해고 비판 속 다른 대기업들에도 영향 미칠 듯
재택근무제의 선두주자였던 IT공룡 미국 IBM이 재택근무제를 전격적으로 폐지하고 전 사원에 사무실 복귀를 지시하면서 재택근무제를 둘러싼 효율성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IBM은 최근 재택근무 중인 수천 명의 직원에게 “한 달 안에 거주지의 지사 사무실로 복귀하고, 아니면 회사를 떠나라”는 통지를 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BM의 재택근무제 폐지는 시장에 상당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IBM은 1980년부터 재택근무제를 실시해온 재택근무제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IBM의 이번 조치는 미국 내 마케팅본부에 소속된 26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IBM은 이미 다른 부서에 대해서도 재택근무제를 폐지했고, 앞으로 남은 부서에 대해서도 재택근무제 폐지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IBM이 재택근무제를 처음 도입한 것은 1980년이다. 이후 재택근무제는 빠르게 확산돼 2009년 전체 IBM 종사자(전세계 기준) 38만6000명의 40%인 15만여명이 재택근무제를 채택할 만큼, IBM은 재택근무제의 상징이었다.
이른바 원격근무제(remote work)는 IBM의 자랑거리였다. IBM은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언제, 어느 곳이든 일터가 된다'고 고객에게 홍보했고, 실제 사내에서도 직원에게 유연근무를 적극 허용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시장환경과 그로 인한 실적악화가 재택근무에 대한 IBM의 인식을 바꿔놓았다. IBM은 수년째 실적악화에 시달렸다. 20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올해 1분기에도 작년 동기에 비해 2.3%의 매출감소를 기록하는 등 실적하락은 끝을 모르게 진행 중이다.
수 년째 이어지고 있는 구조조정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5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인도 IBM은 최근 5000명을 구조조정한데 이어 3만명 정도를 추가로 해고할 것이라는 소문에 휩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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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역시 IBM의 실망스런 실적을 이유로 최근 IBM 주식을 대거 내다팔았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1분기중 IBM 지분 21%를 매각했다. 버핏은 최근 CNBC 인터뷰에서 IBM 지분을 약 3분의 1 가량 팔아 치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2분기에도 지분을 추가로 정리했을 공산이 크다.
버핏은 지난 2011년 IBM 주식을 처음으로 사들이기 시작했지만 최근 IBM을 잘못 평가하고 있었다고 언론에 밝혀 IBM에 실망했음을 시사했다.
이번 재택근무제 포기는 이 같은 실적악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변형된 해고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IBM은 애틀랜타, 오스틴, 시카고,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재택근무 중인 미국 내 마케팅 직원 2600명에 대해 지역 사무실로 복귀할 지의 여부를 한 달 안에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수용하지 못 하는 직원에게는 90일의 유예기간을 주고 거취를 결정하도록 했는데, 갑작스런 근무환경 변화로 사실상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런 결정은 재택근무제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여온 다른 대기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당수 대기업이 재택근무제 폐지를 고려하면서도 직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선뜻 폐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IBM의 결정을 계기로 향후 재택근무제 폐지를 결정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야후는 지난 2013년 재택근무제를 폐지했고, 최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건강보험회사인 애트나가 그 뒤를 이어 재택근무제 대열에서 이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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